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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진경산수'의 진면목을 발견하다
자연 속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
2010-03-15 14:02:23최종 업데이트 : 2010-03-15 14:02: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숲으로 돌아오자 우선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맑은 바람을 쏘이고 시원한 샘물을 마실 때 시들었던 내 속의 뜰이 조금씩 소생하기 시작했다. 침묵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서 숲에 새로운 물감이 번지고 새들의 목청에 물기가 배자 나도 한그루 정정한 나무인 양 온몸에 푸른 수액(水液)이 돌았다. 법정수상집(法頂 隨想集) <서있는 사람들 '숲에서 배우다' 중에서>

지난 토요일(13일)은 마지막 생을 놓을 때까지 '무소유' '깨달음의 향기'를 전하신 법정스님의 다비(茶毘)식이 있던 날이었다. 
그날 이른 아침 수원을 떠나 강원도로 향했다. 매일 반복되는 지친 일상사를 벗어나 맑고 향기로운 공기와 청정지역 약수 물을 마음껏 마셔 보기위해 떠난 길이다. 

평창을 지나 양양에 도착하기까지 1000m 이상 고지인 운두령과 구룡령 등 영(嶺)마다의 설경에 매료되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강원도의 힘 '진경산수'의 진면목을 발견하다_1
운두령에서 바라본 눈덮인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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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진경산수'의 진면목을 발견하다_2
갈천 약수터 하산길
운두령을 지나 양양으로 가던 길 첫 번째로 만난 '갈천리 약수'. 
산행은 평상시 40~50분 걸린다는 통솔자의 말을 믿고 따라 나섰다. 그런데 이런, 지난주 몇 날 며칠 내린 눈으로 인하여 출발지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족히 30cm정도 쌓여있는데다가 오직 외길 뿐이다. 
앞사람의 발자국만을 따라 가다보니 우선 눈이 피로하고, 또한 보폭이 맞질 않으니 짜증이 나고, 중간에 힘들어 쉬어가려고해도 바짝 따라오는 뒷사람의 말없는 압박  때문에 정지도 불가능하다. 

눈 속을 헤집고 찾아간 갈천리 약수터에서 한바가지 떠 마신 물맛은 떨떠름하면서 톡쏘는 등 묘했다. 
물 사랑 환경운동가의 한마디 '철분보충'이라는 말에 솔깃해 건강을 위해 마셨을 뿐이다. 

다만 이곳을 찾아오는 길에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침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대로의 눈 쌓인 자연 앞에서 바라본 '나'자신의 존재를 돌아보며 '항상 겸손하라'는 무언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다. 
평생 비우는 삶을 보여주셨던 법정스님의 진리를 배우기위해선 자연에 순응해야한다는 익숙한 말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던 길로 향했다.

원래는 강원도로 떠나면서 갈천리약수, 불바라기약수 그리고 오색약수까지 세 곳의 약수기행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현지의 사정상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어 불바라기 약수는 다음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대신 오색약수로 가는 길을 한계령 정상에서 주전골 등산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강원도의 힘 '진경산수'의 진면목을 발견하다_3
주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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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진경산수'의 진면목을 발견하다_4
주전골

이곳은 남설악 오색지구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단풍철에는 인산인해로 북적일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허나 우리가 찾아간 날, 눈 덮인 초봄의 계곡풍경도 매우 아름다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서두에 법정스님 수상집의 한 귀절에도 나타나듯이 침묵의 겨울이 지나고 찾아온 주전골의 봄은 특별했다. 
계곡을 따라 명경지수가 흐르고 늠름한 기암괴석들은 하늘높이 뻗어있다. 사시사철 늘 푸른 소나무들의 물오른 지조와 어우러진 주전골의 풍광에서 '강원도의 힘'이 느껴졌다.

조선후기 정조대에 유행했던 '진경산수화'의 그림을 옮겨 놓은 듯했다. 
겸재 정선의 우리 땅 산수화를 떠올리며 법정스님이 기거하셨던 강원도 산골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오색약수의 맛을 찬찬히 음미해 보았다. 
몇 가지의 맛이 나는지 말이다. 우리 인생사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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