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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고등학생을 가르쳐보니...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2010-03-11 17:29:05최종 업데이트 : 2010-03-11 17:29:05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이제 겨울방학이 끝나고 각 학교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나는 운이 좋게도 내 고등학교 모교 후배를 가르치게 되었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하는 후배였다. 
나는 현재 대학교 4학년이므로 나이는 거의 6년 차이가 나는 것이다. 6년 차이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에는 엄청나게 진지하고 성실하다고 내심 혼자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가르칠 학생도 분명 열정에 넘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는 생각에 잠깐 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가르칠 그 학생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치열하고 문제 하나에 울고 웃는 열혈 고등학생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나름 꿈이 강한 아이였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학생이었고, 나름 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아이였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부모님은 나에게 엄격한 방식을 원하신다. 그러나 나는 엄격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소의 예의마저 없어져버린다면 의미가 없겠지만, 친근함이라는 것은 대화를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대화를 하면 서로를 공유할 수 있다. 일단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고 서로에 대한 앎이 있어야, 상대가 하는 말에 공감을 또 할 수가 있다. 

무작정 나는 너의 선생님이니까 무조건 나를 따라야 해. 이런 식의 대화 방법은 오래 가지 못한다. 무서워서,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공부는 오래 가지도 못할뿐더러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자신이 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조금 까불거려도 잘 받아준다. 서로 장난도 쳐가며 친형처럼 접근한다. 평소에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문자를 주고받는다.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옆집에 살면서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가끔 놀러오는 형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방법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단 이런 식으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제 아이는 나의 말을 듣기 시작할 것이다. 

대학생이 고등학생을 가르쳐보니... _1
대학생이 고등학생을 가르쳐보니... _1
나의 말이 들리면, 이제 나의 조언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무작정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압박을 하고 조언을 쏟아내면, 아이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다.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아이라서 더 그렇다. 그래서 친해지기로 한 것이다. 
의외로 이 방법이 괜찮다는 것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더 느낀다. 전에는 웃고 떠들기로만 시간을 때우려고 했었는데, 친해지고 난 뒤에는 점점 더 학습에 대한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약속도 잘 지킨다.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가르침을 주려고 해도, 가르침을 받기 싫으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침을 받기 싫어하는 태도를 어떻게 바꾸느냐 인 것이다. 가르침을 받기 좋아하는 사람을 가르칠 때에는 문제가 별로 없다. 그 때의 문제는 이제 어떤 방식이 더 이 사람에게 맞는가,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 가이다. 적어도 그 때는 대화가 된다는 뜻이다. 

가르치는 것은 대화가 되어야만 한다. 대화를 못하는 선생님이라면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가르치지 못하는 선생님이 된다. 아이들을 가르쳐본 지 이제 갓 3년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잊고 살아가던 것들을 아이들 속에서 많이 발견한다. 그리고 내가 발전하고, 나의 도움으로 아이가 발전하면, 그건 실로 엄청난 즐거움을 준다. 
선생님들이 스트레스 속에서도 한 줄기 위안을 받을 때는, 후에 제자들의 품성이 나아지고, 공부를 더 잘해서 나중에 선생님에게 감사를 표할 때라고 많이 들었다. 아직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기에는 너무 어려서, 언제쯤이면 그런 인사를 들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불현듯 어렸을 때 선생님을 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가르침에 큰 사랑과 믿음이 담겨있다는 것은, 제자일 때는 모른다. 누군가를 가르쳐봐야 아는 것이다.

대학생, 고등학생, 가르침, 선생님, 사랑, 믿음,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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