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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
2010-03-03 16:55:10최종 업데이트 : 2010-03-03 16:55:1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집안및 산과 들에 봄이 왔음을 실감나게 느낀다.  여러 날 포근한 날씨에 화초들이 부쩍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출근길은 추운날씨에 자라목을 하고 나서지만 반짝 추위, 그것쯤  항상 이쯤에 있는 연례행사 같은 것이라 무섭지도 않다. 

아이들이 입학을 하고 신학기가 시작 될 때 큰 가방을 둘러메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아이들의 걸음걸이 모양도 새싹들처럼 오글오글 막 피어나는 것 같았다.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1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1


겨우내 베란다를 지키고 있던 군자란이 활짝 피었고 시들시들 말라가던 제라늄도 잎사귀가 싱싱해지고 꽃잎을 틔울 날을 며칠 남기지 않고 있다. 진달래 보다 더 붉다 못해 새빨강   꽃 색깔은 촌색시의 입술 색과 많이 닮아 있다. 

아침 공기도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지고 있다. 두꺼운 겨울 점퍼을 벗고 조금 얇은 옷을 갈아입어도 동산에 오르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오랜만에 청명산에 올랐다. 

아이들이 집에 있다는 핑계로 바깥나들이는 물론이고 즐겨 올랐던 동산에도 소원했었다. 푸르름을 줄 때에는 하루가 멀게 찾았었는데 오랫동안 동면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2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2


아직 겉모양은 마른 잎사귀와 갈비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나목이지만 머지않아 상큼한 푸르름의 기운으로 청록의 바다를 선사 할 것이다.  

오랜만에 오르는 인적이 반가웠을까? 까치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와 높지 않은 가지에 앉아 노래 부른다. 비스듬하게 시선을 돌린 뒤태가 달력 속에 있던 그 모델과 어쩜 그리 닮았는지 혼자 보기 아까웠다. 

노래도 없이 여기 저기 둘러보고 고개들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주변을 살피는가 싶더니 후루룩 날아갔다. 앉아 있던 가지는 살짝 흔들렸고 이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교교하다. 

산을 오르는 동안 자꾸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작정하고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발밑에서 왠지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았다. 발밑의 흙도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았다. 포근포근한 흙들이 부드러운 엄마의 젖가슴과 같다고 했던가? 이런 것이 땅이 주는 부드러움이 아닐까 새삼 느낌을 들으면서 얘기 하는 것 같았다.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3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3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4
봄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_4


지난 가을부터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이 발목까지 푹푹 빠졌다.  낙엽과 흙이 한 몸이 되어서 양분으로 다시 태어 날 것이다.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 놓고 뽐낼 시기가 아니지만 어디선가 세상구경하기 위한 기초공사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한가하게 벤치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회색빛 콘크리트의 건물이지만 햇살이 한참 드리운 아파트는 동화속의 작은 상자 갑으로 보였다. 

벤치 오른쪽 다리 옆에 파란 싹이 올라 와 있다. 놀라운 일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왔다가 앉아서 얘기하고 또 가고 오는 곳에 제법 모양새를 갖춘 새싹이 나와 있다. 제법 푸른빛이 도는 것을 보면 성급하게 나온 모양이다. 다행이다. 옆에 있는 벤치 다리가 울타리가 되어 사나운 바람을 막아 주었을 것이다. 일찍 세상 나온 대가로  많은 사람들의 꽃노래도 많이 들으리.   

지난 주말에도 부모님이 계신 동해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고 했다. 아마 3월이 가고 4월을 시작하고도 고향 마을에선 눈 소식이 있을 것이다. 

길고 긴 겨울을 많이 보고 자란 지금에는 봄이 좋다. 노르스름한 달래의 새싹이 눈 더미를 밀어제치고 올라오는 계절보다 빨리 오는 봄이 좋다. 올 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봄 같은 날씨 속에서 봄 향기에 푹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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