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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바느질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요?"
내 생애 첫 D.I.Y 제품 탄생기
2010-03-19 06:52:23최종 업데이트 : 2010-03-19 06:52:23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퇴근길에 아파트 현관 게시판에 붙어있던 어느 공방(工房)의 광고전단 쿠폰을 본 순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였다. 평소 배우고는 싶었지만 막상 남자 혼자 찾아가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웠고 또한 회사를 마치고 꿀맛같은 휴식시간을 투자할 만큼 재미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았던 탓이다. 

하지만 평소 우선 지르고 보자는 성격의 기자이기에 전단지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는 동안 결심을 굳히고는 집에 들어가자 마자 전단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내용을 문의하였다. 
수강과목은 여러가지가 있고 시간대도 많은 편이라 직접 방문하고 선택해 보라는 강사님의 말을 듣고 얼른 옷을 갈아입고서는 종종걸음으로 공방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처음이 어렵지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렸다. 
우선은 눈에 들어오는 하나하나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기자의 마음을 훔쳤고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마감시간이 길었기에 퇴근하고서도 충분히 취미생활로 즐길만 하다는 결론이 서서 바로 결재를 하고 다음주에 첫수업을 예약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공방에 등록하였다고 하니 박장대소를 하며 한 번 잘해보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사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남자가 바느질을 하고 재봉틀을 돌린다고 하면 부끄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집사람에게까지 숨길수는 없는 노릇이라 앞으로 예쁜 것들 많이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바로 했던 것이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기다리던 첫 수업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빨리 마칠 것 같았던 회사일은 조금씩 불어나고 있었고 급한 맘에 실수를 연거푸 하기도 하였지만 중요한 사항을 빼고는 얼른 마무리 짓고 공방으로 차를 몰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이 굉장히 반가워 하며 얼른 실습을 해보자고 하셨다. 

처음은 모든것의 기본이 되는 재봉틀의 실 끼우는 법부터 차근차근 익혀 나갔다. 
윗실과 아랫실을 모두 끼우고 나서 두 가닥을 한 곳으로 뭉치는 것이 미싱의 준비단계이고 발 아래에 위치한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바느질이 되었다. 처음이라 서툴기는 하였지만 나름 침착하게 한 줄 한 줄 박음질을 해 나가다 보니 어느덧 그럴싸한 누비천이 완성되었고 선생님은 "정말 잘하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남자가 바느질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요?_1
남자가 바느질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요?_1
 
이제 사전준비가 끝났으니 본격적인 작품만들기에 들어갔다. 
초급 수업인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재단은 선생님께서 해주시고 겉면을 박음질 하거나 지퍼를 붙이거나 하는 간단한 작업 위주로 진행되었다. 

시키는 대로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두개의 천이 마감되어 있었고 이제 두조각을 하나로 이어서 뒤집으면 화장품 파우치가 만들어 진다고 설명해 주셨다. 설명을 듣고 보니 어느정도 파우치의 형태가 나오는 거 같았고 최종적으로 오버록(overlock) 작업을 강사님께서 대신 해 주시고 나니 멋진 파우치가 탄생되었다. 
자랑스럽게 파우치를 흔들며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내가 또 한 번 박장대소를 하며 너무 좋아하였고 이내 바로 기존의 화장품 파우치에 들었던 내용물들을 옮겨담았다. 

남자가 바느질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요?_2
남자가 바느질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요?_2
남자가 바느질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요?_3
남자가 바느질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요?_3

생애 최초 D.I.Y 제품을 만들고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만들기에 재미도 붙는거 같고 알콩달콩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할 수 없는 것이 아직은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D.I.Y 2탄,3탄 차츰 횟수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근사한 작품을 혼자의 힘으로도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만들기에 재미를 가졌지만 약간(?)의 부끄러움과 바쁜 생활로 인해 망설이고 계신 남성분들이 있다면 처음이 어려운 것이니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라고 권한다.

 

공방, D.I.Y, 재봉틀,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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