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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솟아나는 화성길을 걸으며
2010-03-07 22:56:09최종 업데이트 : 2010-03-07 22:56:09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여유로운 토요일 저녁식사 후, 달짝지근한 디저트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집사람에게 잠시 마트에 가자는 제안을 해 보았다. 디저트라는 말에 얼굴에 화색을 띠며 지갑을 챙기는 집사람이 귀엽기도 하고 일상에 바빠 주중에는 즐기지 못하는 데이트를 즐기기위해 마트 가기전에 잠시 수원의 명소인 수원화성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말로는 정말 많이 들어보았고 버스를 타고 지나치기는 수 차례 였지만 실제로 화성에 올라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춥긴 하였지만 속으론 기대가 많이 되었다. 

근래에 비록 만화책이긴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우리나라 역사에 대하여 흥미를 붙여가던 차에 조선왕조 문화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 화성을 방문한다는게 설렐 수 밖에 없었다. 
한가지 흠이라면 아직까지 정조실록까지 독파하지 못한 상태라 수원화성에 대한 앞뒤의 스토리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차 시동을 켜고 네비게이션을 수원화성으로 설정하고 나니 5.3km라는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를 일러주었다. 참 가까운 곳에 역사가 숨쉬고 있다고 느끼며 한 편으론 참 곁에 두고도 가지 않았던 내가 한심스러웠다. 출발한 지 15분 가량이 지난 시점, 네비는 우리를 으슥한 골목으로 인도하였고 분명 여기는 아니지 싶어 차를 돌려 다시 큰 길로 나와 조금더 직진하다 보니 드디어 많이 보았던 화성이 눈 앞에 있었다.

그리움이 솟아나는 화성길을 걸으며_1
조명을 받아 더욱 아름다운 외벽

나중에 알고보니 네비가 인도한 곳도 화성의 한 구석이긴 하였지만 밤 중에 너무나도 으슥한 곳으로 인도하여서 당시엔 싼게 비지떡이라고 참 욕도 많이 하였다. 밤이어서 그런지 차를 주차할 곳은 꽤나 많았고 드디어 호기롭게 화성의 곁벽을 따라서 걷기 시작하였다. 

 버스를 타고 휙휙 지나가며 보는 모습과 천천히 걸어가며 보는 모습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날씨는 무척이나 추운 날씨였지만 화성이 풍기는 느끼음 참 따뜻하다라는 그것이었다. 물론 조명이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화성 자체의 에너지도 무엇인가 포근한 느낌을 풍겨주고 있었다. 

드디어 출구를 찾았다. 화서공원이라는 표지판에서 인증샷을 찍고나서 천천히 화서문으로 진입하였다. 밖과는 달리 성안쪽은 흙으로 둔턱을 쌓아 쉽게 성윗길로 올라갈 수 있었다. 드문드문 동네분들이 조깅을 하거나 걸으며 역사와 호흡을 같이 하고 계셨다. 우리도 간만에 다정하게 두 손을 잡고 천천히 성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리움이 솟아나는 화성길을 걸으며_2
화성안길

물론 성위는 바람이 세긴 하였지만 팔달구를 내려다보며 여유롭게 토요일 야간을 즐긴다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예전 조선후기 수원성을 지키던 병졸이 된 듯한 느낌을 한가득 안고서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겨갔다. 출발을 화서문에서 하였으니 성곽을 한 바퀴 돌고나면 다시 화서문이 금방 나올것이라는 큰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처음엔 한 20분 걸으면 한 바퀴를 완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지만 장안문에 도착하여 지도를 보고나서 너무나도 무식한 나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우리는 고작 1/4 정도롤 걸어왔던 것이고 아직도 한 참이나 많은 성곽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춥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마트도 닫을 것만 같아서 얼른 철수결정을 내리고 다시 왔던 길로 방향을 잡았다. 이번에는 성아랫길로 걷기로 하였다. 윗길과는 달리 아랫길은 포근함 그 자체였다. 그때까지 춥다를 연방 말하며 기자를 긁어대던(?) 집사람도 안정을 찾으며 완전 데이트 모드로 변했다. 
 
아마도 성곽안은 문화재 보존 때문에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듯 보였고 그리움이 퐁퐁퐁 솟아나는 거리의 연속이었다. 마치 70~80년대 소도시의 모습을 재현하기라도 한 듯한 거리가 계속 이어졌고 기자는 계속 정감간다라는 말을 뱉어냈다.

그리움이 솟아나는 화성길을 걸으며_3
그리움이 솟아나는 옛집들

그리고 발견한 그리움이라는 시
어느 근사한 술집의 벽면에 인테리어로 붙여놓은 나무팻말인데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한사발 한사발
그리움 드리렵니다
님오시면
항아리항아리
그리움 담으렵니다
님그리며
그리움

한가로운 주말나들이 코스로 우리의 가까이에 언제나 우리와 같이 호흡하고 있는 화성 어떠신가요?
그리움이 퐁퐁 솟아나는 그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수원화성, 화서문, 장안문, 그리움, 데이트코스,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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