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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딸, 사춘기 졸업식은 언제 할거냐?"
꿈이 없어 보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엄마의 서글픔
2010-02-19 10:55:39최종 업데이트 : 2010-02-19 10:55:3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오늘은 봄에 들어섰다는 입춘과 겨울 내 잠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중의 하나인 '우수(雨水)'이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꽁꽁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아 봄기운이 살포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는 신호이다.
곧이어 꽃샘추위가 봄볕을 시샘하듯 다가서겠지만, 그 힘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힘차게 발산하는 산천초목의 기운에 곧 쇠(衰) 할 것이기에. 

우리딸, 사춘기 졸업식은 언제 할거냐?_1
사진/이용창

허나, 봄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즈음 우리 집엔 큰아이의 비정상적인 3년간의 성장(?)과정 때문에 '아노미'상태에 빠져있다. 
큰아이는 얼마 전 중학교를 졸업한 예비고등학생이다. 워낙, 어릴 적부터 내성적인 성격이라 초등학교는 있는 듯 없는 듯이 조용히 지나갔다. 문제는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유 없는 반항과 방황이 시작된 것이다.

첫 방황은 친구들과의 '찜질방 가출'로 시작 되었다. 이때부터는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우선시 하며 우리가족과의 약속은 쉽게 져버렸다. 
처음엔 굳게 믿었던 아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밀려오는 배심감에 어쩔 줄 몰라 나 자신만 들들 볶아댔다. 홧병이 날 지경이었다. 
이런 나를 두고 주위에선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회초리는 절대 들지 말고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충고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참고 잘해주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며 우리가족을 속상하게 만들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회초리를 들었고, 아이와 언쟁이 격해질 때마다 체벌로 이어졌다. 그래도 아이는 그때뿐이고,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반복되는 일상사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어느 날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아이 손잡고 '정신과'병원 앞까지 간적이 있었다. 너와 나 똑같이 문제를 상담해보자하니, 아이는 기겁을 하며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자신은 아무런 문제없는 '정상'이라면서.

이런 생활의 반복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어 우리가족의 생활은 거의 3년 내내 혼란스러웠다. 
얼마 전 거행된 졸업식 날에는 할머니까지 총출동해 식이 끝나자마자 납치하듯 학교에서 데리고 나와 조용한 외식으로 끝냈다. 
일명 '졸업 빵'에 아예 참석도 못하게 저지해 버린 것이다. 요즈음 떠들썩한 중학생 졸업식 현상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등줄기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섭다. 

현대의 아이들을 'G세대'(그린, 글로벌의 약칭)라 칭한다. 이전의 N세대, X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세계화된 젊은 세대라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예전의 우리들과는 완전 다르다. 
무엇이든지 빠르고 저돌적이다. 우리 아이도 일찍 감치 많은 경험(?)을 쌓았으니 이제는 G세대답게 정상 궤도로 돌아왔으면 한다. 그동안 꿈이 없어 보이던 아이를 바라보며 서글픔만 쌓였던 3년. 춘풍이 몰려오듯 다시 사랑받는 착한 딸아이로 돌아왔으면 한다.

우리딸, 사춘기 졸업식은 언제 할거냐?_2
우리딸, 사춘기 졸업식은 언제 할거냐?_2

예전의 우리 부모님 바람은 잘 자라준 자식들이 사회에 나가 걱정거리 없이 살아가는 것을 최고로 꼽았다. 
물론 여기서 '잘 자란'이란 의미는 매우 포괄적이지만 말이다. 다행이도 우리들은 부모님의 손을 떠나 사회에 첫걸음을 나설 때까지 커다란 일없이 성장하였다. 혼인 후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그때의 일을 오롯이 되돌아볼 수 있도록 '새로운 나의 딸'을 꿈꾼다.
"글로벌 세대 우리 큰딸! 3년간 보낸 사춘기 졸업식은 언제할거야? 우리 딸에게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 지난주에 너와 함께 동대문시장에서 너의 옷을 편안히 고른 것처럼 너의 인생도 모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춘기, 졸업, , 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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