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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밥이었다"
엄마가 해 준 밥을 먹었던 추억이 있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
2010-02-11 10:51:02최종 업데이트 : 2010-02-11 10:51:0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그것은 밥이었다_1
그것은 밥이었다_1

"밖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아침밥을 먹고 나가야 든든해서 일도 잘한다."는 엄마의 말씀 때문만 아니었다. 아침밥은 아내이고 엄마의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침마다 새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생선 한토막이라도 올리려고 식구들 보다 먼저 일어나 밥상을 준비했다. 

늦게까지 공부하다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큰 아이의 등을 쓸어 주면서 잠을 깨우고 "아침 먹자"라는 말을 몇 번을 하고도 식탁 앞으로 오지 않은 식구들에게 매일 아침 사정을 했다. 

아침을 제외하고는 함께 식사 할 시간이 없어 아침상은 다른 때 보다 조금 넉넉하게 차렸다. 일어나 바로 먹는 식사라 입에 맞는 반찬으로 한 가지 더 올리려 애를 썼지만  가족들은 차려준 엄마의 맘 같이 잘 먹지 않았다. 숭늉이나 국에다 한 숟갈 말아서 먹고 일어서면 맘이 안 좋았다. 
"제발 밥 좀 푹푹 퍼 먹어"하는 잔소리 같은 사정에 대부분의 아침은 복스럽게 잘 먹는 아이들이 이쁜 아침이다. 그리고 학교와 회사를 향하는 식구들 배웅을 할 때에는 그래도 밥을 먹여 내 보낸다는 것에 하루가 즐겁게 시작이 되었다. 

새마을 운동도 시작하기 전 오지의 겨울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여자들은 길쌈을 하고 남자들은 산판일을 다녔다.
아버지께 아침 일찍 먼 산으로 산판일을 갈 때에는 아침에 직접 도시락을 가지고 갔는데 보온 도시락이 없던 때라 스티로폼로 된 작은 상자에 도시락을 넣어 다녔다. 집에서 보이는 가까운 산에 갔을 때에는 직접 여자들이 배달을 갔는데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근처의 모닥불 위에다 냄비를  올려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사를 할 수 있게 준비하곤 했었다. 
도시락이라 해봤자 집에서 먹는 반찬과 다르지 않은 청국장이나 시래기 국이었다. 국을 아버지의 앞에 놓고 수저를 챙겨 주시는 엄마의 온화한 표정에 살가운 미소가 스치는 아버지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의 얼굴에서 저렇게  살가운 표정도 있음을 내심 놀라워하고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한데에서 먹는 밥이었음에도 아내의 정성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춥고 힘든 일을 거뜬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언니오빠가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엄마의 새벽밥은 시작되었다. 
버스가 들어오지 않은 마을은 인근 도시로 나가려면 기차를 타야 했다. 새벽 첫차를 타고 등교하고 마지막 차를 타고 하교를 했는데 그래서 엄마는 학교 가는 언니오빠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밥을 해야 했다. 
어떤 때에는 눈이 밤새 수북하게 쌓여서 기차역까지 가는 길이 막힐 때에는 엄마의 마음은 더 바빠졌다. 아침 첫차를 놓치면 점심때를 지나 오후에 가는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때에는 뜸도 충분히 들지 않은 밥을 시래기 국에 말아 허연 김이 펄펄 나는 것에 입에라도 데일까 찬물을 옆에 놓고 기차 시간에 늦을까 종종 거리기도 했다. 연신 후후 불어가며 급하게 먹을지언정 아침밥을 거르고 밖에 내보내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지 않고 학교에 가는 날이면 하루 종일 맘이 안 좋아서 당신도 아이들이 하교 할 때까지 입맛 없어 했다. 

가족들이 만나면 가끔 지난 얘기를 했다. 
이젠 시집 장가를 다 가 아이들도 많이 컸다. 아침밥을 잘 먹지 않는 조카를 보고 동생이 말했다. "나는 아침에 밥을 안 먹으면 학교에 안가는 날인줄 알았는데 쟤는 누굴 닮아서 밥을 싫어하는지 몰라"했다. 

그러고 보니 예나 지금이나  우리 집처럼 아침밥을 잘 챙겨 먹은 집이 없다. 중학교 때부터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던 큰아이의 친구도 있고 출근하는 사람들 중에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란다. 

남아도는 쌀은 넘쳐나는데 아이러니컬하게 자의든 타이든 밥 먹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웃지 못 할 일이다. 급속도로 빨리 변화하는 사회에서 먹는 재미와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 여유와 의미보다는 한 끼 때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요즘 세상살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그때 엄마가 해 주었던 밥의 의미는 사랑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해 준 밥을 먹고 추억 할 수 있는 기억을 꺼내 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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