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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된다는 것
ROTC 4학년 후보생이 되며
2010-02-28 16:29:18최종 업데이트 : 2010-02-28 16:29:18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학군단에 입단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 오른쪽 가슴에는 하얀 작대기가 4개가 달린 4학년장이 달렸다. 
작년의 나처럼 선배를 보면 뻣뻣하게 긴장해서 경례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너무 긴장해서 한 번에 말을 못 알아듣는 후배들도 보인다. 다같이 4학년이 된 동기들은 이제 선배가 된 특권을 누리거나, 후배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더 성실하게 살아가는 후보생이 되거나, 4학년이 되었다고 이리저리 손을 많이 벌리려는 후보생이 된다. 

작년 한 해는 정말 고된 한 해였다. 처음으로 논산에 가서 하계입영훈련을 받으며 진정한 군사훈련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연초에는 학교에 다니며 선배들 신경을 쓰느라 집에 들어오면 피곤함이 몰려왔었다. 그리고 2학기에는 선배들과의 거리가 조금 좁혀졌다 싶었는데, ROTC만의 전통적인 행사인 '무제'를 진행하며 동기들과 밤낮 붙어있으면서 공연과 행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막상 선배가 되니 좀 얼떨떨하다. 3학년 후보생 때는 오직 4학년이 되는 그 순간만을 그리며 참고 또 참았다. 아 저런 선배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고, 아 저 선배처럼 멋진 선배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피해 달아나다보니 어느새 4학년이 되어버렸다.


어른들이 내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내가 후배를 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후배들을 보면 너무 어색하다. 후배들한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어도,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어딘가 어색한 면모가 보인다. 서툴러서 실수도 많이 하고 빼먹는 것도 많다. 그러나 일부러 그러는 후배들은 없다. 다들 긴장하고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겠고 당황하는 터라 알고 있던 것들조차 쉽사리 실수하기 연발이다.


선배가 된다는 것_1
선배가 된다는 것_1

그런 후배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선배된 입장에서는 후배들이 어리버리하게 쭈뼛쭈뼛 긴장해서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학교를 다니며 선배들과의 관계를 정립했으면 한다. 상호 간의 예의 등은 확실히 하되 선배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고, 학군단 생활 자체에 즐거움을 붙이려고 생각하다보면 학군단이라는 조직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 일조하기 위해서 4학년 지휘근무자 후보생에 지원했다. 내가 후배였을 때를 생각하며, 어떤 선배가 되어야지 하는 그 생각대로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4학년 지휘근무자 후보생은 3학년 후보생들을 교육한다. 실수하는 것을 바로잡아주고 모르는 것은 가르쳐주며 3학년과 4학년 후보생의 징검다리가 되는 역할을 담당한다. 비록 후배들을 교육하는 입장이라서 비지휘근무자 후보생들처럼 3학년들과 빨리 친근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올바른 모습으로 다닐 후배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열심히 노력 중이다.


내 시간도 많이 할애하고, 학군단 업무 때문에 회의를 하기 일쑤고 학교의 많은 교직원분들을 만나고 다니지만 내 선택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경험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나는 처음으로 내 밑 사람들을 어떻게 교육해야하는 지 몸으로 느끼고 있고, 아직 선배가 된 지 한 달조차 되지 않았지만 벌써 내가 어떤 실수들을 하는지 알았다. 

선배는 후배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인생의 많은 선배님들도 후배들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을 것이다. 선배가 후배의 장점을 본받지 못한다면 그 조직에는 발전이 없을 것이다. 나는 후배들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단점은 고쳐주는 그런 인생의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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