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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리스타를 위해
친구의 커피집 개업-꿈은 이루어진다.
2010-02-03 15:32:24최종 업데이트 : 2010-02-03 15:32:2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입춘이 코앞인데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창안으로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에 깜빡 속았다. 이렇게 추운 날인걸 알았더라면 조금 게으름을 부릴걸. 

인근에 사는 여고 동창이 커피 집을 내고 친구들을 부른 것이었다. 가는 동안 잠깐씩 걷는 것이 곤욕이었다. 햇빛이 드는 양지쪽엔 그래도 걸을만 했지만 건물로 막히는 음지는 칼날 같은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주머니에 넣은 손도 자꾸 오그려지고 콧날이 푸르딩딩하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금방 나온 듯한 빨간색 출입문은 평소의 친구가 좋아했던 색깔이 빨간색이었음을 기억해 냈다. 복층으로 된 커피가게는 아담하면서도 앤틱풍의 소품들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원두의 향이 은은한 실내에는 벌써 친구 몇이 해가 잘 드는 넓은 창 옆을 자리 잡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난 친구도 있었지만 얼굴이 변하지 않아서 얼른 알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실 학창시절에는 잘 어울려 다니지 않은 친구도 있었지만 같은 동창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쁘고 즐거웠다. 오랜 세월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친구도 있고 생각보다 학창시절에 비해서 훨씬 얌전하게 가정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직도 집순이로 산다"는 친구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에는 "나는 행복해" 하는 표정이 영력했다. 
"기지배" 어떤 모임에 가든 요즘 자주 듣게 되는 것이 "이젠 아이들도 컸으니 자주 만나고 살자"는 말이다. 말이야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 꼼짝하지 못하겠다고 엄살을 떠는데 이젠 다들 그런대로 자리를 잡고 여유가 조금씩 생기는가 보다. 

꿈꾸는 바리스타를 위해_1
꿈꾸는 바리스타를 위해_1

아직 커피 써빙하는 모습이 어색한 친구가 원두를 직접 내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찻집개업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던 친구의 물음에 찻집을 창업을 위해서 오래전부터 준비했었단다. 워낙 커피를 좋아해서 처음엔 취미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는데 내킨 김에 창업교육도 배웠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더 호감이 가서 이렇게 일까지 벌였다고 한다. 

명품 그릇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것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실내를 꾸민 소품이며 가구들이 눈 익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에서 가지고 왔단다. 창업비용이 많이 들었겠다 싶어 물어보았더니 그릇이나 접시, 실내를 꾸민 소품들은 모두 집에서 가져 온 것들이란다. 
결혼하고 십 수 년 동안 남편이 외국 출장 갈 때마다 사다 주었다던 티스푼과 소품도 틀에 잘 담아 좋은 액자소품이 되었다. 그동안의 준비 기간이 짧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꿈은 꼭 이루어진단다.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내면서 이제는 내 꿈보다는 아이들 꿈과 남편의 꿈이 더 중요하게 살아왔던 시간들이다. 생각해보면 열어 보이지 않은 가슴속의 꿈이 있었는데 어떤 때는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왔다가도 이내 이런 저런 핑계로 덮어버리고  또 어떤 때는 확실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두 눈을 감아 버리는 시간들이 더 많았다. 

올해도 벌써 열두 달 중에 한 달이 다가고 열한달이 남았다. 
벌써 '아직 열한달이나 남았어'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새해에 세웠던 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도 하고 또 하루하루 미루면서 "나는 음력으로 계획을 세울거야"했던 사람들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이제 설도 며칠 앞이다. 계절로 따져 봐도 벌써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이 내일이다. 내 인생의 화려했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세월이 빨리 간다. 
젊은 날의 화려한 꿈은 아니더라고 소박하고 간절한 꿈을, 언젠가는 꼭 이룰 가슴속의 숨겨진 꿈들을 이제 밖으로 꺼내 늦었다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하자. 시작이 있어 꿈이 이루어지는 날도 반드시 있으리라.

, 바리스타, 커피, 입춘,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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