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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왜 자식 눈치를 보는 것일까?
부모님 전(前) 상서(上書)
2010-02-07 12:17:42최종 업데이트 : 2010-02-07 12:17:4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어느덧 '설날'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어릴 적 '설날'은 우리들에게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진짜 새해를 맞이한다는 기쁨으로 어머님이 손수 끓여주시던 '김이 뿌려진 떡국'을 기다렸습니다. 
웃고명으로 쇠고기 대신 어느 때에는 닭고기가 올려 졌었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떡국을 먹은 후에 설빔으로 준비된 새 옷과 새 양말까지 신어야 나이도 한 살 올라간다고 믿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추억을 지닌 '설날'이 올해는 솔직히 정신적으로 무겁게 다가섭니다.

이유인즉, 작년 설날 삼일 전에 갑작스럽게 시아버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한해가 지나가고 올해 첫제사를 앞두고, 이 좋은 세상과 너무 일찍 이별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가슴이 아파옵니다. 그러니, 혼자되신 어머님의 마음은 이즈음 어떤 심정일까요. 

하여, 수원에 있는 자식들은 지난 1월 중순에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모시고 와 지내게 되었습니다. 설날 이전까지 지내시다가 우리들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자고 하면서요.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큰 아들집에서 며칠 밤, 우리 집에서 며칠 밤을 보내시곤 곧 시골로 내려가셨답니다. 

부모님은 왜 자식 눈치를 보는 것일까?_1
부모님은 왜 자식 눈치를 보는 것일까?_1

우리 집에 계실 때였습니다. 
큰 선물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사드리며 불편함이 없이 지내시도록 성의를 다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님은 벼 모종도 해야 하고 잡다한 시골일이 많다고 하시며 내려가셨습니다. 

그때 저와 함께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즈음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눈치 보여서 냉장고 문도 함부로 열지 못한다고 하더라.'며 시작된 대화는 아들들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님은 지금도 큰아들이 어려워 눈치를 보신다는 겁니다. 
난 대뜸 "어머님이 낳으시고 힘겹게 길러준 자식인데 무슨 눈치를 보세요. 어려운 살림에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하실 이야기 있으면 다하셔도 됩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얼마 전에 또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친정엄마에게서 말입니다. 친정엄마가 드시고 싶다는 닭죽을 쑤어 함께 먹을 때였습니다. 

엄마는 푸념 섞인 목소리로 며칠 전 막내아들집에서 서운하게 느끼셨던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들 눈치만 살피다가 일찍 집으로 와버렸다"고 하시는 겁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큰 사건도 아닙니다. 그냥 아들이 당신을 덜 좋아하는 것처럼 사근사근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부연설명하시길 "아들이 부모에게 잘해야 며느리들도 공경의 눈으로 시어머니를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해서 저는 엄마의 말이 끝날 때 마다 "그럼 그럼... 엄마 이야기가 맞아요."하며 추임새까지 넣으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답니다. 그러면서 앞으론 자식들 눈치 볼 것 없이 지내시라고 엄마 편을 들어 주었답니다.

그런데, 지금생각해보니 부모님은 항상 자식들 눈치만 살피며 지금까지 살아오셨던 겁니다. 
혼인 전이나 지금이나 매양 살얼음 위를 걷듯이 "너희들만 잘살면 된다."며 뒤로 슬쩍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런 깊은 마음으로 일생을 사셨기에 지금도 혼인한 자식들에게 행여나 피해를 줄까봐 서둘러 적막한 시골집으로 돌아가셨을 겁니다. 
과연 저는 부모님이 몸소 보여주신 헌신만큼 나의 자식들에게도 심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약간의 의문은 들지만 아마도,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우리들 어머님의 자취를 따라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골 내려가신 어머님께 둘째 며느리가 부탁드립니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자식들 눈치보지마시고 당당히 이야기하시기 바랍니다.

"어머님! 지금부터는 자식들에게 요구하세요. 아프시면 아프다고 약사서 보내라고 말씀하세요. 무엇인가 드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며느리들에게도 전화하세요. 그래야 자식들이 알아줍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자식걱정하지마시고 당신 몸 건강만을 위해 사세요. 여행 가시고 싶으시면 아껴둔 돈을 자식들, 손자. 손녀들 주실 생각하지마시고 쓰시며 사세요. 그리고 가끔은 마을회관에 가셔서 '한판' 쏘세요. 그래야 어르신들이 어머님이 아직 힘이 있다는 것을 아신답니다. 아셨죠? 며칠 후 내려가겠습니다. 어머님! 건강하세요."라며 오늘 저녁 전화로 어머님께 이 이야기를 해드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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