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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다르다
말은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강력한 힘
2010-01-25 18:59:19최종 업데이트 : 2010-01-25 18:59:19 작성자 : 시민기자   한인수

말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말 한마디를 통해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말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자니 꼭 내가 말을 잘하는 사람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달변가도 아니고 탁월한 협상가도 아니다. 말수가 적은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말수가 적어서 주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이다. 친구들은 그래서 나를 좋아한다. 
나도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긴다. 특히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몇 시간이 상대방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야기를 듣는다. 상대방은 그런 나에게 더욱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거래처와 많은 대화를 한다. 회사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데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단가가 달라지고 거래처 담당직원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생활 초보자일때는 그런 것을 몰랐다. 단지 내가 필요한 것을 상대방에게 요구를 하면 상대방이 나의 부탁이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함께 근무하는 경험 많은 선배는 그런 나에게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_1
말은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강력한 힘

선배는 나에게 거래처 담당과 대화를 할 때 자신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라고 했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거래처 직원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상담을 할 때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자세히 들어보려고 했다. 
신기하게도 선배는 거래처직원과의 대화를 쉽게 잘 풀어나갔고 가끔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거래처 직원은 선배가 원하는 범위 안에서 대부분 단가를 조절해서 자재를 납품했다. 나는 신기했다. 선배에게 비결을 물어보니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 언제까지 자재가 필요하다고 무조건 납기를 맞춰달라고 요구를 하면 상대방이 기분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록 거래처이지만 상대해야할 직원도 사람이어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면 일이 진행되는 것은 식은 죽먹기라고 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지금의 거래처 상황과 언제까지 가능한지 우회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다음에 우리의 요구사항을 말하는 것이 요점이라고 했다. 

그때는 내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 선배의 대화법에 익숙하지 않았다. 잘 사용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한해, 두해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 상대방을 대하는 대화법을 체득하기 시작한다. 탁월한 대화법은 아니지만 지금의 직장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단기적인 암기력은 예전과 같지 않지만 살아가는 지혜는 점점 늘어가는 것을 느낀다. 

가까운 부부지간에도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이 좌우되는 것을 참 많이 느낀다. 상대방의 기분을 최대한 예우하는 대화를 할 때는 언제나 상대방과 좋은 대화의 장을 열수 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아직도 많은 대화의 부족함을 느낀다.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대화법은 상대방을 위하는 듯하다. 하지만 실은 나를 위한 대화법임을 실로 체험한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 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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