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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언제 이렇게 늙으셨어요!
아빠 염색을 해드리다
2010-01-25 21:39:00최종 업데이트 : 2010-01-25 21:39:00 작성자 : 시민기자   장은영

나이가 들면 검은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몸도 서서히 노화가 되고, 흰 머리는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다.
기사를 쓰면서 흰머리가 생기는 원인을 검색해보니 모근에 있는 멜라닌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데 제일 먼저 하얗게 변하고 코털, 눈썹, 속눈썹 등도 차례로 희게 변하게 된다고 한다. 

어느 새 부터인가 나는 한 달에 2번 정도 아빠의 염색을 해드리는 전용 미용사가 된다.
딱히 손재주도 없고, 미용을 한 번도 배워 본적이 없는 내가 처음에는 얼굴 이곳저곳에 염색약을 묻히고,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자꾸 하다 보니 염색 도사가 되었다.

시중에 파는 염색약을 사서 약품을 적절하게 1:1로 배합한 후 흰 머리가 많이 나 있는 앞쪽부터 쓱싹쓱싹 염색약을 바르고 몇 분을 기다리면 된다.

아빠~언제 이렇게 늙으셨어요!_1
이젠 곧 멋진 아빠로 변신!

나도 때로는 귀찮아서 이발소에 가셔서 염색을 하시라고 권유하지만 아빠께서는 굳이 사양하신다. 그리 비싼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발소에서 하는 것이 전문적이고 좋을 텐데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아빠께서는 딸과의 소통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서로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고, 아빠의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덕분에 염색을 하면서 아빠의 얼굴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녀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작년보다 아빠의 흰머리가 많아지고, 그 많던 머리카락도 이젠 빠져서 듬성듬성 두피가 보이는 걸 알았다. 

이렇게 많아져 버린 흰머리만큼 아빠의 나이도 50대 중반을 넘으셨다.
몇 년 전 아빠의 연세가 50세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아빠의 나이를 여쭤보면 금방 대답했었다. 그 때만 해도 40대이셨으니깐...

하지만 50세가 훌쩍 넘어버린 부모님의 연세는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 물으면 부모님의 연세가 얼마인지 계산을 하고 나서야 대답하곤 한다.
어릴 적 부모님께 할아버지, 할머니 연세를 여쭈면 바로 대답을 못하셨다.
그와 같이 부모님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가는 만큼 나이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이젠 많이 늙으셨구나' 라는 생각만 든다. 

부쩍 많아져 버린 흰머리와 굽은 등, 쭈글쭈글 해지고 검버섯이 생긴 손을 보면 자식을 키우느라고 우리 아빠 많이 힘드셨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시민기자이신 이영관 선생님께서 50대 중반의 남성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어서 취직해서 부모님 검버섯도 제거해 드리고, 효도해드려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흔히 미용실에서 멋을 내려고 하는 염색과 달리 아빠의 염색을 해드리면서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아빠의 전용 미용사가 되어 염색을 해드려야 겠다.

나이, 염색, 미용, 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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