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내린 백년만의 폭설은 치적치적한 흔적을 빨리 거두어 가지 않았다. 기록의 힘을 느껴보아요_1 예전에는 책을 가능하면 사서 보려고 했다. 내 책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보고 싶을 때 언제고 볼 수 있게끔 보관을 위한 책읽기였다면 요즘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학교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고 언젠가부터 도서관을 이용하다보니 굳이 책에 대한 욕심을 자질 필요가 없어졌다. 도서관의 책이 모두 나의 서재의 책인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빌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에 책이 많다보니 이사 할 때 정리하기도 힘들고 또 생각보다 두 번 세 번 반복적으로 보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굳이 넓지 않은 공간을 많은 책으로 제한 된 공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대신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거실과 아이들의 방에도 최소한의 물건들로 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썼다. 책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책보는 자세는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바닥에 엎드려서 보거나 굴러다니며 보는 습관이 있었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소파에서 않아서 보다가 바닥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바닥에서 책을 보다가 책을 베고 낮잠을 자도 나무라지 않는다. 정형화 되지 않은 나의 독서 자세 때문에 아이들도 자유롭게 책을 본다. 또 어디에서 든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책을 둔다. 어떤 때에는 반납 할 날짜가 되어 찾지 못하고 애를 먹이다가 우연히 아이들 침대 밑에 굴러다니는 책을 발견할 때도 있다.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책과 친해지기를 원했다. 그러서인지 다행이도 시와 때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책을 가까이 해 이쁘다. 분명 아이들의 마음의 양식도 풍족하고 여유로울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을 보관하지 않는 대신 독서 목록을 만들었고 간단하게나마 감상을 적어 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특별히 독서 감상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갖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나만의 방법으로 느낌과 간략한 메모라고 해도 좋겠다. 가끔 열어 보면 그동안 무슨 책을 보았는지 다시 회상할 수도 있고 똑같은 책을 중복해서 대출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나름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가 생겼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에도 가끔 혼돈스러웠다. 무겁게 집에까지 끌고 와선 팔이 떨어질 것 같다고 큰아이에게 엄살을 부릴 때 가끔 나의 허접한 기억력이 질타 받을 때가 있었다. 읽었던 나 보다 소파고 식탁이고 침대 옆으로 굴러다니던 책들을 끝까지 기억하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분명히 엄마는 학교 다닐 때 나머지 공부 했을 실력이라고 의심치 않는 아이에게 민망한 얼굴을 할 때가 있어 자존심의 상처도 내지 않을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기록이란 참으로 근사한 것이었다. 무슨 책을 읽었는지 목록도 궁금하고 과연 어떤 책을 몇 권 읽는지도 알게 되어 일석이조의 기쁨을 갖게 되었다. 기억력이 자꾸 빈틈을 보이기 시작한 이들이 있다면 기록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면 다 같이 한번 기록의 위대함을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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