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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내 행복을 챙긴다
영화 '하모니'를 보고
2010-02-02 12:05:26최종 업데이트 : 2010-02-02 12:05:2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화두는 '사랑'이다. 
에로스 적이거나 플라토닉 러브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이거나 더 넓은 의미에서 영혼을 이어주는 정신적인 사랑을 논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의미는 그렇다 치고서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관계의 밑바탕은 모두가 사랑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후배의 불륜을 목격하고 승용차로 치어 살해한 사형수 음대교수 김문옥. 
술만 먹으면 심한 욕설 그리고 구타가 잦은 남편에게서 임신한 아이만은 지키고 싶어 했던 과실치사죄를 범한 홍정혜. 
의붓 아버지의 습관적인 성폭력에 견디다 못해 살해한 강유미. 
부정한 코치에게 겁만 조금 주려 했다던 정의롭고 순수한 프로레슬러였던 강연실. 
밤무대에서 한 가닥 했던 지화자.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내 행복을 챙긴다_1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내 행복을 챙긴다_1

영화 '하모니'에서 열연하는 극중의 인물들이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서 생활하지만 그들도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죄야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원론적으로 들어가면 모두 사랑에서 시작된 원죄가 아닐까? 

18개월이 되면 아기를 입양 보내야 하는 정혜. 가족들마저도 등을 돌린 사형수 문옥. 여자교도에서 합창단이 결성되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가슴 찡한 무대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이다. 

월드스타 김윤진과 음대교수 역할에 버금가는 박식한 음악지식을 가지고 있어 캐스팅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원한 국민 어머니의 나문희를 필두에 내세웠지만 보는 내내 어디선가 본 듯 모티브들을 붙여 놓은 듯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우피골드버그가 출연했던 '시스터액터'와 전개모습이 흡사했다. 합창단을 만들어야 하는 취지도 정신순화 측면에서 보면 동일하고 합창단원 캐스팅하는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좀 더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순간순간 관객들을 눈물 빼는 감성적인 부분들이 있어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관람객에게 아주 좋겠다. 최초로 청주교도소에서의 촬영이었고 세심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노력한 감독과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다. 

4년 동안의 노력한 결과 뜻하지 않게 초청공연과 가족과의 만남이 보너스까지 받은 합창단원들. 18개월에 바깥 세상에 입양하여 훌쩍 커버린 아이와 만남에 애끓는 눈물을 가슴속에서 토해내지만 밖으론 세상의 이름으로 잘 살아가는 아이에 고맙고 또 고마워하는 정혜. 
엄마를 가슴에서 지운지 오래라고 독하게 살아온 남매와의 가슴 절절한 엄마 문옥. 
어린 두 딸이 엄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까 전전긍긍인 지화자. 
반복되는 엄마의 면회를 야멸차게 거절했던 딸 유미의 "엄마 어디가?"하는 목소리에 쓰러지듯 오열하는 엄마와 딸... 

법 앞에선 모두에게 공정해야 했고 형평성에 어긋날 수 없는 현실이 갑자기 감성에 빠져있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하늘에서 이어준 천륜은 자식도 어찌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모습으로 상영관을 나오면서 친구와 마주 보고 어색한 웃음을 짓고 오늘도 '아-'하는 긴 숨과 함께 집에 돌아가면 "내 집의 백성들에게 좀 더 잘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사랑, 행복, 영화 하모니,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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