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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여기까지와서 밥해야겠니?
친정식구랑 함께 한 제주도 여행
2010-01-21 16:47:39최종 업데이트 : 2010-01-21 16:47:3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따르릉~ 따르릉~" 새벽 5시 45분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친정오빠가 공항으로 가는 버스시간이 조금 빨라졌다고 전화해 준 것이다. 아이코! 오늘 친정식구들이랑 제주도 가는 날인데 늦잠을 잔 것이다. 예약된 아침 비행기를 타려면 늦어도 6시10분 리무진 버스 타야하는데...

부랴부랴 두 아이를 깨우고, 옷 주워 입고, 세수도 못한 채 여행 가방 끌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여행 떠나면서 세수도 못하고 출발하기는 난생 처음이다.
이번 여행은 큰오빠네 식구랑 친정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인지라,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안해 늦잠까지 잔 것 같다.
친정 식구들과의 여행은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간만이다. 흐뭇함과 편안함 속에서 공항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너무나 꾸밈없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말이다.

"오빠! 오빠가 전화 안했으면 비행기 못 탔을 거야. 고마워. 어휴~자명종 두 개나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왜 못 들었을까? 고장 난 시계였나?"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옆에 있던 친정엄마는 내 얼굴과 손녀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씩 웃으셨다.
"머리 안감아도 예쁘다. 난 너희들이랑 여행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 어젯밤 거의 잠을 못 잤다."하시는 엄마의 한마디에 그동안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이렇게 우리가족의 2박3일 제주도 여행은 시작되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친정엄마랑 9년 전 단둘이 다녀왔던 태국여행길이 스쳐지나갔다.
그때는 내가 철이 없었나보다. 첫날부터 의견이 안 맞아 엄마와 말다툼을 심하게 한 것이다. 끝끝내 엄마는 속마음도 표현을 못하고, 호텔방에서 눈물을 훔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여행에서도 내가 혹시라도 마음이 상할까봐 여행 내내 나의 눈치를 살피며 다니셨다. 지금 생각하니, 큰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그때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미안함은 지금까지도 가슴속 한쪽에 뚜렷이 남아있다. 엄마는 기억하고 계실까? 부디 잊혀 졌기를 바랄뿐이다. 

아들아, 여기까지와서 밥해야겠니?_1
아들아, 여기까지와서 밥해야겠니?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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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여기까지와서 밥해야겠니?_2
아들아, 여기까지와서 밥해야겠니?_2

우리들은 제주국제공항에서 가까운 해안가 펜션에서 2박3일을 보냈다. 호텔과는 전혀 다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다가 탁 트인 바닷가에 숙소를 잡으니,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첫날은 펜션 주위를 돌며 '놀러 와선 먹는 것이 최고'라며 식당가를 배회했다.
큰오빠는 제주 흑돼지고기 사다가 펜션에서 해먹자는 의견을 이야기했다가 엄마의 잔소리만 들어야했다. "아들아~ 관광 와서는 편안하게 쉬다가 가자. 여기까지 와서 밥 해야겠니?"하시면서 해수사우나와 해물요리점에 가기를 제안하셨다.
몸과 마음을 말끔히 씻고 저녁까지 해결하고 방으로 들어오니 어느덧, 펜션 발코니엔 아름다운 저녁놀이 저 멀리 수평선 끝에서부터 온 세상에 퍼져있었다. '휴~'소리가 날정도로 그렇게 하루해는 창졸간에 지나갔다.

다음날과 그 다음날은 제주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 위주로 다녔다. 승마장, 공연장, 유람선, 민속마을 그리고 처음 가 본 올레길 등은 거의 자연과 어우러져있어서 어른들과 다니기에도 적합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 관광은 예전의 단순한 여행루트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빼어난 자연풍광 속에 재미와 흥미를 덧붙인 여행지로 변화된 것이다. 그리고 맛있는 제주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는 관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다. 엄마도 오빠도 아이들도 연실 즐거워하며 흐르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아들아, 여기까지와서 밥해야겠니?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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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여기까지와서 밥해야겠니?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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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아름다운 '제주도'. 수백 개의 오름이 있고 해안가 등 아름다운 절경을 배경으로 올레 길이 있는 곳.
내 아들.딸과 또 오고 싶다고 엄마가 소원을 이야기했던 외동에 위치한 펜션.
우리 가족과 제주도에 와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는 큰오빠. 사촌과 여행오니 친구들보다 훨씬 편안하다는 나의 딸들.

이들의 꿈과 사랑이 남겨진 이번 제주도여행 귀향길에서 하나의 꿈을 빌어본다.
'엄마! 올 한해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러니 엄마 건강도 항상 챙기셔야 합니다. 우리들이랑 오래오래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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