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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장뇌삼을 보내오셨다
예고에 없던 선물을 받고
2010-01-29 19:52:54최종 업데이트 : 2010-01-29 19:52:5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설 대목이다. 
전통시장이나 백화점이나 설 명절 선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북적일 때다. 없는 사람들은 없는 대로 성의를 표하기 위한 작은 것이라도 준비해야 고향 내려 갈 때 마음이 조금은 덜 무겁겠다. 넉넉하게 사는 사람들이야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고  또 가진 것이 많다고 다 다른 사람들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명절을 앞두고 상여금이 나와도 마음 놓고 덥석 선물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쪼들리게 팍팍한 살림살이에 조금이나마 숨구멍을 만들어 한순간이라도 걱정을 떨치려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누가 나쁘다고 말 할 거리가 되지 못한다. 매년 넉넉한 마음으로 선물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고 아쉬울 때가 많다. 

한동안 겨울 날씨 같지 않게 포근하더니 오늘은 또 기습추위가 찾아 왔다. 아파트에 장이 섰지만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만 있지 사람들은 띄엄띄엄 몇 안 보인다. 햇살  잘 드는 거실에서 양지쪽의 고양이처럼 고개만 내 놓고 책을 뒤적거리는데 예정에 없던 택배가 왔다. 

단번에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낯익은 크기의 포장 박스이다.  부모님께서 직접 키운 장뇌삼을 예고도 없이 보낼 때가 있다. 지난 번 신종플루로 세계가 떠들썩할 때에도 말없이 장뇌삼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무엇을 보내주든 나는 보약이라고 부른다. 매번 박스를 받을 때마다 부모님께 송구하다. 
부모님께선 "우리는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나 잘 키워라" 하신다. 

부모님께서 장뇌삼을 보내오셨다 _1
부모님께서 장뇌삼을 보내오셨다 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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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장뇌삼을 보내오셨다 _2
부모님께서 장뇌삼을 보내오셨다 _2

분명 선물은 선물인데 기분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농사를 지어도 아들 하나에 딸 셋 그리고 엄마네까지 똑같이 갈라주시는 것을 안다. 이번에도 네 개의 박스를 나란히 옆에 두고 식구들 인원에 맞추어 보냈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고희가 넘은 지금에도 너무나 계산이 확실하고 반듯해서 감히 자식들도 뭐라 하지 못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언제까지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사실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올해에는 작년에 비하여 고가의 선물이 잘 판매된다고 한다. 초고가의 선물은 재고가 없어서 팔지 못한다는 뉴스도 있었는데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자꾸 더 힘들단다. 건강원을 하는 친구는 "가을 한철 장사해서 일 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지난 가을에는 아예 약해 먹는 사람들이  없어서 올해는 더 어렵다" 한다.

오후에 영통구에 있는 아웃도어 직매장에 다녀왔다. 
겨울 상품을 할인하여 판매한다는 문자를 받고 지인의 차량으로 갔는데 주차 할 공간이 없어서 진입 통로부터 길게 줄을 섰다. 몇 번을 돌다가 겨우 주차하고 매장으로 갔더니 엄청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발을 디딜 수 없을 만치 많은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한 바구니씩 물건을 담아 계산하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들판에 메뚜기 떼가 지나간 황폐해진 들녘처럼 싹쓸이 한 매대에는 빈 옷걸이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떤 것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경제가 어려워서 살기 힘들다는 말을 믿어야 하는지 바구니마다 꾹꾹 눌러 담아 넘치는 쇼핑 바구니의 모습이 현실인지 헛갈리지 않을 수가 없다. 

설 명절까지는 보름 남짓 남았다.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꼽아 기다려지는 것은 그리운 얼굴들을 두루두루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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