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한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을 읽고나서
2010-01-16 05:46:53최종 업데이트 : 2010-01-16 05:46:53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한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_1
한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_1
목적지도 모르고 길을 걷는다. 터벅터벅..그러다가 이맘 때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무거운 짐을 벗고, 잠시 길가에 걸터앉아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꼭 쉬어가야 하는 이유는 목마르고 지친 몸을 쉬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기도 하며, 다른 여행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해를 보내고  비로소 나와 마주하는 꿀물같은 시간은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처럼 반갑지만 다시 사막을 걸어가야 하는 가중치도 함께 느껴야 하기에 마냥 길에 걸터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자기연민 때문에 상대방의 상처를 다독이는데 인색했었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뜰 때마다  허전하고 쓸쓸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변함없이 아침마다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자기에게 연민을 품을 것이고, 그렇게 영원히 자기안에서 머물다가 지쳐서 또 다시 외로워지는 일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독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가 아닌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삶은 의외로 실마리가 술술 풀린다.

지난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을 읽기 시작해서 이제 마악 끝내고 한 해를 새로 맞이하는 기분은 좀 멜랑꼴리하다. 실제 주인공 모리교수는 어떻게 죽을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수 있다는 메시지를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가득 채우고 있다.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연민을 품지않고 죽는순간까지 죽음조차 즐기며 살아남은 우리에게 세상과 화해하는 법을 전하고, 희망을 전하고 있다.
마지막장을 읽고 책을 덮는순간 감동과 연민과 일렁임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등등 모리의 아포리즘에 밑줄 그으면서 지금쯤 갈증으로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그대에게 물 한잔을 건네고 싶다.

한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_2
한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_2

그대에게 건낸 물 한잔으로 갈증이 해갈된다면 그대도 내게 물 한잔 건네주고, 나는 다시 그대에게 물 한 잔 건네주고.. 그렇게 서로에게 신세지는 일에 인색하지 않고, 신세값는 일에 인색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이 그렇게 팍팍하지는 않을것 같다.

신년을 맞아 조촐한 술상 앞에서 남편은  새해에는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것, 나는 기쁨과 슬픔에 아주 푹 빠져 볼 것, 아들은 성과가 있는 한 해가 될 것을 외치며 우리는 건배를 하였다.
지난해 남편은 그 속에 너무 깊히 빠져있었다. 그래서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느라 정작 나는 기쁨과 슬픔에 제대로 빠져있지 못한 것 같다. 그저 그 언저리에서 서성대다가 말았던 것 같다.

그런데 새해벽두에 자기연민에 푹 빠져서 한동안 바둥거린 것 같다.  그 속은 너무나 조용해서 태풍의 눈 속 같다고나 할까.  태풍의 휘몰림 속에서 완벽히 방해를 받지 않는 뻥 뚫린 자유. 그 자유로움 속에서 마음을 고르다보면 태풍은 본래의 제자리를 찾아 갈 것이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나도 서서히 제 자리를 찾게 되리라 믿는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