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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급박했던 새해 1주일
2010-01-08 12:31:05최종 업데이트 : 2010-01-08 12:31:05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승

생과 사...급박했던 새해 1주일_1
화성성곽 장안문에서 아내와 한컷

새해 아침이 열리고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감격의 순간을 맛봤다. 여기에 나잇살을 더하며 흐르는 세월조차 잊은 채 모든 이들은 가슴 벅찬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 역시 잘해보겠다는 기대와 꿈을 다지곤 했다.
그것도 잠시였다.

전화 한통을 받으면서 먹구름이 밀어 닥쳤다.
"김주범을 아시나요? 여긴 대전 선병원 응급실입니다. 장 출혈이 심해서요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뚝"
이 한통의 전화통화는 내 몸을 얼어붙게 했다.

가뜩이나 맹추위 속에 온누리가 얼어붙은 겨울날 벼락이 친 것이다.
심장박동은 숨통이 터질 듯했고 또르르 돌아가던 머릿속은 백야처럼 하얗게 비워졌다.

달려가는 기차는 느림보 거북이였다.
내 마음만 바쁘다 보니 수원에서 대전까지 달려가는 빠른 기차마저 느리게 느껴졌다. 

"김주범 환자 보호자인데요". 라고 간호사에게 말하자마자 "방금 중환자실로 이송됐습니다."
그렇다면... "아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아직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라는 얄미운 대답 뿐이다.

어찌하나 싶어 부모님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과 긴장감 속에 낮과 밤이 며칠 바뀌는 사이 동생은 호전되어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저녁까지 지켜보며 숨 한번 고르고 나서 "주범아. 형 수원 집에 다녀오마" 라고 말하니 쾌히 다녀오라고 한다.

막내아우는 30대 젊은이라서 회복기간이 빠르단다. 
아내와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가는 길에 "마음이 조금 편해지네! 내일은 나 혼자 올게" 라고 말했다.

폭설이 내려 발발 기어가는 택시였지만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런대로 전율이 느껴졌다.
역시 폭설 대란으로 기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대전역은 꽉 찼고 연착운행한다는 안내방송이 귓바퀴를 울린다.

이윽고 기차를 타고 마음을 다독이며 잠을 청했는데 이때 아내의 휴대전화가 걸려왔다. 잠결에 몇 마디 주고받던 아내의 얼굴빛은 어둡게 변했다.
전화를 끊더니 한참을 나를 바라보면서 '엄마가 위독하여 원주로 가는 길'이라는 처남의 전화란다.

"인천에 병원을 두고 왜 원주로 가느냐?"고 뒤 물으니"돌아가실 것 같다네..."라며 말끝이 흐려진다.
침묵 속에 집에 도착하여 집안정리나 하고 낼 내려가자고 아내와 몇 마디 주고받고 준비를 하는데 "고모부세요? 어머님이 운명하셨어요." 라는 큰처남댁의 통보전화다.

아내가 샤워한다며 욕실로 들어간 지 불과 1분여만이다.
"영호엄마 얼른 나와.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복입은 사람은 씻으면 안 돼"라며 욕실 밖으로 불러내는 내 마음도 좋을 리가 있으랴. 아내는 바로 통곡했다. 

두 아들에게 "내일 아침 일찍 내려와라"고 말하고서 길을 나섰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큰 난리가 났다. 

산이 안으면 폭설도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길바닥에 내려앉은 폭눈은 고통 그 자체였다.
폭설 대란 속에 새벽길을 헤쳐가는 고난이었지만 고통 속에 숨길 멈춘 장모님에 비하랴. 

장모님은 돌아가셨다. 26년여 동안 중풍으로 시달려 온 끝이다.
긴 세월동안 병환으로 앓아누워 지낸 몸! 병간호에 반평생을 받친 처가 식구들!
긴병치레는 직접 모셔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슬픔에 젖은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병환에 시달렸는데 제일 추운 날 장모님이 돌아가셨기에 더욱더 슬픈 눈물이었다.

난 아내에게 위로의 말은 하지 않았다. 며칠 더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동생이 병원에 입원 중이기에 그렇다. 

아직도 부모님은 아우의 입원중인 사실을 모르고 계신다.
칠순이 넘은 부모님이 걱정돼서 말을 못하고 있다. 부모를 속이고 있는 자식의 입장에서 잘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걱정은 앞선다.

매우 급하게 돌아친 1주일이지만 얻어진 일만큼 이제부터라도 아내에게 따뜻한 남편이 되고 싶다.
이 또한 해피수원뉴스 독자들에게 약속의 징표로 남기고 싶어 글을 썼다.
생과 사...급박했던 새해 1주일_3
행사장에서 시민기자 김기승

해피수원뉴스 독자 여러분 새해엔 행복만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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