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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나를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
2010-01-29 16:52:58최종 업데이트 : 2010-01-29 16:52:58 작성자 : 시민기자   유시홍

어느 곳으로도 피할 곳이 없으며 바닥에는 전기가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는 상자 속에 개를 가두었다. 그리고는 신호음과 함께 상자의 바닥에 전기를 흐르게 하여 개에게 몇 번인가 전기충격을 가하였다. 전기의 흐름에 놀란 개는 상자를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다가 이내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며 그대로 주저 않아 전기충격을 감수하고 만다. 

상자의 한쪽 바닥에는 전기가 흐를 수 있게 하였고, 다른 쪽의 바닥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도록 설계된 상자 속에 위의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와 새로운 개를 함께 집어넣은 뒤 신호음과 함께 상자바닥의 한쪽에 전기를 흐르게 하였다. 상자의 구조상 한쪽바닥에만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전기가 흐르지 않는 반대편 상자 쪽으로 개들은 충분히 피할 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상자바닥에 전기가 흘러도 피할 곳이 없다는 걸 경험한 개와,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개는 상당히 다르게 반응하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투입되었던 개들은 상자바닥에 전기가 흐르자 이리저리 뛰어다닌 결과 한쪽 상자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 다는 것을 터득하고 신호음이 들리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상자쪽으로 피하는 반면에, 이미 전기충격을 경험하였던 개는 바닥에 전기가 흘러도 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웅크린 채 무기력하게 전기충격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족은 나를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_1
가족은 나를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_1

위 실험이 바로 긍정심리학의 권위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 대한 실험이다. 셀리그만은 미국심리학회의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표작 '낙관성 훈련(Learned Optimistic)', '낙관적인 아이(The Optimistic Child)'와  긍정심리학', '학습된 낙관주의' 등 20여권이 있다. 

셀리그맨은 개들에게 하였던 비슷한 실험을 사람들에게도 했다. 이 실험은 소음이 가득한 방에 사람들을 들어가게 한 후, 첫 번째 그룹은 간단한 반응을 하는 것만으로 소음을 없앨 수 있게 하였고, 두 번째 그룹은 어떠한 반응에도 소음을 없앨 수 없게 하였다. 

실험을 마친 후에 사람들에게 '철자순서 바꾸기'같은 간단한 문제를 풀게 하였는데 시험 결과 두 번째 그룹의 사람들의 문제 풀기 능력이 무기력화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떻게 해도 자신이 통제 할 수 없는 소음이 그들에게 무기력증을 느끼게 했고, 결국은 철자 순서 바꾸기 같은 문제를 자신이 풀어봤자 무익하다는 판단이 무기력함을 불러왔던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도 똑같은 현상을 보였다. 즉, 무기력은 후천적으로 학습된다는 것이다. 

전기 충격에 대해 무기력하게 대응하였던 개처럼, 많은 우울증 환자들도 그들이 통제 할 수 없었던 아프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많이 하였을 것이다. 지인들과의 사별, 질병, 이혼. 사업의 실패 등의  어떠한 정신적인 충격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경험으로 인하여 후에 또다시 이와 같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여 져도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피할 방법을 찾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삶의 고통을 이겨내려 하지 않고 그냥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고 만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현명치 못한 대응으로 부과된 수천만원의 세금과 사업의 부진으로 이사, 치솟는 담보대출이자와 역 전세 사태를 빗어온 세입자와의 갈등, 지인들의 별세, 백내장 진단으로 인한 수술, 새해첫날의 교통사고 등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다 흔히 말하는 우울증이라는 것이 나에게 찾아 왔다. 입맛이 없고 각종 잡념으로 인하여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나고 수면제에 의존하는 현상까지 일어나더니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여 지더니 결국은 '죽어버릴까'하는 생각을 하여 본 적이 있다. '더 이상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는 본인의 의지와 집사람을 비롯한 가족들의 위로와 격려, 호응, 지지 등 긍정적인 동기부여로 인하여 나는 우울증에서 빠져나왔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부딪혀 보지도 않은 채 '하나 마나 하는 일을 무었 때문에', '나는 무슨 일을 해도 안돼'. '할 필요가 없어' 등 부정적이며 비관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고는 어느새 학습되어지고 습관화 되어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생활로 이어지고, 약이나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고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져  결국에서는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하여 간혹 최후의 수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자. 어려운 사회적 경제적 상황으로 인하여 지금 이 순간 심신이 피폐하여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우리의 이웃이 옆에 있지는 않은가? 또한, 우리는 알면서도 그들을 외면하고, 손가락질하고 있지는 않는가? 

지금 이 순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들어 삶을 외면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당신 곁에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이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생활하여보자.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행복한 삶으로의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기력 속에서 허송세월 하기엔 당신의 삶은 너무나 고귀하며, 세상은 아직은 살만하다.

무기력, 우울증, 셀리그맨, 유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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