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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보는 해와 여름에 보는 해
새해 첫 해맞이를 하고나서
2010-01-03 23:32:20최종 업데이트 : 2010-01-03 23:32:20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겨울에 보는 해와 여름에 보는 해_1
겨울에 보는 해와 여름에 보는 해_1
 '아, 내가 여름에 봤던 해는 가짜(?)였구나.' 라는 생각이 내가 새해 첫 해를 보았을 때의 소감이다. 
작년 여름 처음으로 해를 보러 정동진에 갔었는데, 그 해는 내 눈 속에 가득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이리저리 사진도 연신 찍고, 계속 그 해를 바라보며 말도 안되는 소원을 수십 개씩 빌었던 기억이 난다. 

새 해에 봤던 첫 해는 엄청나게 컸다. 
크기 상으로 컸다는 것이 아니다. 겨울의 해라 그런지, 너무나도 새빨갛고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만큼 밝게 빛났다. 너무 이글거려서 계속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소원도 소박하게 변했다. 
작년에는 사실 '음, 저게 해로구나.' 하며 이런 소원 저런 소원을 촐랑대며 빌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새 해의 그 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듯 했고, 정말 딱 한가지의 소원을 들어줄 것만 같은 램프 속의 지니가 나타난 것 같달까. 

나는 이제까지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일출을 두 번 봤다. 한 번은 내 평생을 함께할 친구였으며, 한 번은 내가 지금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과 애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둘 다 너무 감동적이지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확실히 다르다. 친구라는 사람은 내 옆에 언제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서, 내게 믿음이라는 감정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조금 다르다. 내가 어린 나이에 사랑이라는 것 자체를 운운하는 행동이 참으로 어리석기도 하겠지만, 그 나이에 나름대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을 해보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도 언제나 옆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그 믿음 뒤에 불안함과 두려움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할 수 있다면 이혼과 결별이라는 단어는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불안함과 두려움은 사람에게 간절함을 줄 수 있다. 
나에게 그런 간절함을 느끼게 해 줄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몇이나 될지는 모른다. 나는 그러한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원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애정이 깊다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보던 해는 든든함과 감동을 내게 주었다면, 새해의 첫 해는 나에게 눈물 한 방울을 주었다. 내 옆에 있던 사람에게는 보여주기 부끄러워 얼른 손으로 눈물을 훔쳐버렸지만, 그 손으로 잡았던 그 사람의 손은 잊지 못할 것이다. 
간절하게 바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말해버리면 그 소원이 효력을 잃는다는 소문을 믿는 사람으로서, 소박한 나의 소원을 꼭 이루어 내년 이맘 때 즈음에 소원을 성취했다는 글을 올렸으면 하는, 또 하나의 작은 소망을 꿈꿔본다.

새해, 해돋이, 소원, 유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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