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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겪는 엄청난 눈
온 대지를 하얗게 만든 쌓인 눈을 바라보면서
2010-01-04 15:37:20최종 업데이트 : 2010-01-04 15:37:20 작성자 : 시민기자   박신희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처음이다. 
고향이 남부지방인지라 일년에 눈이 오는 날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고 눈이 와도 금방 녹아버리는 것만 보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5시경 일어났을 때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광경은 평소와 달랐다. 
눈이 온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기 때문에 눈이 오고 있겠거니라고 생각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매우 조용했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났다. 창문틀에 10cm정도 눈이 쌓여 있었고 도로에는 눈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었다. 눈으로 대충 어림짐작을 해도 15cm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출근을 하고 난 뒤 나는 집안일을 조용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소에서 방송을 했다. 아파트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하는데 경비원들의 인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아파트에 있는 사람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나가고 싶었지만 딸린 식구들이 있어서 참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바깥에 더 나가고 싶어했다. 쌓인 눈을 보면서 얼른 나가서 눈으로 재미난 놀이를 하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11시 경이 되어서 나는 아이들의 옷을 챙겨 입히고는 아파트 마당으로 나갔다. 10층에서 내려다본 눈과 1층에서 내려다 본 눈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아이들과 함께 빈 공터로 가서 쌓인 눈을 밟아보기도 하고 눈을 뭉쳐서 던져보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엄청난 눈_1
태어나서 처음 겪는 엄청난 눈_1

아이들은 눈이 너무나 신기한 나머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었다. 
눈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개발해서 하고 있었다. 엄마가 어떻게 놀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기네들이 이미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치우는 아주머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 눈을 치우고 있었다. 큰 아이는 직접 삽으로 눈을 치워보겠다고 아주머니에게 가서 삽을 빌려달라는 말을 했다. 아주머니는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삽을 빌려주면서 조심해서 사용하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는 삽으로 눈을 치우려고 애는 쓰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1m도 전진하지 못하고 쌓인 눈만 푹푹 쑤시는 모양이 너무나 우스워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1시간 가량 놀다가 날씨가 추운 것 같아서 집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무사히 출근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전화를 했더니 출근하는데 평소보다 3배 이상 시간이 걸렸고 출근하자마자 눈을 치우기 시작해서 아직도 눈을 치운다는 이야기를 했다.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눈 때문에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인터넷 뉴스를 잠깐 보니 여기저기에서 눈 때문에 피해가 많다고 기사가 나온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눈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신이 나기만 한다. 결혼하기 전이라면 친구들, 형제들과 함께 눈밭에서 뒹굴었을 것인데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한다. 
그래도 온 대지를 하얗게 만든 쌓인 눈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상에 젖어든다.

폭설, 출근길, 제설작업, 박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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