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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2010-01-04 16:54:41최종 업데이트 : 2010-01-04 16:54:41 작성자 : 시민기자   유시홍

"경인년(庚寅年) 새해 첫날인 1일 늦은 밤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눈이 내릴 전망입니다. 중국 북부지방에서 남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밤부터 구름이 많아져 자정을 전후해 경기 서해안부터 눈이 시작 되겠습니다." 
"눈은 2일 새벽 서울과 경기ㆍ강원ㆍ충청, 경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상 강수량은 서울, 경기, 강원 영서 1~5cm, 충청 1~3cm, 경북과 강원 영동 2cm 안팎 등입니다. 특히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쌓이는 곳도 있겠습니다. "

늦은 밤 일기예보를 보고난 후 친구와 함께 동해안으로 해돋이 구경을 간 아들 녀석의 귀경길을 걱정하며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었다. 

모처럼 늦잠을 자고 매장으로 출근을 위하여 정오가 지나서야 집을 나섰다. 

눈은 새벽녘에 잠깐 동안만 내렸는지 그리 많이 쌓여 있지 않았으며 그나마 기온도 많이 올라가 차도위의 눈은 거의 녹은 상태였다. 하지만 보도위에는 눈이 녹지 않아 아직은 미끄러운 상태라 조심조심 집을 나섰다. 

집 앞 슈퍼마켓 앞에 도착하였을 때  젊은 남녀 둘이서 어느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상당히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께서 길을 물어보시나 보다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치고 나서 주차장에서 운전을 하며 돌아서 나오는데 어려운 걸음을 옮기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차량의 뒷 창을 통하여 룸미러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엑셀레이터를 깊숙이 밟았다.

그러나 얼마나 달렸을까, 조금 전  할머니의 모습과 나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 되더니 어느새 나는 할머니께서 걸어가시던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서는 그곳에서 수 십 미터 밖에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계셨다. 당뇨와 고혈압의 지병이 있으신 할머니께서는 관절염으로 잘 걷지도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 
연말에 충분한 약을 확보하지 못한 할머니께서는 어제 약이 다 떨어져 병원을 방문했으나 진료를 하지 않아 약을 드시지 못하여 심신이 몹시도 허약해진 상태였다.

오늘도 병원문을 열지 않았으면 어쩌나, 토요일이라 일찍 닫았으면 어쩌나, 하면서도 전화번호를 알 수 없어 안전부절하면서 가뜩이나 미끄러운 경사진 길을 어렵게 오르고 계시던 것이었다. 

병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의 2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병원 안까지 부축하여 안내하여 드렸어야 하였는데, 진료여부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병원 전화번호라도 적어드리고 오는 것인데, 조금 기다렸다가 집에까지 모셔드리고 오는 것인데, 집에는 잘 들어 가셨을까...... 

오후 내내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시간관계로 병원 문 앞에까지만 모셔다 드린 할머니의 모습이 하루 종일 눈앞에 아른거린 기나긴 하루였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_1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_1

기축년의 마지막 날, 새해를 본가에서 맞이 하기 위하여 늦은 시간 출발해서 자정을 막 넘기는 시간이 되어서야 아내와 함께 부모님 댁에 도착했다. 

집에서 빗어간 김치만두를 먹으면서 오소도손 새해 덕담을 나누며 새벽녘에야 잠을 청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본가를 지척에 두고도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지 못하였던 나는 부모님을 뵙던 순간 나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팔순을 내다보는 어머니께는 수십 년 전 부터 고혈압과 관절염으로 고생하시고 계신다. 얼마 전 부터는 당뇨로 인하여 약을 드시고 계셨는데 요즘은 어깨의 통증으로 인하여 팔까지 못쓰고 계셨던 것이었다. 

하루하루 눈에 띠게 늙어 가시는 부모님을 뵙고 온 후에는 몇 일 동안 많은 생각을 한다. 

얼마나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실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괜시리 눈물이 핑 도는걸 보면 물질적으로 많은 효도는 하지 못하고 살지만 나도 불효자는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하며 피식 웃어본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_2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_2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소망과 함께 기원을 한다. 
새해에는 나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몸이던 마음이던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하나 기원을 했다. 

새해에는 부모님은 물론 장인어른도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자주 찾아 뵙고 안부전화 드려야지 하는 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마음을 굳게 다지며 평소에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말을 맘속에서 외쳐 본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래 오래 사세요. "

새해, 아버지, 어머니, 사랑, 유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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