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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눈이 더 좋다
대한, 소한, 폭설, 교통마비, 심춘자
2010-01-05 12:33:50최종 업데이트 : 2010-01-05 12:33:5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추운 날, 오늘이 소한이다. 
마침 백 삼년 만에 맞은 폭설로 도시가 한겨울의 가운데 있음을 각인시키는 날이기도 하다. 눈에 대한 느낌이란 눈이 많이 내린 그 이듬해는 풍년을 가져다 주고 푸근한 겨울이 된다고 믿어왔다. 

집 근처의 나무들은 가지마다 구름솜을 얹어 놓은 듯 포실포실  솜사탕이 주렁주렁 열렸다. 작은 새 한 마리 앉았다가 날아가면 작은 미동에도 푸드득하고 눈가루가 흩날린다. 베란다 난간의 고드름이 물방울이 되어 똑똑 흐르고 있다. 눈이란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동심으로 돌아가 한없이 뛰어 놀던 시절의 아득한 그리움을 갖게 하기도 한다. 

옛날 눈이 더 좋다_2
옛날 눈이 더 좋다_2

하지만 밖에 나가 보니 집안에서 보는 설경과는 다르게 너무나 춥고 힘들게 하였다.  
제설 작업이 끝나지 않은 인적이 드문 인도는 발목이 푹푹 빠져서 걸어 다니기 힘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수퍼마켓 앞에는 단단하게 밟힌 눈이 거의 눈썰매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미끄럽고 위험해 보였다.  아파트를 따라 경사진 입구에는 점잖은 어른이나 아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엉덩방아를 찧게 했다. 눈을 치운 곳이었지만 아직 녹지 않아 빙판이 되어  웃지 못 할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경사진 학교 앞  도로에는 자동차가 줄을 서서 진행하지 못하고 한참을 섰다가  겨우 거북이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했다.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지각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했다. 어떤 친구는 아침에 다른 날 보다 일찍 등교를 했는데 연락이 안된다고 도착하면 연락달라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전화와 문자가 쇄도하여 응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한다.  
또 어떤 친구는 4교시가 거의 끝날 무렵 등교했는데 아마도 점심 먹으러 온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어차피 담임선생님도 늦게 나오셔셔 아마 모르실거라고 그럴 줄 알았으면 자기도 늦게 등교 하는 건데 하며 장난스레 웃어보였다.  

학원이나 문화센터의 차량운행도 하지 않아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평소에 문화센타에 걸어서 20분가량 소요되는데 오늘은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발도 시리고 손이 곱아서 자꾸 주머니에 손이 들어갔다.  

옛날 눈이 더 좋다_3
옛날 눈이 더 좋다_3

돌아오는 길에는 자동차가 고장이 났는지 어두운 도로에서 차를 수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저씨도 보였다.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량이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옆 차가 지날 때마다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눈가루가 푸르르 날렸다. 

동해의 겨울은 늦게 시작하여 남쪽에 꽃소식이 올 때까지 늦게까지 눈이 내렸다. 
이른 첫눈은 크리스마스를 전후에 오고 늦은 첫눈은 1월이 되어야 내릴 때도 있다. 양은 너무 적어서 첫눈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러나 일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눈이 내리면 기본이 무릎까지 올라온다. 발목가지 내리는 양은 싸리 빗자루로 슥슥슥 쓸어내면 되어 걱정도 하지 않는다. 무릎 정도 오면 온 동네 주민들이 함께 마을길을 치운다. 회관가는 길이며 마을 가는 곳곳의 소로까지 눈을 치우고 그날은 회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뜨끈한 떡만두국으로 배불리 먹고 윷놀이도 하고 담소를 나누고 저녁에 각각 집으로 돌아왔다. 

옛날 눈이 더 좋다_1
옛날 눈이 더 좋다_1

눈이란 그런 것이었다. 눈내린 도로가 아비교환이 되어 등교와 출근길이 지옥이고 시설물 피해로 한해의 농사를 망쳐먹는 그런 것이 아니고 마을 사람들 간의 단합과 땀 흘리고 나서먹는 따뜻한 떡국과도 같은 푸근함과 풍요로움이었다. 
다시 한 번 꼭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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