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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2010-01-10 17:59:28최종 업데이트 : 2010-01-10 17:59:28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어린시절 가장 많이 했던 놀이는 공기놀이, 망까기, 고무줄 놀이,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넘기 그리고 넓디넓은 운동장 한 구석에서 땅만 있으면 가능했던 놀이인 땅따먹기가 있다.

한 점에서 시작하여 납작하고 조그마한 돌을 중지 손가락으로 꿀밤 먹이듯 톡톡치면서, 사각모양이 되도록 규칙을 정해서 마지막엔 출발점으로 돌을 골인시켜야 비로소 내 땅이 되었다. 

우리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_1
우리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_1

작은 마름모꼴의 땅이 점점 커나가는 재미에 땅거미가 어둑어둑해지는 줄도 모르고 친구와 쪼그리고 앉아서 땅따먹기 했던 시절이 있다.

톨스토이 우화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 속에는 여럿의 우화가 조각조각 담겨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라는 우화 속 조각이야기는 어린시절 땅따먹기를 하던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글이다.

시골에 사는 한 농부는 결혼해 소작을 하며 그런데로 평화롭게 살았었다.
그런데 소작을 하다보니 지주와의 충돌도 있고, 주변에서 땅을 사기 시작하자 농부도 땅을 살 필요를 느끼게 되면서 땅을 사기 시작했다.
땅을 사서 풍작이 들고 여유로워 지면서 점점 더 넓고 좋은 땅을 찾아가는 데, 어느 날 아주 매력적인 제안을 하는 마을에 머무르게 되면서 그는 커다란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땅을 사고 싶은 사람이 하루동안 걸어다닌 땅을 모두 1천루블에 양도하는 대신 출발한 당일에 출발점에 되돌아 오지 못할 때는 지불한 돈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출발하였는데 앞으로 나갈수록 자꾸 걸음이 빨라졌다.
15리쯤 왔을때 돌아가려고 했는데 땅이 너무 좋아서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고, 습지가 너무 아까워서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갔다.
목표점의 푯말이 점점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걷다가, 자기가 욕심부린 것을 깨닫고 그제서야 출발점을 향해 걸어왔다.

걸음을 재촉해도 5리 밖에 못왔는데 벌써 해가 지평선 위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숨이 막힐 정도로 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태양이 모두 가라앉고 있어서 뛰는 것을 체념하려고 했는데 언덕 위에는 아직 햇빛이 남아 있었다.
그는 언덕 아래 있었기 때문에 있는 힘껏 언덕 위로 뛰어 올라갔다. 
거기에는 출발점의 표적인 촌장의 모자가 있었고, 그는 드디어 출발점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그는 쓰러졌다. 땅을 차지한 순간 숨을 거둔 것이다.
그 농부의 일꾼은 주인이 가져갔던 삽으로 그가 누울 수 있는 6척의 구덩이를 파고 주인을 묻었다. 

과연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어제 마침 동생이 집에 들러서 남편이랑 셋이 와인 한 잔을 하면서 지나온 이야기를 하였다.
동생은 젊은시절 몸을 혹사해 지금 당뇨를 앓게되긴 했지만, 젊은 날의 땀과 열정이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기반을 잡기 어려웠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이삼십대에는 너무도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점심을 거르기 일쑤였고 배가 고프면 차 안에서 카스테라와 우유 한 컵으로 허기를 때웠다고 한다.

점심식사 보다는 거래처와의 약속을 더 중요시한 덕에 신뢰감을 쌓게 되었고, 그 결과 더욱 많은 거래처를 갖게 되어서 그게 지금의 탄탄한 기반이 되어준 것이다.

우리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탱탱 불은 자장면을 먹기 일쑤였고, 북어를 불려서 국을 꿇일 시간이 없어서 인스턴스 북어국을 사다가 물에 넣고 끓여서 밥을 말아 후루룩 재빨리 먹어야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었다.
그 덕분에 생활은 좀 여유로워졌지만 건강은 조금씩 나빠졌다.

이제서야 우리는 거래처가 끊기는 한이 있어도 점심을 챙기게 되었고, 거래처에서 우리를 기다릴 정도의 친분도 갖게 되어서 전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임춘애선수가 라면만 먹고도 영광을 얻었던 건 오히려 허기때문이었던 것처럼, 아이러니 하지만 때론 결핍이 우리 생을 더욱 더 풍요롭게하는 질료가 되기도 한다.

젊은 날의 무모한 열정도 생의 주기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이가 들고 점점 건강을 잃게 되면서 젊은 날의 무모함을 반성하는 시간도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사람이 죽어도 6척의 땅조차 필요하지 않다. 
화장에 대한 생각이 점점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져서 이젠 작은 유골함에 담겨 납골당에 보관이 되고, 그도 아니면 산이나 땅에 뼈가루를 뿌리기도 하기때문에 죽음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좀 더 가벼워져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지금 언덕 위에 햇빛이 남아 있는 걸 보고 힘껏 뛰고 있다면, 과연 우리는 땅이 얼마나 필요할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어린시절,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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