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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부모님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시댁 식구들과 함께 한 새해맞이
2010-01-13 04:18:51최종 업데이트 : 2010-01-13 04:18:5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오래오래 부모님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_1
오래오래 부모님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_1

12월이 되면 바쁘다.
나름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집안청소를 하기 시작하는데, 커튼빨기, 카펫세탁, 이불빨기...등등 새로운 해를 향긋한 기분으로 맞이하고 싶은 욕심때문에 묵은 먼지를 떨어내느라 부산스럽다.
그렇게 부산스럽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날은 시댁에 간다.

새해를 시부모님과 함께 맞이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종종거리며 음식을 만들어서, 시댁에 가서 음식을 풀어놓고 밤 늦도록 오손도손 앉아서 시아버님이 아끼는 술 한 병과 큰 누님이 준비해 놓은 안주랑 동서가 만든 김치, 동서네서 김치랑 같이 가져 온 과일을 함께 먹으며 별 내용은 없지만 아주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베개를 들고 방에 들어간다.

서너시간 눈을 붙이고나서 남편이 흔들어 깨우면 그제서야 후다닥 일어나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나눈다. 

그 사이 두 분은 멀리서 사는 사위랑 손주에게 문안전화를 받으시고 동서네서 보내온 녹용을 빨대에 꽂아 두분이 사이좋게 드시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모른다. 
그리고 저녁 때는 막내 시누이가 온다는 소식에  조금은 들떠보이는 모습도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우리는 모두 저마다 사랑하는 방법만 다를 뿐 시부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효도란 건 특별난 게 아니다. 이렇게 자기의 상황에 맞게 소신껏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식사를 하고나서 커피와 과일을  놓고 앉아서 시아버님의 덕담도 듣고, 남편이 한 마디하면 나도 끼어서 한마디 하고 그렇게 두런거리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고,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자마자 부산스럽게 보따리를 싸가지고 돌아온다. 

동서네 텃밭에서 잘 자란 야실야실한 고구마며, 빨강, 녹색, 노랑색 파프리카, 묵은 된장, 큰 시누님이 챙겨놓은 미역이며 김, 오징어 포... 그리고, 동서네서 형님 챙겨 주라며 우리 몫을 잊지 않고 챙겨서 과일도 한 보따리 가져온다.

시집간 시누이가 어느 때는 털실로 곱게 뜬 수세미를, 어느때는 예쁜 수가 놓아진 손가방을 동서몫, 내몫 챙겨서 놓아 두었을 때 그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기분이 좋다.
아직도 그 손가방을 들고 다녀서 이젠 손때가 많이 묻었고,  털 수세미는 너무 예뻐서 그릇 닦기가 아까워 아직도 걸어두고 보기만 한다. 

가져다 놓고, 챙겨 주시고...그 따뜻한 정 때문에, 우리들은 아마 그 힘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보신각 앞에서 직접 타종 소리를 들으며 빽빽한 인파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환희도 좋지만, 정동진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그 장관에 넋이 빠지는듯 맞이하는 황홀함도 좋지만, 스키장에서 스키 들고 다니느라 지쳐서 한 숨 푹 자느라 중천에 뜬 해를 바라보는 느긋함도 좋지만, 그도저도 아닌 귀차니즘에 집에서 그냥 뒹굴거리다가 맞이하는 편안한 해맞이도 좋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같이 해를 맞이하는 해맞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그냥 좋은 것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는 부모님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것이다.

새해, 해맞이, 시댁, 부모님,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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