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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금방 내린 눈은 예쁘지만 녹아버린 눈은 안 예뻐요
2009-12-28 13:07:12최종 업데이트 : 2009-12-28 13:07:12 작성자 : 시민기자   박신희

눈 오는 날_1
아무도 밟지 않은 쌓인 눈은 사람들로 하여금 밟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으로 수원의 아침 출근길은 그야말로 비상사태였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도로는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서있고 어떤 곳에서는 접촉사고가 나서 비상등을 켠 차들이 있었다. 아예 멈춘 것은 아니지만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는것 처럼 차들이 천천히 이동한다. 
차량의 이동량이 가장 많은 수원역은 보나마나 차들로 뒤엉켜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것을 염려한 직장인들이 눈이 쌓인 인도를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도 눈에 띠었다. 

하지만 아파트 안에 있는 놀이터와 정원을 보면 바깥 도로와는 확연히 다르다. 아침 이른 시간에는 출근하는 차들로 인해서 한산한 모습이고 놀이터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아직 없다. 눈이 와서 그런지 대지가 평소보다 더욱 조용했다. 
아침마다 들리던 사람들의 소리, 자동차들이 이동하는 소리가 눈으로 인해 거의 들리지 않는다. 눈이 소리를 흡수한다는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후가 되자 어린이들이 하나둘씩 놀이터로 나와서 쌓인 눈으로 장난을 친다. 눈싸움을 하는가 하면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보려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내린 눈은 잘 뭉쳐지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베란다에 쌓인 눈을 뭉쳐보았지만 바로 으깨져버린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은 쌓인 눈을 쓸기 위해서 넉가래와 대비를 들고 이곳 저곳으로 이동을 한다. 사람들과 차들이 다니기에 안전하도록 미리 눈을 치우는 모습이다. 안 보이는 곳에서 수고하는 경비원 아저씨들 덕택에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하게 이동을 할 수 있다. 

눈은 쌓일 때가 가장 이쁜 것 같다. 
갖가지 색으로 휘황찬란한 도심을 흰색으로 물들여버린다. 일년동안 이렇게 눈이 쌓이는 순간이 수원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더욱 보기 좋은 것 같다. 나무에 쌓인 눈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눈발을 날려보기도 한다. 눈이 오면 가장 신나는 것은 역시 아이들인 것 같다. 눈을 밟아보기도 하고 날려보기도 하는 아이들은 내내 내린 눈을 신기해 하는 눈치다. 

눈 오는 날_2
진흙과 뒤엉킨 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제외된다

대지를 하얗게 물들인 눈은 햇볕이 들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차량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눈을 치운 곳은 햇볕이 들면 금새 녹아서 물로 변하고 곧바로 마른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로는 흙이 섞인 눈이 녹으면서 금새 진흙탕으로 변한다. 
언제 하얗게 이쁘던 눈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거무튀튀한 얼음섞인 진흙탕이 된다. 색깔이 변한 눈을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얀 눈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만큼 관심도 없다. 

눈을 한 움큼 쥐어서 공중에 흩날리면 햇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도 볼거리다. 마치 작고 작은 보석이 하늘에서 날리는 것처럼 눈발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일년에 몇 번 안되는 눈오는 날은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준다.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스레 걸어야겠다. 눈길에 미끄러지면 창피해서 더 아픈 것 같다.

, 비상등, 접촉사고, 박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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