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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어디서 하면 좋을까?
2009-12-29 17:34:16최종 업데이트 : 2009-12-29 17:34:1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동해에서 오래도록 살았음에도 아직 일출을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다. 
운 없어 그럴까 쉬우면서도 여간 정성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싶다. 특히 신년을 시작하는 정초에는 더욱 그렇다. 

언젠가부터 해맞이를 하기 위해 까만밤을 고속도로를 달려 바다에서 산에서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어떤 때에는 너무 이른 시간에 가 "혼자면 어떡하나" 하는 별걱정도 하고 너무 추워서 기다리는 동안 손발이 꽁꽁 얼기도 했다. 

해맞이 어디서 하면 좋을까?_1
해맞이 어디서 하면 좋을까?_1

지난 정초에는 광교산에서 해맞이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형제봉에서 기다렸는데 흐렸었던가, 그날도 떠오르는 해를 보지 못하고 내려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리 해맞이를 하기 위해 동해에 다녀왔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동해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는 아침부터 많은 차량으로 거북이걸음을 했다. 친정이 강원도라 평소에 부러워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그런데 친정에 갈 때 마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단하다. 봄에는 산에 가는 상춘객, 여름에는 피서객과 가을에는 단풍을 즐기려는 여행객, 겨울에는 스키 매니아들 때문에 영동고속도로는 사계절 붐빈다.  
주말에는 붐비는 정도가 아니라 몸서리쳐질 정도로 차가 많다. 그래서 소위 피크라고 말하는 절정기에는 집을 나설 엄두를 내지 않는다. 

올해는 달력의 숫자를 몇 개 안남기고 미리 동해에 갔다. 생전 처음 해맞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보충 수업을 앞두고 며칠 방학한 큰아이와 매일이 즐거운 작은 아이는 고속도로가 꽉 막혀도 짜증내지 않는다. 십 수 년을 그렇게 다니다 보니 이골이 났는가 보다. 

해맞이 어디서 하면 좋을까?_2
해맞이 어디서 하면 좋을까?_2

그날 저녁은 친정에서 간단하게 먹고  술자리도 없이 일찍 잤다. 
다음날 "추운데 아이들은 데려가지 말라"는 친정엄마의 걱정을 뒤로 하고 깜깜한 시골길을 따라 달려 망상에 도착하니 6시가 넘지 않았다. 집에서 챙겨온 따끈한 대추차를 차 안에서 마시고 기다렸다. 아이들은 탁한 히터 냄새에 연신 하품을 하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오들오들 떨면서 일출을 기다린다는 것이 좀 과하다 싶으면서도 오늘만은 꼭 해맞이를 해야겠다고 오기로 기다렸다. 
희뿌옇게 어스름이 걷히고 있었다. 바깥은 싸한 칼바람이 불었다. 어스름한 바다의 형체가 보이고 찝질한 바다냄새가 바람과 함께 이리저리 회오리를 만들면서 지나갔다.

"아! 춥다" 
올린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다시 차안으로 들어와 잠깐 동안 "미쳤어. 이렇게 추운데 웬 생고생이야" 생각했다. 해맞이를 하면서 다가올 신년의 소망을 빌어 보겠다는 마음은 물 건너가고 없어진지 오래였다. 큰아이가 부스스 눈을 비비고 " 왜 아직 해가 안 나와요?" 한다. 

"그러게. 조금만 있으면 나오겠지"
"조금만 기다려" 
"이제 나올꺼야"

이렇게 기다림으로 아침을 보냈다. 

날씨가 쾌청하지 못하여 이번에도 해맞이를 하지 못했다.  바다는 성난 파도를 업고 모든 것을 덮쳐버릴 기세다. 쉼 없이 밀려왔다가 다시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해맞이 왔다가  바람맞은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땐 직접 해 뜨는 광경을 보여주겠다고 담요로 꽁꽁 싸서 데리고 왔던 때도 있었다.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에서의 일출은 진입 도로가 막혀서 보지 못했고 정동진에서의 해맞이는 동생네 아이의 감기로 중도에 돌아와야 했고 시간과 장소가 되면 날씨가 흐려서 못보고 해맞이와는 참 인연이 되지 않았다. 

신년을 이삼일 두고 또 고민한다. 이번에는 동해가 아니고 서해로 가서 일출을 보면서 소망을 빌어 볼까 하고.

동해, 해맞이, 광교산, 심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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