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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먹고 사랑도 먹고
엄마의 사랑법
2009-12-14 14:32:10최종 업데이트 : 2009-12-14 14:32:1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학교에서 돌아 온 아이는 신발을 벗기도 전에 "엄마, 오늘 밥은 뭐 먹을 거예요?"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은 "아! 배고프다. 밥 줘." 한다. 학교나 회사 그리고 외출을 끝내고 귀가하는 식구들 마다 오늘 뭘 먹을 건지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대부분은 외출했다 돌아온 식구들을 반가이 맞아주지만 가끔은 짜증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 엄마 얼굴이 밥으로 보이냐?"한다. 

밥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선 " 쌀. 보리 따위의 곡식을 씻어서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라 한다.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밥이란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안고가야 할 애물단지와도 같다. 하루에 세 끼니를 꼬박꼬박 준비하면서 취향이 각기 다른 가족들의 입맛에 맞게 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간식 만들어 주기를 좋아했다. 튀김이나 만두, 떡볶이 같은 분식류는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가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의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도 좋고 쑥쑥 크는 것 같았다. 바깥에서 파는 주전부리를  거의 사 먹지 않고 커 온 아이들이라 아파트에 장서는 날 포장마차에서 간식이라도 먹자면 질색을 한다. 집에서 매번 간식을 해 주어 입맛을 엄마에게 맞춰 나타 난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다.

밥도 먹고 사랑도 먹고 _1
밥도 먹고 사랑도 먹고 _1


아이들에게 있어 밥이란 반찬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엄마, 밥 뭐 먹을 거예요?"하는 것은 어떤 반찬들과 밥을 먹게 될지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있는지 아니면 특별식이라도 있는 것인지에 따라 밥을 먹는 양도 달라지기도 한다. 직업적으로 야근이 많은 남편은 아무리 늦은 퇴근을 하더라도 저녁밥은 집에서 먹는다. 회식을 하는 날에도 돌아오면 밥 먹기를 희망하니 두말 하면 잔소리다.  

미리 식단을 짜고 재료들을 준비하여 밥상을 차려 놓아도 헛수고로 돌아갈 때가 있다. 유독 비빔밥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계란 후라이와 나물 몇 가지만 있으면 고추장을 들고 와 비벼먹는다. 나름 밥상을 이쁘고  보기 좋은 상차림을 하기 위해서 애쓰는데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주 비벼 먹는 것이 싫어서 나물을 할 때에는 계란요리를 함께 하지 않으면 이젠 조금 컸다고 직접 계란 요리를 한단다.  
밉다. 정성들여서 준비한 것인데 굳이 자기들이 먹고 싶다고 다시 요리한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는다. 
남편은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그러나 바깥 음식 먹기를 정말 싫어한다. 점심은 어쩔 수 없이 먹기는 하지만 집 음식에 배어 버린 입맛이 바깥 음식이 맞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남편이 퇴근 할 즈음에 찌개를 끓이고 나물을 무친다. 밥상에서 찌개의 보글거리는 소리를 좋아하고 토속적인 음식을 자주 먹기를 좋아한다. 밑반찬으로 여러 가지 준비해도 헛일 일 때가 많다.  입에 맞는 반찬 하나만 있어도 잘 먹기 때문이다.
밥도 먹고 사랑도 먹고 _3
밥도 먹고 사랑도 먹고 _3


매일 먹지만 질리지 않는 음식이 밥이다.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주는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교 하고 돌아온 아이들에게 추운 날씨에 꽁꽁 얼은 손을 잡고 비벼주고 찬 기운이 달아나게 꼬옥 안아주자. 
중1인 작은 아이는 아직 엄마와 뽀뽀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직도 어린애다. 밤늦게 돌아온 큰 아이도 가끔 한 번씩 안아 준다. 키는 엄마 보다 훨씬 컸지만 그래도 한 번씩 안아주면 좋아한다. 농담 삼아 이젠 "엄마가 절 안아 주는 것이 아니라 제가 엄마를 안아 드리는거죠."하고 너스레를 떨 때도 있다. 듬직하고 의젓한 모습이다.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배가 고플 땐 밥을 먹어야 그 허기가 사라진다. 허기가 졌을 때에는 엄마의 사랑도 더욱 고프다. 그렇고 보면 밥과 엄마의 사랑과 많이 닮았다. 엄마의 사랑이란 것이 대부분 표시 나는 것이 아니고 보면 받는 사람들은 사랑인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누룽지를 만들어주고 남편에게 시어머니께서 담가주신 된장이라 더욱 좋아하는 찌개를 끓여 주는 것도 분면 사랑이라고 믿는다. 
허기진 배고픔에 엄마의 밥 한 그릇으로 사랑의 배고픔까지 없앨 수만 있다면 얼마나 엄마 됨이 복된 역할인가 감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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