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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아버지를 안아드리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2009-12-15 11:11:22최종 업데이트 : 2009-12-15 11:11:2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시골에 계신 고모님께서 저녁밥 먹을 시각에 전화를 하셨다. 
지난 휴일 엄마의 생신 때문에 친정엘 갔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를 안아드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를 고모님께서는 한 번도 안아드리지는 못하고 겨우 손이나 얼굴을 찬찬히 잡아 보신 것이 다라 하셨다.  "누가 시켜서도 그렇게 하지는 못하는 일인데 정말 고맙다" 한다. 

친정 아버지를 안아드리다 _1
친정 아버지를 안아드리다 _1

친정 아버지를 안아드리다 _2
친정 아버지를 안아드리다 _2

지난밤에 밖에서 식사를 마치고 노래방에 갔었는데 흰머리가 하나둘씩 보이는 오빠가 엄마를 꼭 안아주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 흥겹게 노래 부르고 즐거운 분위기였지만 왠지 눈물이 핑 돌았다. 일남삼녀 중에 장남으로 오빠는 부모님께는 둘도 없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었다. 

항상 엄마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어디 있냐?"고 하셨지만 오빠는 좀 더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빠는 아버지께는 든든한 아들이었고 엄마께는 참으로 다정다감한 아들이었다. 멀리 떨어져서 있지만 명절이나 행사 때에 오면 어느 샌가 또 엄마와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교 없는 딸과 비교한다면 오빠는 입안의 혀였다. 
그렇지만 엄마를 안아주는 모습은 보지 못했었다. 한 순간의 돌출행동일 수도 있고 또 그동안 안나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쉰이 넘은 아들이 엄마들 안아주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났을까? 

고희를 넘은 엄마는 나이 먹은 아들의 품을 쑥스러워하셨다. 아들에게 안기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고 남우세스러웠을까? 어쩌면 세월을 함께 가는 아버지로서 엄마에게 안기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고단한 세상살이를 잠깐 동안 만이라도 동심으로 돌아가 따뜻한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었던 건 정말 아니었을까? 
"그동안 오빠가 많이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생활이 있다는 핑계로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어서 부모님을 찾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평일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가장은 출근해서 살펴보지 못하고 또 휴일이면 일주일 동안 힘들었던 피곤을 덜기위해 쉼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게으름을 부리게 된다. 

학교를 마치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 하면서 효도는 내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여드리는 것이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부모님 뵈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가려고 노력했다. 어떤 땐 예고 없이 온 딸이 집안의 불화로 피신처쯤으로 생각하고 온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시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자주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두어 달에 한번 가기도 바쁘다. 

요즘은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엄마는 무릎도 불편한 것 같고 아버지는 예전에 단단했던 모습이 자꾸 작아지는 것 같다. 감히 아버지의 몸에 손을 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이젠 자꾸 아버지의 손도 잡아드리고 싶다. 툭툭 갈라진 거친 손을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조부님을 모시고 고모 삼촌들까지 대식구를 건사하신 손이다. 지난 세월은 아버지의 손을 쉽게 잡을 수가 없었지만 이젠 거칠고 투박한 손이라도 오래오래 아버지의 손을 보듬고 싶다. 

겨우 하룻밤 자고 갈 것이면 멀리서 힘들게 오지 말라 시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오기가 싫었다. 
그럴 때마다 작아진 엄마를 안고 "엄마 또 올께"하고 말했지만 점점 야위여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데 지난 휴일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가 보였었다. 항상 산같이 크고 강단 있는 모습이 어느새 멀리 길 떠나는 자식들을 걱정하고 여린 손자들의 고생이 못내 맘 아픈 여린 할아버지이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친정 아버지를 안아드리다 _3
친정 아버지를 안아드리다 _3

겨우 일 년에 몇 번 가족들이 한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다. 엄마의 생신이거나 아버지의 생신 그리고 명절들. 가족들이 모두 밥상을 둘러 앉아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보다 인원은 훨씬 많이 늘어나 할 일도 많지만 아버지 엄마를 중심으로 달그락 거리면서 식사하는 모습이 나는 제일 좋다. 
아직은 엄마 아버지를 그늘삼아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예전에 하지 못했던 애교 있는 딸이 되고 싶다. 아버지께 엄마를 안아드리는 딸이 아니고 영원히 안기는 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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