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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찾아온 우울증
사람과 교제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
2009-12-04 13:01:13최종 업데이트 : 2009-12-04 13:01:13 작성자 : 시민기자   한인수

나의 어머니는 결혼을 하면서 시집살이를 해 힘든 나날을 보냈다. 남편 뒷바라지하랴, 시부모님 모시랴, 아직 학생인 시동생들 뒷바라지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중 나의 할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해주는 바람에 집을 빼앗기게 되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그때부터 어머니는 사실상 시집살이를 종료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사는 것처럼 어머니는 부족한 가정 경제를 이끌기 위해 낮에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초등학생들이 공부하는 일일 학습지를 각 가정마다 배달하기도 했고 남자들도 기피하는 연삭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보험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수입은 눈에 띨 만큼 많지 않았다. 그래도 어머니는 나와 여동생이 자라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하시면서 열심히 사셨다. 

내가 대학생이 될 무렵에는 어머니는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직장에 다녀봤자 시간을 투자한 만큼 소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이 토큰 부스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 한 켠에 있는 토큰 부스에서 토큰을 팔고 그 외 여러 가지 먹거리들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원래 토큰 부스는 정부에 신고를 하고 허가받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지만 시민들 사이에는 부동산처럼 일정한 금액을 주고 판매를 할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찾아온 우울증_1
토큰 부스에서 2년간 일한 어머니는 우울증을 경험했다. 사람은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적을 수록 좋은 것 같다.

어머니는 집에서 좀 떨어진 거리에 있는 토큰 부스를 구입했다. 거래금액은 약 1천만원 정도였다. 어머니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옆에서 많이 도와드렸다. 한국은행에서 토큰을 바꿔서 가져다주기도 했고 도매시장에서 과자, 껌, 사탕 등을 구입해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명의변경이 되지 않는 것에 있었다. 

구청에서는 허가된 사람만 토큰 부스를 운영할 수 있는데 매매를 하게 되면 명의를 바꿔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장사를 하는데 명의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계속 토큰 부스를 운영했다. 
계산을 해보니 한달에 평균 100만원 정도 이익이 남았다. 확실히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소득은 많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좁은 토큰 부스에 앉아서 혼자 지내다보니 어머니에게는 우울증이 찾아오게 되었다. 하루 종일 있어도 대화를 할 상대가 없이 2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심각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토큰 부스로 갔다. 어머니는 거의 인사불성이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된 것이다. 나는 토큰 부스 문을 닫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지 한달이 지나 어머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교제없이 혼자서 좁은 공간에서 지낸 탓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당장 그 토큰 부스를 처분하기로 했다. 

그때 우울증의 심각성을 처음 알았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우울증으로 죽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 건강이 완쾌될 때까지 병간호를 열심히 했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뒤로 3년이 지나서 어머니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우울증 증상이 전혀 없다. 
자칫 잘못했으면 두 번 다시 어머니를 못 볼 뻔 했지만 다행히도 어머니는 아직도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 
사람과 교제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것 같다. 사람과 대화하고 교제하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인생을 좀 더 알차게 채울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버스정류장, 토근부스, 우울증, 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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