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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 가을, 단풍과 억새 사이에서
2021-11-16 15:17:40최종 업데이트 : 2021-11-16 15:57:13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장안공원의 아름다운 단풍

장안공원의 아름다운 단풍

 

입동(7일)이 지났으니 겨울이라지만 가을과 겨울이 겹치는 시기다. 예년에 비해 추위가 빨라진 탓에 사람들은 겨울옷으로 똘똘 감고 다닌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가을에 머물러있는 듯하다. 한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품어주고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단풍이라면 강원도 설악산이나 전라도 내장산을 떠올리지만 단풍의 절정이 지나면서 억새꽃이나 갈대꽃 관광으로 이어진다. 억새하면 강원도 정선 민둥산이나 경남 산청 황매산 같은 명소를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가족들과 1일 관광이라면 굳이 머나먼 곳에 가지 않고도 단풍과 억새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관광도시 수원이다.


수원시민들은 단풍 구경은 광교산을 찾아 산행하거나 장안공원 단풍이나 화서문을 지나 어차 전용도로를 따라 오르면 병풍처럼 성곽을 둘러싼 은빛나는 억새를 즐긴다. 억새꽃을 지나면 어차도로 가로수의 울긋불긋한 단풍이 성신사를 지나 도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높고 파란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겨울속의 가을 하늘이다. 휴일을 맞은 시민들은 겨울로 빠져드는 가을이 아쉬워 단풍을 즐기러 나왔다. 장안공원 벤치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노인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가을을 즐기고 있다. 장안공원에서 화서문을 지나니 억새가 서북각루 성곽을 에워싼 채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갈바람부는 억새꽃은 내리쬐는 햇살에 번쩍번쩍 은빛으로 장관을 이룬다.

 은빛으로 눈이부신 억새꽃이 서북각루를 에워싸 장관을 이룬다

은빛으로 눈이 부신 억새꽃이 서북각루를 에워싸 장관을 이룬다



억새꽃은 산등성이나 언덕 같은 데만 군락을 이루고 산다. 억새와 관련한 옛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억새와 갈대, 달뿌리풀 셋이서 새 삶터를 찾아 나섰다. 산등성에 오른 억새는 "야아 시원해 참 좋다'. 나는 여기서 살래"하고 말한다. 그러자 갈대와 달뿌리풀은 산을 내려오다가 개울을 만났다. 물에 비친 달그림자에 홀딱 빠진 달뿌리풀은 "나는 여기서 살래"하고 말한다. 갈대는 계속 내려오다가 강이 막혀 더 갈 수가 없자 강가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쓸모없는 억새풀이었지만 지금은 관광테마로 각 지방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축제 행사까지 한다. 자연이 만들어준 억새의 아름다운 풍경은 별다른 투자 없이도 지역경제에 도움까지 준다. 억새는 단풍과 달리 가을에 피어 겨울까지 이어지는 아련한 풍경을 자아낸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기도 한다.


억새꽃      (자작)

산에 오른 것이 억새풀 너뿐이랴

화성에 물결치는 억새꽃 보노라면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억새꽃

 

위로 위로 거슬러 화성에 올라

은빛 일렁이는 억새꽃 보노라면

정조 임금이 환생하여 보신다면

팔달산의 명물 억새꽃


 

서북각루를 병풍처럼 둘러 처져있는 억새는 정조의 유산이며 자연의 유산이다. 정조가 팔달산을 중심으로 신도시를 건설하고 화성을 쌓으면서도 먼 훗날 팔달산을 찾는 수원 백성들을 위해 다 뭉개지 않고 억새풀 일부를 남겨놓은 것이다.

 

잡풀이 번져 억새가 뭉둥그려 죽어있다.

잡풀이 번져 억새가 뭉뚱그려 죽어있어 보기에도 흉하다


그런데 잡목과 잡풀이 우거져 억새의 일부가 뭉뚱그려 죽기도 하고 일부 시민들이 기념 촬영한다고 억새를 밟아 길을 내고 개자리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잘 가꾸고 관리를 해야 관광테마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념찰영하려고 정조대왕 앞에 다가서는 시민들

기념 찰영하려고 정조대왕 앞에 다가서는 시민들



어차전용도로를 따라 가면 도청까지 이어지는 도로의 가로수 단풍들은 빨강, 노랑, 갈색 물들여놓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한참을 가다 보면 수원시내를 내려다보는 정조대 왕의 동상이 있다. 정조대왕의 왼손에는 백성들에게 내릴 교지를 들고 있다. "짐은 수원 백성들이 매년 행궁에서 헌경 황후(혜경궁 홍 씨)의 진찬연을 베풀어 기특하게 여겨온바 나라에 역병이 창궐하여 백성들이 고통을 받고있다 하니 짐의 마음이 심이 무겁도다. 짐이 백성들의 역병 치료를 위해 내의원(內醫院)에 명하였으니 모든 백성들은 백신을 맞도록하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쓸 것이며 내의원의 지시에 따라 쉬이 역병을 퇴치하라"고 명 할 것만 같다.


 

손을잡고 단풍길을 산책하는 연인들

손을 잡고 단풍길을 산책하는 연인들

 


운동기구에 매달려 운동하는 시민들,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시민들, 산책하며 단풍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가며 성신사에 도착했다. 성신사(城神社)는 수원화성을 지키는 성신(城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정조는 화성 축성이 완료될 무렵 성신사를 설치할 것을 명하고 축문을 써서 내려보냈다. 1796년 9월에 건물을 완성하고 신주(神主)를 봉한 한 후 매년 봄가을로 제사를 올렸다. 일제강점기에 제사가 폐지되고 건물도 파괴되었다. 2009년에 '화성 의궤'와 발굴 유구를 참고하여 복원한 것이다.

 

병풍처럼 성신사를 둘러싼 아름다운 단풍

병풍처럼 성신사를 둘러싼 아름다운 단풍



단풍길은 문화원을 지나 경기도청까지 이어진다. 한 잎 두 잎 낙엽 지는 가을이 아쉬운지 단풍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 아름답고 황홀한 그림 같은 단풍길을 두고 먼 데로만 가야 관광인가. 바깥바람 콧바람 쐬러 가는 것이 관광이라면 단풍도 억새꽃도 함께 즐기는 수원 관광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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