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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린 뿌듯함, 동네 산책길 우리가 청소해요
광교 여천 청소 활동 참여 후기
2020-08-18 09:57:10최종 업데이트 : 2020-08-18 09:56:53 작성자 : 시민기자   유미희
청소 후 말끔하고 평화로워진 산책길 풍경

청소 후 말끔하게 정리된 평화로운 산책길 풍경

수원은 곳곳에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개울이 있다. 처음 수원에 왔을 때 잘 정리된 도시하천을 보고 반했을 정도로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도시가 여유롭고 멋스럽게 느껴졌다.

올해는 어느 여름보다 긴 장마가 왔다. 비가 내리는 날도 많았지만, 집중호우로 개울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천변은 물에 떠내려온 온갖 쓰레기로 덮였다.
신도시를 지나고 광교 원천호수로 모이는 물길인 아름다운 여천도 이번 비로 상처를 입었다. 거친 물길이 휩쓸고 가면서 뽑힌 잡초와 나뭇가지가 개울가 미루나무들을 휘감고 있었다. 지나다니며 이런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누가 저걸 좀 빨리 치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던 차에 장마로 수해를 입은 하천 청소를 하려 하니 함께해 달라는 연락을 광교 1동에서 받았다. 지역 자치단체 회원들과 시민들 중심으로 80여 명이 참여했다.
거친 쓰레기를 마대에 담는 일도 만만치 않다

거친 쓰레기를 마대에 담는 일도 만만치 않다

14일 오전 10시 생태하천 여천의 중간지점인 홍재교 아래 휴게공간으로 모였다. 이날 청소작업에 대한 일정을 듣고 4개 팀으로 나눠 팀별로 20명씩 책임진 곳으로 흩어졌다. 기자는 홍재교에서 센트럴파크로 사거리 쪽 산책로 청소작업에 배정되었다.

조용하고 걷기 좋던 산책로는 어디로 가고 진흙이 덮인 미끄러운 바닥과 떠내려온 잡동사니들만 보였다. 40여 일의 장마 동안 맘대로 자란 나뭇가지에는 떠내려온 온갖 쓰레기가 얽혔다. 준비한 집게로 뜯어내기도 어려워 목장갑을 끼고 손으로 하나하나 잡아당겨야만 했다. 스티로폼 같은 부서진 물건들과 플라스틱병도 간혹 있었다. 화사한 봄을 장식했던 개나리 줄기는 너무 길게 자라 오히려 방해되었다. 낫으로 잘라가면서 작업을 해야 할 정도였다.
급류에 휩쓸려 얽힌 쓰레기들

급류에 휩쓸려 얽힌 쓰레기들

우리 구간에서 함께 일한 공무원들도 정말 열심히 해냈다. 이원구 동장과 직원들은 이날 청소작업을 주관하기도 했지만 산책길을 덮은 나뭇가지를 쳐내고 쌓인 퇴적물을 걷어내며 앞서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장이 먼저 나서서 땀을 흘리니 봉사단체 회원과 주민들은 우리 동네 일인데 내가 더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게 되었다.

이날은 습도가 80%를 넘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배는 날이다. 공들여 화장한 얼굴이 땀범벅이 되고 머리카락이 땀으로 엉겨 붙었지만 맡은 구간을 끝낼 때까지 모두 힘을 보탰다. 큰 마대에 묵직한 퇴적물을 눌러 담고 작은 자루에는 일반 쓰레기를 담아두었다.
몸을 사리지않고 일하는 참여자들

몸을 사리지않고 일하는 참여자들

덥고 힘들지만 십시일반으로.

덥고 힘들지만 십시일반으로. (사진, 이원구)

쓰레기 정리 작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옆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기운이 났다

쓰레기 정리 작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옆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기운이 났다

이날 청소작업에 참여했던 장 씨(광교 1동, 58세, 여)는 "청소하느라 두 시간 동안 땀이 너무 나서 고생은 했지만 해놓고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우리가 매일 산책하는 길을 누가 치워줄 때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 손으로 해냈어요. 이런 봉사활동이 오늘 처음이지만 너무 뿌듯합니다."라고 웃으며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냈다.

여천은 신도시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책로다. 봄 여름 가을은 말할 것도 없고 매서운 바람 부는 겨울마저도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이제는 미루나무와 개나리 등이 너무 자라 나와 산책로를 점령하고 있다. 작년에는 광교 중앙공원 등 도시 녹지공간의 제초작업이 제때 이루어져 보기 좋게 관리되었다. 올해는 비가 많았던 이유인지 초목은 더 빨리 자라는데 주민이 체감하는 녹지관리는 더디다는 느낌이 든다.
장마가 끝나면 하천길 나무들의 가지치기와 풀베기 작업이 때맞춰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날 청소를 하면서 나온 하천 쓰레기에서 일회용품은 다행히도 많지 않았다. 잡초와 나뭇가지들이 대부분이었다. 큰비가 오고 물이 넘치면 평상시에 감춰졌던 것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구석에 숨겨졌던 잡동사니들이 떠내려오고 부실했던 것, 약해진 것들이 넘치고 무너진다. 하지만 단단한 것들은 참모습을 드러내는 때이기도 하다.
이번 비로 여천의 물길이 더 아름다워지면 좋겠다. 물속의 돌멩이를 감쌌던 부유물이 씻겨 내려서 냇물은 깊어지고 물은 맑아지길 기대한다.
길가에 뻗어나온 칡덩굴들을 걷어내어 깨끗해진 산책로

길가에 뻗어나온 칡덩굴들을 걷어내어 깨끗해진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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