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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까지 점령한 외국어 표기 괜찮을까
외국어로 표기할 이유가 없어, 우리말로 써야
2020-07-06 11:02:31최종 업데이트 : 2020-07-06 11:02:28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이는 '어린이 버스정류소'라고 하면 어떨까. 장소의 역할과 기능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 된다.

이는 '어린이 버스정류소'라고 하면 어떨까. 장소의 역할과 기능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 된다.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시설 면에서도 좋은 것이 많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도 지상에 차량이 없어서 주민의 건강을 지켜주고,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안전하다. 조경 시설이 좋아서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단지 내 산책을 하면서 우울감을 달래기도 한다.

 새 아파트에 눈에 띄는 것으로 어린아이들이 유치원 통학 버스를 타거나 학원 통학 버스를 타는 곳이 있다. 아이들이 정해진 장소에서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부모들도 이곳에서 아이들을 배웅하거나 마중을 해서 안전함까지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곳의 이름을 '맘스 스테이션'이라고 하고 있다. 맘스는 여성이라는 특정 성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양육의 책임이 엄마에게만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 이곳에서는 엄마는 물론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아이를 보내고 맞이하고 있다.

'맘스'는 부적절하다. 무엇보다도 이는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다. 우리 언어생활에 전혀 필요 없는 말이다. 반드시 고쳐 써야 한다. 이를 어린이 버스정류소라고 이름 붙인 곳을 봤다. 이곳을 이용하는 주체는 어린이다. 따라서 이용하는 주체와 기능을 정확히 고려한 이름이다. 어린이 버스정류소는 공간의 특성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이곳을 지나던 젊은 아기 엄마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처음에는 무슨 공간인지 몰랐다. 입주하고 나서 커뮤니티를 알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는 공동체, 지역사회, 근린사회 정도로 번역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한정된 공간이라고 특징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커뮤니티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내에 모든 편의 시설을 의미한다. 운동하는 시설, 육아 놀이공간, 독서실 등이 다양하게 갖춰진 곳을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파트에 따라서는 관리사무소를 이렇게 부르거나, 기타 공동 시설이 있는 곳을 이렇게 부른다.

언론 등에서도 '요즘 아파트를 선택할 때 커뮤니티 시설이 어마나 잘 갖춰져 있나 따져보는 수용자들이 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을 잘 갖출수록 아파트 가치가 결정된다.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결국 과거와 다른 커뮤니티 시설을 누리고자 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주민이 이용하는 공간에도 커뮤니티라는 표기를 자제하고 기능에 맞는 구체적 이름으로 사용했으면 한다.
아파트 정문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영어로 안내판이 붙어있다. 외국인과 전혀 관계없는 생활 공간이다. 우리말 표기가 꼭 필요하다.

아파트 정문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영어 안내판이 붙어있다. 우리말 표기가 꼭 필요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정문에는 경비실 대신에 'INFORMATION'이 자리하고 있다. 쓰레기 분리 배출장에는 'RECYCLE'이 붙어있고,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경로당조차 우리말 표기는 없고 'SENIOR LOUNGE'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
 
여기는 경로당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는 소통이다. 이 표현은 어르신을 포함해 모두와 소통을 거부하는 표기다.

여기는 경로당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는 소통이다. 이 표현은 어르신을 포함해 모두와 소통을 거부하는 표기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영어로 표기할 때는 국제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대한 부응이라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아파트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다.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우리말 표기를 해야 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정체성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다. 따라서 국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문화유산을 가꾸고 지켜나가는 것과 통한다.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의미 전달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민족 문화 유산인 한글의 운명도 기울게 된다. 우리는 언어 사용의 주체자이면서 동시에 우리말을 갈고 다듬어야 할 운명도 지니고 있다. 문 앞까지 점령한 외국어 표기를 그냥 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장서서 바로 잡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특히 수원시는 최근 10년 동안 인문학 도시 등을 표방하면서 도시 품격이 달라졌다. 관에서 앞장서고, 시민이 힘을 모아 이룩한 결실이다. 마을의 문화와 복지, 자연과 환경을 주민들이 스스로 디자인하는 도시다. 이제는 마을 주변의 외국어 표기 등도 해결하는 시민운동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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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바른말, 우리말,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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