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행궁동 벽화마을...다시 살아난 황금물고기
2020-12-09 15:36:06최종 업데이트 : 2020-12-09 15:44: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낭자

이윤숙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윤숙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초겨울을 찬바람이 불던 지난 5일, 행궁동 벽화마을을 찾았다. 놀라움에 뻣뻣이 서서 벽화 복원 완공 모습을 본다. 2004년부터 조각가로 16년째 행궁동을 예술마을로 만들어가는 이윤숙 작가의 집념과 열정이 보인다.

2010년도에 대안공간 눈에서 진행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라켈셈브리'라는 브라질 작가가 있었다. 행궁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래된 골목에 벽화로 남겨 골목의 역사를 드러내며 사람의 가치를 찾는 작업을 한 달간 진행했다. 삶의 흔적들을 품으면서 낡은 곳이라는 것을 오히려 드러내는 벽화가 그려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금보 여인숙 담장의 '큰 황금물고기' 벽화다.

큰 황금물고기 (라켈셈브리)

큰 황금물고기 (라켈셈브리, 브라질)


행궁동 벽화는 골목에 생기가 불어넣었다. 행궁동을 떠났던 사람들이 행궁동으로 찾아왔고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과 주민조직들, 활동가들이 겨울까지도 탐방코스로 찾아왔다. 이곳을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이사와 살고 싶어 하는 골목이 되었다.

2011년 대안공간 눈과 함께 행궁동레지던시와 행궁동 벽화골목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지가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꿈꾸는 섬 (이부강, 송태화-내맘창작소)

꿈꾸는 섬 (이부강, 송태화-내맘창작소)


그런데 2016년도에 개발업자가 이 골목에 빌라 허가를 받았다. 오랜 기간 보존되었던 구옥들이 한순간에 빌라촌으로 바뀔 위기에 처하자 화성사업소에서 문화시설로 지정하며 빌라가 지어질 수 있는 10집을 함께 문화시설로 지정했다. 해당 집 주인들은 벽화에 화풀이를 했다. 빨간 칠로 골목은 망가졌고 금보 여인숙 주인은 회색 페인트로 큰 황금물고기 벽화를 지웠다. 안타깝게도 라켈작가는 이때 브라질에서 아기를 낳다 세상을 떠났다. 다시 마을은 우울한 분위기로 변했다.
 

▲ 생명력을 끌어올리는 '큰 황금물고기'

2018년도에 붉은 칠을 했던 어르신 한 분이 너무 흉하니 다시 벽화 좀 그려달라고 이윤숙 대표에게 부탁해 왔다. 그래서 벽화복원프로젝트를 통해 일부 벽화를 복원했고 새 벽화도 추가했다. 지난해에도 복원 작업은 이어졌다. 그동안 큰 황금물고기 복원에 반대했던 금보여인숙 주인아저씨가 다행히 벽화 복원을 승낙했다. 이 마을 통장과 행궁동장의 설득이 한몫했다. 행궁동도시재생 사업 마지막 해에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추워진 날씨에 벽화작업을 하게 되어 힘들었지만 이윤숙 작가는 라켈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복원작업에 임했다고 말한다. 지나는 사람들 마다 '마을이 다시 훤해졌다'며 한마디씩 한다. 큰 황금물고기가 마을에 좋은 기운을 가져올 것만 같다. 복원작업 내내 김솔 작가도 힘을 보탰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응원이 이어졌다.

다실바 화분

다실바 화분


▲ 지속되는 벽화 보수작업

올해 비가 워낙 오랜 기간 내려 벽화 훼손이 심했다. 조정은 작가의 '다실바 화분' 벽화와 최승윤 작가의 '우리의 마지막도 처음과 같기를', 이부강 송태화 작가의 '꿈꾸는 섬' 이런 벽화에 김정집 관장이 조형물 보수 작업에 전념했다.

이윤숙 작가는 호르헤 이달고 작가가 라켈에게 헌정한 '악 없는 땅' 벽화에 스카이 장비에 매달려 하루 종일 보수 작업을 했다. 김솔 작가는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벽화를 복원했고 안예환 작가의 '길', 송태화 작가의 '꿈꾸는 섬' 벽화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김건 예술공간 봄 큐레이터는 이번 복원작업의 전체적인 진행을 도왔다.

꽃길

꽃길


150여 명이 참여한 '꽃길' 벽화

사랑하다 길에 유거상 작가의 '보리밭' 벽화도 훼손된 채로 4년간 방치되었다. 금보여인숙 측면 담장이다. 앞집에 사는 사람이 보리밭보다는 이제 마을의 분위기도 달라졌으니 훤하게 꽃밭으로 그려 달라고 했다. 보리밭이 꽃길이 되니 예전보다 골목이 화사해졌다. 자원봉사자, 학생, 주민, 탐방객, 데이트하는 연인, 어린이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 총 150여 명이 함께 완성했다.

그곳에 가고싶다

그곳에 가고 싶다.


▲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김 솔 작가)

행궁동 벽화마을을 사랑한 청년뮤지션 살롱 시소의 작품이다. 예술공간 봄과 대안공간 눈, 금보여인숙, 성일 칼국수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었다. 골목에서 공연도 했고 벽화로 그 내용을 그려 함께 공유했다. QR코드를 통해 곡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기회에 이 벽화도 김솔 작가가 복원했다.

ㅂㅂ

꿈꾸는 섬 -십장생  (송태화))


▲ 꿈꾸는 섬- 십장생 (송태화 작가)

"비정형의 얼룩에서 파생된 이상형-오래된 벽에서 삶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모두 즐겁게 노래하고 춤도 추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작가가 쓴 글이다.
행궁동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십장생을 그렸다. 거북이 등에 탄 물고기, 춤추는 오리, 연꽃은 마이크로... 십장생과 수원 화성이 어우러지게 재미있게 꾸몄다.

선인장

선인장 보따리 (안예환)


▲ 길- 선인장 보따리 (안예환 작가)

기쁨, 슬픔, 아픔, 이런 모든 것들을 다 끌어안고 정말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선인장 보따리로 표현했다. 선인장은 예리한 가시가 많다. 화려한 꽃무늬 보자기로 싸도 그 가시들은 삐져나온다. 그럼에도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다 길'이니까.

윗부분의 작은 화분들은 2010년에 그려졌던 그림을 생각하며 흐릿하게 아련함으로 표현했다. 외곽으로 점점 파스텔 색조를 넣어 이 마을에 다시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금보 여인숙 벽화가 복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사리문화기획학교 수강생들이 저녁시간에 방문했다고 한다. 벽화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 행궁동 벽화마을에 와서 보고 특히 '큰 황금물고기' 벽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윤숙 대표가 계속 관리를 해서 흉물스럽지 않게 이렇게 지속할 수 있는 부분도 있구나하는 생각과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같이 끌어가는 사람이 필요한데 다행히 행궁동에는 그런 사람이 있어서 벽화마을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에 감사해 했다. 이번 복원작업을 도왔던 유혜임씨도 벽화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생각을 이번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큰 황금물고기'를 통해 아마존 강의 생명력을 행궁동으로 끌어온 라켈 작가는 사실 오래된 기와, 금보 여인숙 간판에 반했다. 간판은 물고기의 등지느러미, 비늘은 기와의 형상을 하고 있다. 물고기의 회색 몸통은 담장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금보'라는 의미를 살려 금분으로 그렸다. 대문으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데 물고기 뱃속으로 드나드는 것이다. 이 벽화로 인해 행궁동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행궁동 벽화마을은 정말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그런 벽화 마을이다. 10년에 걸친 벽화마을 이야기를 더 듣고 싶거나 벽화 체험을 하고 싶은 사람은 예술공간 봄을 찾으면 된다. 언제나 타일 벽화 체험이 가능하다. 단체 관람과 체험 신청을 사전에 하게 되면 벽화 이야기 골목 투어도 받을 수 있다. (예술공간 봄 031-246-4519)

김낭자님의 네임카드

행궁동, 벽화골목, 이윤숙, 금보여인숙, 활금물고기, 브라질, 라켈셈브리,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