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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
2021-11-11 11:16:33최종 업데이트 : 2021-11-10 06:33:12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수원박물관에서는 지난 10월 29일부터 '예법묘경, 예서 필법의 신묘한 경지에 들다' 테마전과 지난 5일부터는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2008년 수원박물관 개관 기념 전시에 기증된 서화작품을 기억하고자 작품 중 일부를 전시하는 '현대서화 기증작품전'으로 열리는 것이다. 작품전에는 한글서예 21작품, 한문서예 23작품, 문인화 15작품, 서각 3작품 등 62점을 전시하고 있다.

'장무상망(長毋相忘)'이란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라는 뜻이다. 장무상망은 중국 한나라 시대 기와 파편의 일종인 와당에 새겨 전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사용한 말인데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세한도'라는 그림에 장무상망이란 인장을 찍어서 우리에게 유명해진 문구이다.

1840년 형조판서였던 김정희 선생은 제주도로 유배를 갔다. 1844년 '세한도(歲寒圖)'를 제자인 우선 이상적(1804-1865)에게 그려주었다. 문인, 서화가였던 이상적은 역관으로 12번이나 청나라에 다녀왔다. 시문에 뛰어나 청나라의 저명한 문인들과 친분을 맺었고 명성이 높아 청나라에서 시문집을 간행할 정도였다.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한글 서예 작품들.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한글 서예 작품들.



이상적은 연경에서 구한 '만학집', '대운산방문고', '황조경세문편' 등 100여 권이 넘는 진귀한 책들을 제주도에 유배가 있는 스승에게 보내주었다. 어렵게 구한 귀중한 책을 한양에 있는 권세가들에게 주지 않고 멀리 떨어진 스승에게 주었다. 김정희 선생은 이상적의 의리에 감격해 세한도를 그려준 것이다.

세한도는 집과 나무를 소략하게 배치하고 오른쪽 위에 가로로 '세한도(歲寒圖)'라는 화제 글씨와 그 옆에 세로로 '우선시상(藕船是賞, 우선 보시게나) 완당'이라는 낙관이 있다. 오른쪽 아래에는 '장무상망(長毋相忘)'이란 인장이 찍혀있고 그림 왼쪽에는 단정한 해서체 발문이 있다. 발문에는 논어의 구절인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歳寒然後知松柏之後凋,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를 인용하면서 제자의 의리를 고마워했다.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문인화, 한문 서예 작품들.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문인화, 한문 서예 작품들.



세한도를 받은 이상적은 얼마나 감격했을까. 이후 연경에 가져가니 당대의 문사 16명이 제찬을 붙였다. 100여 년이 지나 오세창, 정인보, 이시영 선생의 발문이 추가되었다. 세한도는 국보가 되기까지 밤이 새도록 얘기해도 부족할 만한 파란만장한 곡절을 겪었다. 이렇게 유명한 세한도에 '장무상망'이란 인장이 찍혀있으니 '장무상망'이란 구절에는 역사성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글 작품 중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자연은 곡선이다. 인생의 길도 곡선이다. 끝이 빤히 내다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모르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곡선의 묘미이다. 직선은 조급, 냉혹, 비정함이 특징이지만 곡선은 여유, 인정, 운치가 속성이다"라는 법정 스님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사군자 중 매화.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사군자 중 매화.



문인화 작품 중에는 매화를 그린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화제로 쓴 '雪裏香來蝶未知(설리향래접미지)'는 눈 속에서 향기가 나니 나비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매화는 역시 눈 속에서 필 때 아름답고 향기가 진하다. 담백한 사군자를 감상하는 것은 멋스럽고 운치 있는 일이다. 삶이 향기로워지는 느낌이다.

한문 작품 중에는 퇴계 선생의 '습서(習書)'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내용 중에는 '字法終來心法餘 習書非是要名書(자법종래심법여 습서비시요명서)', 자법이란 심법의 나머지라, 글씨를 익히는 것은 명필이 되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學步吳興憂失故(학보오흥우실고)', 조맹부의 글씨를 배우면 옛것을 잃을듯하다는 뜻인데, 이황 선생은 조맹부의 서체가 유행하고 있지만, 후학의 그르침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송나라 황족 후손인 조맹부가 절개를 꺾고 원나라 왕실의 녹을 먹은 것을 퇴계 선생이 어찌 용납했겠는가.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한문 작품.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장무상망'이 열리고 있는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한문 작품.



당나라의 유공권은 여러 임금에게 벼슬하면서 명망이 높았고, '마음이 바르면 곧 필(筆)도 바르게 된다'고 할 정도로 강직한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송나라의 소동파는 '족유공권연구(​足柳公權聯句)'라는 시를 통해 '유공권은 변변치 못한 자라 문종과의 연구에 있어서 기교의 미는 있지만, 경계하고 간하는 바가 없다'고 했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이 있다.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는 뜻인데 인격을 반영한다는 말이다. 서예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으로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작품의 내용을 음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내용을 작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운치가 있고 여운이 남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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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한국서예박물관, 장무상망,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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