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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시나무가 전하는 노래
'2023 인문도시 시민축제' 지구사용 공부방 및 도시나무 생존기
2023-10-11 17:50:15최종 업데이트 : 2023-10-12 09:32:37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보리수나무 아래서

경기상상캠퍼스 보리수나무 아래서


수원시가 주최하는 '2023 인문도시주간-인문도시 시민축제'의 일환으로 '지구사용 공부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대인들은 거대한 도시에서 서로 단절되어 있거나 복잡한 시스템의 일부로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우리는 각자 삶의 감각과 언어를 회복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키워갈 수 있어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관계를 쌓아가야 할 시간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며 삶의 기쁨을 나누는 공생공락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종 나무의  소중한 씨앗들

각종 나무의 소중한 씨앗들


수원은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은 행복한 도시다. 그 중 '나무와 지구 환경에 대한 고찰'에 대한 프로그램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지난 10일 11명의 참가자들이 경기도 상상캠퍼스 1990 건물 앞 넓은 분수광장에 모였다. 
 

이곳은 건물 앞에 준공된 연도를 쓰는게 정석이란다. 여긴 필자가 한번 온 적 있는 장소다. 서울대수목원을 찾느라 헤매다 잘못 들렀던 곳이다.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와 건물이 지역 주민과 창작자, 예술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2016년 81,350평 규모로 조성되었다. 

 

이곳은 옛 건물이 가진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 모든 세대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리모델링을 거쳤고, 도심 숲 속 8개 건물이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실제로 보니 광활하고 멋지다. 주말에는 시민들의 근사한 소풍지로 각광받고 있단다. 
 

서울대 농생대가 서울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생활문화, 청년문화, 융복합문화가 어우러진 도심 속 문화 휴식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1902년 이 자리에 벌써 수원농림학교가 있었다니 역사가 참으로 유구하다. 하긴 바로 옆에 있는 서울대 수원수목원에도 100년이 넘는 백년숲이 있지 않나.
 

나무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는 심은미 대표

튤립나무의 씨앗생태에 대해 설명하는 신은미 대표.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신은미 지구사용 공부방대표는 예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고 나무와 꽃에도 조예가 깊었단다. 그래서 자연과 친해지고 싶고 욕심이 아닌 마음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은 소망을 오랜시간 키운듯 하다. 이에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시민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분수대광장에서  준비운동

건물 1990앞에서 준비운동


이날 참석자들은 간단히 몸푸는 체조를 했다. 원을 넓게 그리며 가슴을 펴고, 손목 발목을 풀었다. 또한 숨을 깊게 마시며 온 몸을 실어 소리내고 깊게 내뱉는 운동을 여러번 반복했다. 특히 귀를 열고 온갖 소리에 집중했다. 분수대의 분수가춤과 청량한 물소리는 마음까지 씻어주는 듯 시원하고 상쾌하였다. 가을이 깊어가는 캠퍼스 정원은 오래된 나무들과 어우러져 운치있었다. 

 

시원스런 분수광장

시원스런 분수광장


참가자들은 신은미 소장을 따라 널따란 캠퍼스 정원을 누비며 나무에 대한 공부에 나섰다. 
가을은 봄에 핀 꽃이 여름을 통해서 익어가고 맺히며, 그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다. 차가운 기온을 좋아하는 나무들이 더위를 못 견뎌 열 화상을 입는 일이 생긴다.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었지만, 잎 상태는는 좋지 않았다. 회양목은 키가 작은 정원수로만 기억했는데 성글게 자란듯한 큰 나무 모습에 많이 놀랐다. 그간 회양목은 너무 많은 가위질에 얼마나 질렸을까 생각하니 안쓰럽다. 

 

대왕참나무. 둘레 3미터 35센티

대왕참나무. 둘레 3미터 35센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비행기 소음이 굉장했다. 신 소장은 "아마 비행기 소음이 없었더라면 이 좋은곳이 진작에 없어졌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어떨땐 비행기 소리가 고맙게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그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사실도 중요한 도시 나무 생존기인 셈이다.


그 다음, 염주를 만든다는 모감주나무를 살펴보았다. 자잘한 열매가 귀엽다.

누운향나무는 7년 있어야 부드러워진다는 말이 있다. 뻣뻣하게 자기 의지대로 뻗어간 모습을 보니 요즘 까칠한 청년 세대가 연상된다. 

'야생향나무의 거친 가지도 살아나가기 위한 방편이겠구나.'
몇 년 전 '살아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김영사 2014 )' 도서를 읽은 적 있다. 삶은 어찌보면 전쟁터이자, 무릇 살아있는 것들은 살아남기 위해 갖은 고생과 노력을 하는것 아니겠는가. 조그만 곤충과 여린 풀, 나무들까지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생각하니 애잔한 생각이 든다. 


그 다음 보리수나무 슈베르트의 보리수 연가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 나뭇가지 아래 가부좌를 틀고, 성불했다는 부처도 떠올려본다. 예전 학생회관 건물 옆에 있던 커다란 낙우송은 왠지 듬직하면서 그간의 역사를 다 읊어줄것만 같다. 그리고 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박대기나무의 가을 모습을 보았다. 봄에 일월저수지에서 많이 보았는데 수원에 유독 많은 나무란다.
 

경기상상캠퍼스 보리수나무 아래서경기상상캠퍼스 보리수나무 아래서


참느릎나무 역시 인상적이다. 이 나무의 잎은 비대칭이다. 왜 비대칭일까? 우리의 삶은 적자생존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잎을 자세히 보니 왠지 햇볕을 양보하려는 듯 옆의 잎을 배려해서 그러한 것 같다는 절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뭇잎에서 겸양의 미덕과 인생을 배울 수 있다. 
 

쥐똥나무꽃은 예의 향기를 자랑한다. 1981 건물 앞을 지나다 코끼리 다리 같은 대왕참나무를 보았다. 이 나무는 신은미 소장과 필자가 두 팔로 안아도 30센티쯤 모자랄 만큼 거대하다. 그러니 둘레가 얼추 3미터 40센티는 되는 듯하다. 높이도 까마득히 높아서 하늘만큼 올려다봐야 하는 가장 굵고 큰 대왕참나무이다. 이는 8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눈이 부시도록 우러러봐야 한다. 

 은사시나무

은사시나무


김성연 참가자는 "오늘 좋은 날씨에 환경에 대해 공부했다. 후대에게 빌려 쓰는 지구인만큼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아끼며 작은 것부터 나부터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20대 때 한번 오고 몇 십 년 만에 다시 왔다. 변함없는 숲의 나이 든 모습에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가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은사시나무가 바람에 하느작거리는 모습을 평상에 앉아 편안하게 바라봤다. 은사시나무의 잎자루가 길어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앞뒤로 잘 흔들린다고 한다. 그 모습 때문에 '사시나무 떨 듯한다'란 말이 유래하게 되었단다. 잎의 뒷면이 은색 빛을 띠어서 은사시나무라고 불린다고 한다. 또한 줄기의 표피를 보면 다이아몬드 모습처럼 생겨서 '부자 나무'라는 별명도 있단다. 필자는 그 나무를 자작나무로 착각한 적이 많았다. 

이날 프로그램은 김성연 참가자의 '나무에 깃들여'(정현종 시인) 시 낭송으로 끝을 맺었다. 

나무들은 /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한편, '인문도시 시민축제' 프로그램은 오는 15일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열린다. 즐길 거리,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많은 시민들이 즐기길 바란다. 

인문도시 포스터

인문도시 시민축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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