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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제공, 수원을 조성하고 수원에 영원히 안기다
화성박물관 ‘평강 채씨 가문의 문장가들’ 기획 전시 열려
2023-10-10 15:04:16최종 업데이트 : 2023-10-11 15:44:5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채체공 초상화. 채제공은 정조의 명을 받고 수원화성 축성 총 책임을 맡았고, 초대 수원유수도 지냈다. 수원을 조성하고, 수원 품 안에 영원히 안긴 것이다.

채체공 초상화. 채제공은 정조의 명을 받고 수원화성 축성 총 책임을 맡았고, 초대 수원유수도 지냈다. 수원을 조성하고, 수원 품 안에 영원히 안긴 것이다.


 수원시 화성박물관이 그동안 소장한 유물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박물관은 기획 전시 '평강 채씨 가문의 문장가들'에서 서적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았다. 평강 채씨 가문에는 번암 채제공이 있다. 그는 정조의 명을 받고 수원화성 축성 총 책임을 맡고 헌신했다. 1793년 초대 수원유수도 지냈다. 이런 인연으로 채씨 가문은 귀중한 유물들을 수원시에 기증했다. 채제공 초상화 등 이번 전시물품 대부분은 채씨 문중에서 기증한 것이다. 결국 번암은 230년 전에 수원을 조성하고, 수원 품 안에 영원히 안긴 것이다.

 
평강 채씨 족보(임자보). 권두에 좌의정 채제공 친필을 판각 수록한 서문이 있다니 더욱 관심이 간다.

평강 채씨 족보(임자보). 권두에 좌의정 채제공 친필을 판각 수록한 서문이 있다니 더욱 관심이 간다.


  전시회 1부는 평강 채씨 가문의 족보 발간 이야기다. 평강 채씨는 강원도 평강군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다. 집안에 대표적인 인물이 번암 채제공이다. 이 집안에서도 족보에는 번암의 행적과 업적을 중요하게 담았을 것이다. 영의정까지 지낸 조상을 자랑스러워하며, 대대로 자부심을 품도록 했다. 전시장에는 채제공이 편찬한 족보도 있다. 유학자로 가계(家系) 계승을 중요한 가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직접 가담한 것이다. 우리 민족은 가족 의식이 강하고 혈연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에도 집안에서 족보를 이어간다. 전시장에서 족보의 가치와 중요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전시장에는 유물과 관련된 정보가 세밀하게 게시되어 있다. 관람자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다.

전시장에는 유물과 관련된 정보가 세밀하게 게시되어 있다. 관람자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다.


  2부는 평강 채씨 가문의 문장가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여기서도 채제공의 《번암집》이 돋보인다. 전시장에 영상 자료에는 《번암집》 편찬 과정이 나온다. 정조는 채제공의 시 감상평을 겸한 어제시를 썼고, 이후 영남 남인들과 후손들이 책을 간행했다. 호주 채유후(1599~1660)의 《호주집》 상하권도 보인다. 채유후는 채제공의 종고조부다. 《희암집》은 희암 채팽윤(1669~1731) 문집이다. 그는 채제공의 종조부이자 스승이었다. 채팽윤은 그의 종조부인 채유후의 문집 《호주집》 발문과 유사를 작성했고, 채제공은 《희암집》 간행을 기획했다. 
 
번암집. 정조가 채제공 시 감상평을 겸한 어제시를 썼다.

번암집. 정조가 채제공 시 감상평을 겸한 어제시를 썼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문집 발간은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고 조상이 남긴 글을 버릴 수 없었다. 특히 문집은 조상의 일생이었고 집안 가보였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긴 것이 문집이다. 아쉬운 점은 채씨 집안의 주옥같은 글이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다. 조상들이 글을 아끼고 사랑했던 것처럼 우리도 함께 읽을 수 있는 국역 사업이 있으면 한다. 

  3부에서는 평강 채씨 가문의 보물인 채제공 초상을 만날 수 있다. 채제공 초상은 금관조복본, 흑단령포본, 시복본 초상화가 남아있다. 정조는 번암의 죽음을 듣고 "이 대신은 불세출의 인물이다(정조실록, 1799년 1월 18일)."라고 말했다. 그가 정조의 신임을 받은 만큼 생전의 초상화도 정조의 추천으로 그렸다. 초상의 유지 초본과 정본은 모두 어진화사 이명기 작품이다. 초본과 정본 그리고 보관용 보자기와 함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정조가 좌의정 채제공에게 부채를 하사하면서 같이 내린 어찰. 편지 속 부채는 현존하지 않지만, 채체공 초상화에 그 모습이 남아있다.

정조가 좌의정 채제공에게 부채를 하사하면서 같이 내린 어찰. 편지 속 부채는 현존하지 않지만, 채체공 초상화에 그 모습이 남아있다.


  4부에서는 조상을 기리는 영당 건립과 배향을 소개한다. 평강 채씨 가문에서는 채제공 초상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기 위한 영당을 지어 상의당으로 지칭하였다. 《상의당영조록》은 이와 관련된 기록이다. 채제공을 배향할 때 쓰였던 제기와 교의, 감실, 제상, 향상 등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유교주의 관념이 지배적이었고, 그 중심에 조상에 대한 효가 있었다. 조상에 대한 효는 제사 의식으로 구현했다. 제사는 조상을 기리고, 그분들의 뜻을 받들고 이어나가는 의식이다. 오늘날은 제사 절차 등으로 꺼리는 면도 있다. 하지만, 제사는 조상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바르게 살아가려는 정신을 이어받는 예식이다. 그 정신을 지키는 방법은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전시장에서 잠시 생각해 본다.

채윤공 백패와 과지. 생원 3등 8위로 합격했다는 교지와 당시 시험답안지.

채윤공 백패와 과지. 생원 3등 8위로 합격했다는 교지와 당시 시험답안지.


  5부는 평강 채씨 가문의 생활문화로 이름을 지었다. 평강 채씨 가문 자제들이 혼인할 때 주고받은 혼서가 눈에 띈다. 호적자료인 준호구, 호구단자와 과거 시험답안지, 합격증서, 합격자 명단인 방목 등이 있다. 

  자료는 모두 당시 생활상을 담고 있다. 명문가 집안에서는 자료를 소중히 보관하고 선조의 업적과 행적을 자랑스러워했다. 후손들은 이를 통해 선조가 남긴 정신을 따랐다. 이는 가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정신적 유산을 전승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삶을 경건하게 생각했던 조상들의 지혜다. 
 
평강 채씨 문중에서 화성박물관에 기증한 유물 현황. 보물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등도 많다.

평강 채씨 문중에서 화성박물관에 기증한 유물 현황. 보물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등도 많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문집, 교지, 족보, 제기, 혼서 등은 낡고 오래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외한인 기자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눈으로 훑다 보면 생경하게 빛나는 생각이 자리한다. 전시물 옆에 친절하고 세밀한 정보를 보니 당시 그들에게는 모두가 치열한 삶이었다. 넓게 생각해 보니 모든 기록은 남의 것이 아닌 우리 조상의 것이다. 

  올해는 수원이 유수부로 승격된 지 230년이 되는 해다. 이번 기획 전시도 이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가족 그리고 조상을 다시 생각한다. 조상이 남긴 문화콘텐츠가 공동체적 삶을 넉넉하게 되살리는 기회를 준다. 이 가을에 시간을 뛰어넘은 유물 앞에서 서성거려 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장 내부. 시간을 뛰어넘은 유물 앞에서 서성거려 보는 것도 좋은 시간을 누리는 기회가 된다.

전시장 내부. 시간을 뛰어넘은 유물 앞에서 서성거려 보는 것도 좋은 시간을 누리는 기회가 된다.


수원유수부 승격 23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평강 채씨 가문의 문장가들'
1. 기간: 2023. 10. 5.(목) ~ 2024. 1. 14.(일) 09:00~18:00(17까지 입장), 월요일    
2. 장소: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
3. 전시내용 
    - 초대 수원유수 번암 채제공을 배출한 평강 채씨 가문 기증유물의 가치 조명
    - 평강 채씨 가문의 보물 '채제공 초상화', 문장가들의 문집, 생활유물 등 전시
4. 개막식: 2023. 10. 10.(화) 15:00(수원 시민의날 기념) 기획전시실 앞
5. 전시 연계 학술 대회: 2023. 12. 1.(금) 14:00~18:00, 영상 교육실
6. 전화: 031-228-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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