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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을 읽다
열린문화공간 후소에서 <자비대령화원 장한종, 수원에 오다> 전시 중
2023-09-14 14:46:34최종 업데이트 : 2023-09-14 14:46:3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열린문화공간 후소에서 <자비대령화원 장한종, 수원에 오다> 테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에서 <자비대령화원 장한종, 수원에 오다> 테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행궁로 34-2)에서는 <자비대령화원 장한종, 수원에 오다> 테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선 시대 자비대령화원을 지내고 수원 감목관으로 활동했던 장한종을 재조명하는 전시로 9월 12일(화)부터 시작해 12월 31일(일)까지 한다. 
  자비대령화원은 조선 후기 왕실과 관련된 서사 및 도화 활동을 담당하기 위하여 도화서에서 임시로 차출되는 화원이다. 차비대령화원(差備待令畵員)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왕실과 관련되어 활동하면서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본래 왕권 강화에 주력했던 영조 후반경부터 임시로 운영되었지만, 정조가 규장각을 창설하고 1783년(정조 7) 11월에 규장각의 잡직으로 제도화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책가도. 장한종은 정조대에 자비대령화원으로 활동하였던 화가다.

책가도. 장한종은 정조대에 자비대령화원으로 활동하였던 화가다.


  정조는 규장각을 설치했듯 학문을 진흥하고, 문화 정책에 힘썼다. 특별히 '독서 대왕', '공부의 신'이라 불릴 만큼 책 사랑이 유별났다.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병풍 대신에 책가도를 뒤에 놓기도 했다. 늘 책 속에서 살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으려는 다짐이다.


「환어행렬도」는 자유로운 행색의 구경꾼까지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림 옆에는 교토대학 종합박물관 복제본이라는 설명이 있다.

「환어행렬도」는 자유로운 행색의 구경꾼까지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림 옆에는 교토대학 종합박물관 복제본이라는 설명이 있다.


  임금이 책가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자, 조정 대신들도 따랐을 것이다. 당시 사대부들은 집안의 벽을 책가도 병풍으로 치장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로 규장각 자비대령화원들의 시험문제로 책가도를 그리게 하였다. 장한종(張漢宗, 1768-1815) 역시 정조대에 자비대령화원으로 활동하였던 화가다. 따라서 그의 작품 '책가도'(경기도박물관 소장)도 정조의 취향과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장한종의 대표 작품 어해도.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는다. 이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장한종의 대표 작품 어해도.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는다. 이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전시장 작품은 복제본이다. 작품 설명에는 책뿐만 아니라 기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다고 썼다. 그림을 보니 책을 중심으로 도자기, 문방구, 과일, 꽃 등이 진열돼 있다. 규모도 크고, 걷어 올려진 휘장도 화려하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책가도 주인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병풍에는 그림 중간에 '장한종인(張漢宗印)'이란 글자가 보이는 인장이 옆으로 뉘어져 있다. 그만큼 본인의 책가도 실력에 자부심이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림 속에 숨겨진 인장을 찾는 재미도 있다. 


어해도는 강과 바다에서 사는 생물을 그린 그림이다.

어해도는 강과 바다에서 사는 생물을 그린 그림이다.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과 여러 행사를 치른 장면을 담은 기록화 수원능행도도 있다. 그중에 「서장야조도」와 「환어행렬도」를 걸어 놓았다. 「서장야조도」는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에서 실시한 야간 훈련의 모습이다. 성곽 주변의 산수도 그려있다. 자비대령화원의 산수화풍과 풍속화 등의 화풍을 볼 수 있다. 「환어행렬도」는 수원에서 행사가 끝나고 한양으로 돌아가다가 시흥 행궁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6천 명의 인력과 1천 4백여 필의 말의 장관을 갈지(之) 구도로 배치했다. 둘 다 장대한 행사 장면을 긴 화폭의 병풍에 효과적으로 배치한 구성이 주목된다. 「환어행렬도」는 자유로운 행색의 구경꾼까지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 옆에는 교토대학 종합박물관 복제본이라는 설명이 있다. 보는 순간 역사의 아픔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림 속의 생물이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림 속의 생물이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전시장에는 장한종의 대표 작품 어해도가 있다. 강과 바다에서 사는 생물을 그린 그림을 어해도라고 하는데, 쏘가리, 붕어, 미꾸라지 등의 민물고기와 소라, 조개, 자라, 게, 새우, 낙지, 가오리 등 바닷고기를 그렸다. 그림을 보는 순간 물속을 유유히 혹은 빠르게 헤엄치는 생물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이런 그림은 세밀한 관찰과 어류에 관한 전문적인 탐구, 그리고 뛰어난 표현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그림은 세밀한 관찰과 어류에 관한 전문적인 탐구, 그리고 뛰어난 표현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그림은 세밀한 관찰과 어류에 관한 전문적인 탐구, 그리고 뛰어난 표현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노니는 물고기는 왕 밑에서 편안하게 사는 백성에 비유했다고 한다. 평화롭게 살고 싶은 바람이 담긴 것이다. 아울러 알을 많이 낳는다. 이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어해도의 전통은 그의 아들 장준량으로 이어졌다. 아들은 도화서 화원으로 동지중추부사를 역임했는데, 아버지의 영향으로 물고기와 새우, 게 등을 잘 그렸다고 전한다.
  장한종이 친근감이 가는 이유는 또 있다. 화원 이후 1800년부터 1802년에 수원에서 종6품 감목관 직을 수행했다. 자비대령화원으로서 공로를 인정받아 벼슬을 한 것이다. 감목관은 목장 업무를 담당하는 관직이었다. 경기에는 강화, 남양, 수원, 인천, 장봉도에 감목관이 있었다. 이 시기에 잠을 쫓는 이야기라는 『어수록』 문집을 집필했는데, 전시장에서 그 책을 볼 수 있다. 


『어수록』. 장한종은 자비대령화원으로서 공로를 인정받아 수원에서 감목관 직을 수행했다. 감목관 직에 있으면서 낸 문집이다.

『어수록』. 장한종은 자비대령화원으로서 공로를 인정받아 수원에서 감목관 직을 수행했다. 감목관 직에 있으면서 낸 문집이다.


  화가는 작품을 통해서 말한다. 그림을 통해 내면을 표현하고 세계와 소통한다. 옛 그림도 마찬가지다. <자비대령화원 장한종, 수원에 오다> 전시에서 그림으로 예술적 떨림을 친절하게 말하는 화가 장한종을 만날 수 있다. 그림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선명하게 들린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함께 차를 마신다면, 그림 옆에 곁들인 설명을 낮은 목소리로 들려줄 것 같다. 명작을 보는 안목이 없어도 호기심만 있다면 읽을 수 있다. 아름다움이 보이고, 그 이상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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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소, 자비대령화원, 정조, 규장각, 도화원, 그림,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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