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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열려
조윤형의 초서체 북정첩 눈길 사로잡아
2021-03-10 14:44:56최종 업데이트 : 2021-03-10 14:44:53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추사 김정희 글씨.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추사 김정희 글씨.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수원박물관에서는 2020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전이 열리고 있다. 2월 말까지 열릴 예정이었는데 5월 2일까지 연장해 열린다. 작품을 보기 위해 몇 번을 갔는데 갈 때마다 조윤형의 '북정첩'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북정첩(北征帖)은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당나라 두보(杜甫, 712-770)의 북정(北征)이란 장편 기행체 시를 조윤형이 초서로 쓴 첩인데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5언 율시로 140구 700자에 이르는 대작이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皇帝二載秋(황제이재추) 閏八月初吉(윤팔월초길) 杜子將北征(두자장북정) 蒼茫問家室(창망문가실) 維時遭艱虞(유시조간우) 朝野少假日(조야소가일) / 황제 2년 가을 윤 8월 초하루 날에 두자(두보)는 장차 북으로 가서 창망히 집안일을 살피려 한다. 지금은 어려운 때 이기에 조야에 한가한 날이 적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는 '지금은 어려운 때 이기에 조야에 한가한 날이 적다'는 표현이 현재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과도 부합하는 듯 하다. 물론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시 전체를 읽어보면 시대를 초월해서도 마음이 짠할 정도로 여운이 남는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은나라 글씨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은나라 글씨

 
송하 조윤형(松下 曺允亨, 1725-1799)은 수원화성의 장안문, 팔달문, 방화수류정, 화성행궁의 봉수당, 낙남헌, 신풍루 현판 글씨를 쓴 정조대왕 당대의 유명한 서예가였다. 조윤형의 유려한 초서체를 보는 것이 너무도 즐겁지만 두 장 외에 나머지는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오세창이 고대의 여러 서체를 임서한 병풍.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오세창이 고대의 여러 서체를 임서한 병풍.

 

이번 전시회는 수원박물관이 소장한 명품만을 엄선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서예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서예작품을 통해 서풍(書風)이 만리(萬里)를 뻗어 나가 우리 선조들의 문자 예술이 아름다웠음을 알리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문자의 기원은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로부터 시작되었고 한자도 예외는 아니다. 전시회에서 중국의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의 갑골문, 금문 등을 통해 서예의 기원을 알 수 있고 진나라, 한나라 시대에 서예가 예술화되어 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우리나라의 서성이라 불리는 김생의 글씨.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우리나라의 서성이라 불리는 김생의 글씨.


서예 예술을 어느 정도 이해하려면 문자의 회화성을 기반으로 한 서예 역사를 알아야 한다. 갑골문, 금문 등이 전서체로 변화되는 과정, 이후에 예서, 초서, 행서, 해서 등의 서체로 발전하는 과정을 이해하면 서체를 파악하고 서예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국에서는 한나라의 종요(151-230), 장지(-192)로부터 서성(書聖)이라 불리는 진나라의 왕희지(307-365), 당나라의 구양순(557-641), 안진경(709-785), 송나라의 미불(1051-1107), 원나라의 조맹부(1012-1067) 등이 서예 역사와 서예 예술 발전에서 중요한 인물들이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추성부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추성부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김생(711-790), 탄연(1070-1159), 안평대군(1418-1453), 한석봉(1543-1605), 추사 김정희(1786-1856) 등에 의해 서예 예술이 발전했다. 초창기에는 중국 서예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지만, 이후에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예술로 승화시켰다. 특히 추사 김정희는 당대 중국의 청나라와 조선을 통틀어 서예를 가장 독창적인 예술로 발전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정조대왕 글씨.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정조대왕 글씨.



우리가 서예 역사를 말할 때 자주적이지 못한 시각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한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을 '한자문화권'이라 하지 않고 '중국문화권'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국의 유명 서예가라면 무조건 그의 글씨가 좋다는 식의 접근도 곤란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고 싶은 것만 알고자 하는 대단히 편협한 생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당송 팔대가인 송나라 소동파(1037-1101)는 '족유공권연구(足柳公權聯句)'라는 시에서 당나라의 명망가이며 서예가인 유공권(778-865)의 글씨가 속되고 인간성도 변변치 못한 자라고 비판했다. 여러 임금을 섬기며 명망이 높았지만, 기교만 부리고 경계하고 간하는 바가 없는 소인배라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천하지 않는 기회주의적 지식인은 소인배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조윤형의 북정첩.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조윤형의 북정첩.

 
이번 전시회 포스터의 '서풍만리–조선서예 500년' 글씨는 컴퓨터 글자체이다. 글씨에 안진경체 풍도 일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명색이 서예작품 특별기획전인데 전시 중인 서예작품에서 집자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북정첩'은 초서체 서예 교본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멋진 작품이다. 이렇게 멋진 서예작품은 서예인들이 소장해 써보고 싶어 한다. 인쇄본을 만들거나 전체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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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서풍만리, 조윤형, 북정첩, 두보,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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