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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이 다 특별했다, 잡은 손길에 느껴지던 고마움..."
호매실 장애인복지관 '아름다운 봉사회' 김희경 대표
2020-12-09 15:13:47최종 업데이트 : 2020-12-09 15:12:36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로 211(호매실동)에 있는 호매실 장애인종합복지관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로 211(호매실동)에 있는 호매실 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호매실 장애인복지관은 2015년 4월 개관했다. 복지관에는 개인 또는 몇몇 사람들이 육체적인 노동을 통해서, 혹은 소외된 사람들을 방문하거나, 개인이 가진 재능으로 봉사하는 방법 등 자유롭게 자원봉사(自願奉仕) 활동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연말연시를 맞아 자원봉사자들의 따듯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호매실 장애인복지관을 찾았다.

12월 3일 오후 1시 30분, 인계동에서 만난 '아름다운 봉사회' 김희경(여. 50대) 대표는 오랫동안 실천해온 봉사가 몸에 배인듯 단아하고 겸손해 보였다. 세류동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어릴 적 아버지 직장과 학업으로 타지에서 몇 년을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수원에서 살아온 수원토박이다. 
'아름다운 봉사회' 모임을 이끄는 김희경 대표

'아름다운 봉사회' 모임을 이끄는 김희경 대표
 

Q 언제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A 2008년 즈음 대한적십자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적십자 봉사 활동을 알게 되었어요. 자원봉사 교육을 처음엔 그냥 의무적으로 참석해서 들었는데, 그 당시 열심히 봉사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 거죠. 봉사자들이 다 천사 같은 거예요. 이후 저도 마음껏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Q 현재 대표로 있는 봉사팀은 어떤 모임인가요? 
A '아름다운 봉사회'인데 우리끼리 '아다봉'이라 불러요. 처음 시작은 두세 명이었는데 조금씩 늘어 2020년 현재 4명의 남자분 포함 13명 정도 되었어요. 주부, 직장인 등 남녀노소 다양한 분들이 매월 셋째 주 토요일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만들어요. 수원시에서 온 수급 명단(30여 가구)을 파악하여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중심으로 진공 포장한 밑반찬을 가정으로 배송합니다.

전날 장을 보고 토요일 하루는 팀원들이 복지관에 모여 씻고 데치고 볶는 요리과정을 거쳐 밑반찬 3종류를 만듭니다. 국이나 찌개 그리고 녹색 채소류인데 시금치나 나물 종류 등 조미료 없이 유기농 건강식품으로 만들려고 하죠. 
아름다운 봉사회 회원들의 자원봉사 활동모습

아름다운 봉사회 회원들의 자원봉사 활동
 

Q 호매실 장애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A 2015년 복지관 개관하면서부터요. 쾌적한 작업환경도 좋은데, 복지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친절하세요. 근무 날이 아닌데도 굳이 토요일에 출근해서 봉사 팀원이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주십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해요. 

Q 지금까지 잊지 못할 특별한 날이 있었다면? 
A 모든 날이 다 특별했어요. 집에서 휠체어 생활을 하고 계셔서 외부 활동이 불가능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봉사 팀원을 어찌나 반겨주시는지 만남 자체가 즐겁고 또한 보람되죠. 그분들의 표정을 보는 순간, 이틀 동안 장보고 요리하느라 힘들던 기억이 순식간에 사라져요. 

Q 가장 기억나는 사람이 있나요?
A 너무 많은데요. 장작불을 때서 옥수수 삶아 놓고 기다리신 분이 계세요. 또 연세 드신 어떤 분이 깻잎장아찌를 주셔서 감사하게 먹은 기억도 있네요. 특별히 오래도록 기억나는 분이 계신 데,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대뜸 저에게 목소리가 예쁘다고 하셨고, 음식에 관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는데 처음엔 조금 불편했어요. 두세 통 전화를 받으며 뭐지? 혹시?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거든요. 알고 보니 그분은 시각 장애인이셨어요. 봉사자들의 목소리만 듣고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맞출 수 있을 만큼 감각이 예민하신 분이셨죠. 음식에 담긴 정성과 봉사자들의 감사한 손길을 애써 표현하고 싶었던 그분의 마음을 뒤늦게 알고 오해를 풀 수 있었어요. 
복지관 개관부터 매월 밑반찬 봉사활동을 하는 아름다운 봉사회 회원들의 활동모습

복지관 개관부터 매월 밑반찬 봉사활동을 하는 아름다운 봉사회 회원들

 
Q 봉사팀을 이끌면서 특별히 팀원들에게 당부한 게 있다면?
A 음식을 그저 전달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말 한마디 친절하게 하라고 권합니다. 우리가 요리 경연대회에 나간 것도 아니고 그저 음식 전달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되는 거죠. 그분들 손 따듯하게 붙잡고 마음을 전달하라고 당부합니다. 

Q 올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봉사 활동을 어떻게 유지해왔는지 궁금합니다. 
A 대면 활동이 중지되면서 봉사 활동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다봉 팀원들을 기다리는 분들을 생각하면 활동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대체 음식을 보내기로 했는데, 후원금을 걷어 피자와 통닭을 배달시켜드렸습니다. 추석엔 송편을 보냈고요. 12월 계획으로는 제과제빵과 귤 한 상자씩 보낼 계획입니다. 모두가 힘든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Q 자원봉사자로서 나는 언제 행복한가. 
A 아다봉 팀원들이 전해 준 음식이 가장 맛있고 건강한 맛이었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으레 들려오는 인사치레거나 한두 번 듣고 말 줄 알았는데 감사 전화가 계속 온다고 복지관 관장님이 만날 때마다 전해주세요. 힘이 나고 행복하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녀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12월의 바람은 쌀쌀했으나 가슴 속 깊은 어딘가로부터 따스한 미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각박하다 해도 긴 겨울 지나 봄이면 꽃이 피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 마음에 꽃을 피우는 그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자원봉사는 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이해를 따지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하는 행위다.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꾸준히 참여하여 세상의 빛이 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선가 말없이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따듯해질 것으로 믿는다.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아름다운봉사회, 자원봉사자, 시민기자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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