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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권선동에서 만난 '식물재배화분', 그리고 그린빗물 인프라 체험기
빗물이 스며드는 작은 화분, 도시와 자연을 잇는 숨은 통로를 따라 걷는 시간!
2025-09-18 13:49:15최종 업데이트 : 2025-09-18 13:49:10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도심 속에서도 조용히 이어지는 도시 물순환을 보여주는 '식물재배화분'

도심 속에서도 조용히 이어지는 도시의 물순환을 보여주는 '식물재배화분'


걷다 보면 일상 속 의외의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매탄권선동에서 도로와 인도 사이, 흰색 테두리를 두른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흔히 보는 조경용 화분 같지만, 왠지 구조가 달라 신기함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이곳은 빗물이 스며드는 길을 열어주는 '식물재배화분'이었다. 예전에 원천리천을 지날 때도 비슷한 시설을 본 기억이 있어, 수원 곳곳에 이런 장치가 자리하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빗물이 지표수와 지하수를 거쳐 하천과 호수로 흐르고, 다시 빗물로 돌아오는 순환의 과정

빗물이 지표수와 지하수를 거쳐 하천과 호수로 흐르고, 다시 빗물로 돌아오는 순환의 과정


식물재배화분이란? 수원시가 추진하는 <그린빗물 인프라 조성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한마디로 '도시 속 물순환을 되살리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도로 위로 흘러내리는 빗물이 곧장 하천으로 흘러가 버리는 대신, 이 화분 안에서 한 번 머물며 과정을 거친다. 표면의 흙과 자갈층이 작은 정화 장치처럼 작동해 빗물 속 불순물을 걸러내고, 그 뒤 남은 물은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 자원으로 이어진다.

물순환 탐구생활 지도(출처 : 수원특례시 홈페이지)

물순환 탐구생활 지도(출처 : 수원특례시 홈페이지)


화분 안의 식물은 뿌리로 흙을 단단히 붙잡고 빗물을 머금는다. 잎과 줄기는 한여름 도시의 열기를 부드럽게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겉보기에는 작고 소박한 구조물이지만, 그 안에는 수질 정화, 지하수 보충, 열섬 현상 완화까지 3가지 기능이 담겨 있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그저 길가의 화분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심과 자연을 이어주는 작은 빗물정원임을 알 수 있었다.

물순환시스템 현황도(출처 : 수원특례시 홈페이지)

물순환시스템 현황도(출처 : 수원특례시 홈페이지)


수원시는 2009년 '물순환 관리 조례'를 제정하며 도시 속 물길을 회복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린빗물 인프라로 불리는 시설에는 빗물공급기, 노면살수기, 빗물정원, 식생체류지, 투수 블록, 침투도랑, 식생도랑, 그리고 식물재배화분까지 다양한 유형이 포함된다. 수원시청 홈페이지의 '물순환 탐구생활' 지도에서도 이러한 시설들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에는 환경부와 협력해 장안구청에 시범사업을 설치했고, 2017년부터는 매탄동을 비롯해 권선·영통·인계 등 4개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당시 수백 개의 식물재배화분과 침투도랑, 투수성 포장이 곳곳에 들어섰으며, 지금도 매탄권선동 거리를 걷다 보면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은 홈과 배수구를 따라 빗물이 스며들고, 그 위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홈과 배수구를 따라 빗물이 스며들고, 그 위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화분은 도로와 인도 사이 빈틈을 활용해 자리하고 있다. 빗물이 흘러들도록 만든 작은 홈과 배수구가 눈에 띄었고, 그 위에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물이 심어져 있다. 관리가 잘 된 화분에서는 연둣빛 새싹이 힘차게 자라고 있었지만, 어떤 곳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어떤 화분은 잎이 거의 지고 가지만 남아 있기도 하다.

어떤 화분은 잎이 거의 지고 가지만 남아 있기도 하다.


사실 이 길을 지나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폭우가 이어지던 시기에는 화분 속 식물이 정돈되지 않아 사진으로 담기 어려웠다. 그러나 몇 달이 흐른 뒤 다시 찾았을 때, 회복된 식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번에는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주민들 역시 취지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유지 관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일부 화분은 잡초가 자라거나 쓰레기가 쌓여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설이 지닌 의미는 작지 않다. 인계예술공원에서 마주한 빗물 정원과도 닮아 있다. 공원과 도로, 일상 공간에 스며든 그린빗물 인프라는 거대한 설비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어지는 작은 실천이다. 화분 하나가 도시와 물을 이어주고, 시민은 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며 그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되니까 말이다.

식물재배화분 하나가 도시와 물을 연결하고, 시민은 그 흐름을 눈앞에서 직접 느끼게 된다.

식물재배화분 하나가 도시와 물을 연결하고, 시민은 그 흐름을 눈앞에서 직접 느끼게 된다.


매탄권선동에서 마주한 식물재배화분은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작은 통로였다. 흰색 테두리 너머로 스며든 빗방울은 식물 뿌리와 흙을 거쳐 땅속으로 스며든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한 순간이지만, 그 안에는 더 건강한 도시를 향한 이들의 세심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분 하나가 만들어내는 작은 생태계 속에서, 물은 스스로 정화되고 흙은 생명을 머금는다.

언젠가 비가 내리는 날, 다시 이 앞에 서면 빗물이 화분 속으로 흘러드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이야기를 전하고, 그 속에서 화분이 지닌 숨은 의미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맞추면, 흐르는 물과 함께 도시가 조용히 숨 쉬는 생명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리라.

[물순환 관련 자료 바로 가기]
수원특례시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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