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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느리게 걷는 즐거움
물로 완성된 도시, 수원시민 노력으로 더욱 빛나
2021-04-05 15:12:22최종 업데이트 : 2021-04-05 14:57:55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금곡천. 하천 길은 봄가을이 되면 자연경관이 더욱 아름다워진다.

금곡천. 하천 길은 봄가을이 되면 자연경관이 더욱 아름다워진다

걷기를 좋아한다. 주로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걷는다. 운동을 위해 걷기도 하지만,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처럼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에 걷다 보면 하루가 달라지는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매실천과 금곡천 공원 길은 매일 걷고 있다. 아파트 도심 한가운데 이런 쉼터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하천 길은 봄가을이 되면 자연경관이 더욱 아름다워져 애정이 간다. 물이 조금씩 흐르지만, 개구쟁이들은 돌을 이용해 물길을 막아놓고 논다. 여름에는 아예 몸을 담그며 노는 경우도 많다. 겨울에는 얼음이 얼어 가족끼리 썰매를 타기도 한다. 

엊그제는 황구지천에 갔다. 벚꽃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많았다. 제법 나이를 먹은 벚나무들이 봄볕에 차마 폭을 넓히고 있었다. 이곳은 주변에 산업단지가 있지만,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는 기분이다. 농사짓는 모습도 보이고, 과수나무를 키우는 곳도 있다. 길이 아직 덜 다듬어져 투박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길이 시골길처럼 느껴져 정감이 더 간다. 이 지역은 운이 좋으면 개구리가 떼로 우는 소리를 들으며 걷을 수 있다.   

황구지천 벚꽃길. 제법 나이를 먹은 벚나무들이 봄볕에 차마 폭을 넓히고 있다.

황구지천 벚꽃길. 제법 나이를 먹은 벚나무들이 봄볕에 차마 폭을 넓히고 있다.


 가끔 성곽을 따라 걷기도 한다. 경기도청 뒷길을 따라 서장대로 오른다. 가파른 계단이 몸을 힘들게 한다. 그런데도 마음은 가볍다. 서장대에서 잠시 쉬었다가 화서문으로 내려선다. 성가퀴를 따라 장안문을 거쳐 창룡문까지 간다. 남수문으로 내려서 다시 팔달산에 오른다. 힘에 부칠 때는 팔달문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걷다가 문득 코스를 바꾸는 때도 있다. 그때가 방화수류정에서 쉴 때다. 정자에서 용연을 바라보다가, 물을 따라 수원천으로 내려선다. 수문 사이로 흐르는 물이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 흐르는 물이 문루 이름답게 무지갯빛으로 빛난다. 버드나무가 흐드러지고 넓적한 바위가 누워 있어 운치를 더한다. 흐르는 물속으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정조가 '아름다움이 힘이다'라고 한 말이 절로 들리는 듯하다. 


화홍문. 흐르는 물이 문루 이름답게 무지갯빛으로 빛난다.

화홍문. 흐르는 물이 문루 이름답게 무지갯빛으로 빛난다


 이 모두가 우리가 노력해서 만든 것이다. 수원천은 도시화, 산업화로 교통난이 발생했고, 이후 하수구로 악취가 나는 곳이었다. 이후 복개되었다가 수원천 살리기 시민운동으로 복원이 됐다. 복원과 함께 남수문 복원이 완성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수원천은 광교산을 발원지로 도심 가운데 화성을 지나고, 황구지천으로 흘러든다.

서호천도 축만제에 잠시 머물다가 물줄기를 따라 흘러 황구지천에 합류해 남쪽으로 화성시 구간을 달려 진위천 품에 안긴다. 서호천은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하천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다양한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서호천 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운동 삼아 나온 주민과 멀리서 온 등산객까지 다양하다. 가족끼리 천천히 걷는 사람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생태하천으로 관리하면서 만나는 풍경이다. 축만제 둑을 걷다 보면 탁 트인 호수와 넓은 논밭이 가슴을 상쾌하게 한다. 

축만제. 둑길을 걷다 보면 탁 트인 호수와 넓은 논밭이 가슴을 상쾌하게 한다.

축만제. 둑길을 걷다 보면 탁 트인 호수와 넓은 논밭이 가슴을 상쾌하게 한다
 

 수원은 물의 도시다. 지금 이름에도 물이 들어 있지만, 옛 이름도 물과 관련이 있다. 수원의 첫 이름은 모수국이었다. 한반도 남쪽에 삼한, 즉 마한·진한·변한이라는 세 나라가 있었는데, 그때 이름이다. 바로 마한의 작은 나라였다. 여기 '모수'가 물이다. 수원시를 도는 팔색 둘레길 중에 모수길이 있는데, 여기서 따온 것이다. 물길의 근원이라 하여 서호와 광교저수지를 중심으로 흐르는 서호천과 수원천를 따라서 도심 속의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고구려 때는 '매홀'이라고 했다. 이 '매홀'도 물이 많은 곳을 의미한다. 통일신라 때는 '수성군'인데, 역시 물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동네 이름에도 물과 관련된 것이 많다. 매탄동은 매여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한다. 매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흐르다가 이 지역에서 여울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매여울이라고 불렀고, 이것을 한자로 매탄이라고 했다. 지동, 원천동, 천천동, 인계동에 역시 물이 들어 있다.  

역사적으로도 수원은 물로 완성한 도시다. 정조대왕이 화성을 건축하고, 마지막으로 만석거와 축만제를 건설했다. 만석거는 당대 최신식 수문과 수갑을 설치하였으며, 농업용수로 이용하여 대규모 농장인 대유둔을 가능하게 했다. 축만제 역시 정조 때(1799) 건설된 관개 저수지다. 수원 화성의 서쪽에 있어 일명 서호라고도 한다. 

만석거는 꽃과 나무가 조화롭게 피는 공원이 됐다. 호수에 연꽃도 눈길을 끈다. 영화정을 비롯해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시민이 많이 찾는다. 축만제는 일제강점기에 권업모범장이 들어서고, 이후 농업의 본거지 역할을 했다. 지금도 농촌진흥청의 시험 논에 물을 대고 있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시민들의 쉼터인 서호공원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예부터 물 관리는 왕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가뭄에 흉년이 들거나, 반대로 물이 넘쳐서 홍수 재해가 발생하면, 백성의 삶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왕들은 심혈을 기울여 치수 사업을 시행했고, 그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정조대왕이 만석거와 축만제 저수지 사업에 치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수원시는 빗물과 같이 흘러가는 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꾸준히 구축하며 '물 순환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유례없는 장마에도 안전한 물 관리로 침수 피해를 피했다. 이런 물 정책은 정부가 추진 중인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도 들어맞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모두가 물과 관련된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 이룩해 가는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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