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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재택근무, 아이는 원격수업’...한 가족 다른 일상
거리두기가 바꾼 집안 풍경, “혼란스럽지만 적응해야죠”
2021-07-14 14:47:20최종 업데이트 : 2021-07-14 14:46:3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사회적 거리두리 4단계 격상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출처/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사회적 거리두리 4단계 격상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출처/수원시포토뱅크 김기수)


최근 권선동에 거주하는 김시한 씨 댁 일상이 바뀌었다. 직장인인 그는 평소 6시였던 기상 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로 출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김시한 씨는 아이들을 위해 모처럼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평소에는 주말만 가능했던 아이들과 아침 식사가 평일에도 가능해졌다. 아이들은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에 '오늘이 주말이에요?'라며 놀라지만 아빠가 집에 함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집안 분위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재택 근무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학교뿐 아니라 그동안 대면으로 진행됐던 프로그램, 행사, 교육 등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자 회사나 학교에 가는 시간에 썰렁했던 집이 학교이자 사무실이 되고 있다. 
 
재택근무 증가로 책상이 사무실 공간이 되었다.

재택근무 증가로 책상이 사무실 공간이 되었다



각자 방에서 다른 일상을 온라인으로 접속

가족을 챙기는 주부들은 한마디로 '전쟁'이 따로 없다며 하소연한다. 매탄동에 거주하는 이지은 씨는 "눈을 뜨자마자 아침 식사를 챙겨주면 남편은 방으로 가서 업무를 시작하고, 아이들은 각자 방에 들어가 스마트 기기로 수업을 준비한다. 아이들은 아직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않아 접속하는 방법부터 중간에 수업이 끊기면 다시 봐줘야 한다. 또 가족들이 모두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접속이 잘 되는지 수시로 체크를 한다"라고 말한다. 

중간 쉬는 시간에 간식을 챙겨주다 보면 어느덧 오후 12시다. 식구들이 시간에 맞춰 모두 거실로 나온다. 학교도, 직장도 점심시간이 12시부터 1시까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맞춰 점심 식사를 마치면 오후 1시에는 다시 각자 방으로 들어가 오후 일정을 보낸다. 그녀는 "가족이 한 지붕 아래에 있지만 각 방에서 다른 일상을 사는 모습이 아직은 낯설다"라고 말한다. 

 
가족이 각자 방에서 온라인으로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가족이 각자 방에서 온라인으로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스마트 기기 장착한 채 가족끼리 SNS로 대화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이 시작되면서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진다. 프리랜서로 강사로 일하는 이소연 씨는 남편은 재택근무에, 초등학생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에, 그녀는 온라인 강의를 하다 보니 집에 있어도 식사 시간 외에는 가족과도 SNS를 활용해 채팅으로 소통한다고 한다. 중간에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찾으면 강의나 화상 회의 중간에 소음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번에는 아이가 온라인 수업 첫 시간에 접속이 끊겼다고 울고 있는데 다른 방에서 강의 중이라 나가지도 못하고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그날 이후에는 채팅으로 말을 걸 수 있도록 앱을 설치해 재택근무 중에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을 때 채팅으로 말을 걸 수 있도록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초,중,고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되면서 집이 교실이 됐다.

초,중,고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되면서 집이 교실이 됐다


가족이 각자 다른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면서 '1인 1패드'를 구매하는 이들도 늘었다. 인계동 이지연 씨는 "아이들이 동시에 다른 수업을 들어야 하니 스마트 기기가 부족한 상황이 생겼다. 남편은 회사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오지만 따로 서류를 정리할 스마트 기기가 필요해 집에 있는 PC를 업그레이드했다. 또 첫째 아이 온라인 수업을 위해 패드를 샀는데 둘째 아이까지 사주기에는 비용 부담이 있어 스마트폰에 접속한 뒤 화면을 TV에 공유해서 쓰고 있다. 모든 가족이 각자 들어가 방이 없어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도 인원수대로 샀다. 또 인터넷 접속이 중간에 끊어질까봐 인터넷 공유기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한다.

한편, 아직 재택근무 도입이 이뤄지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원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박모씨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두 명의 자녀가 둘 다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4단계 발표 소식에 앞이 깜깜했다"며 "남편과 번갈아 가며 휴가를 급하게 쓰기로 했다.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먼저 권해주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로 같은 공간에 살면서 각자 다른 일상을 사는 요즘이다. 같은 집에 있는 가족끼리도 채팅으로 대화하고 다른 사람과는 온라인상에서 접속해야 만날 수 있는 일상이 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하지만, 변화된 일상을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에 한 번 더 놀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김윤지님의 네임카드

사회적 거리두기,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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