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원화성, 천혜의 요새인 고구려성 축성기법 이어받아
아는만큼 보이는 문화재, 수원화성만의 톡특한 아름다움 찾을 수 있어
2020-09-29 15:24:47최종 업데이트 : 2020-10-05 13:11:27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안쪽이 고구려 석축, 바깥쪽이 신라 석축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안쪽이 고구려 석축, 바깥쪽이 신라 석축


미세먼지 없는 우리나라 가을하늘은 한 폭의 그림이다. 어떤 풍경도 맑고 투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하면 예술 그 자체이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작품이 된다. 가을 날씨 좋은 날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지만 야외에 있는 문화재 답사는 할만하다. 주말에 경기도 연천의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을 답사했다.

호로고루성은 개성과 서울을 연결하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한 고구려성이다. 임진강변에 형성된 28m 높이의 현무암 수직절벽을 이루는 긴 삼각형 대지 위에 조성된 강안평지성(江岸平地城, 강기슭 평지에 쌓은 성)이다. 평양을 출발한 고구려군이 백제 수도인 한성으로 진격하는 최단코스는 호로고루 앞의 여울목을 건너 의정부 방면으로 진격하는 것이었을 정도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성벽의 전체 둘레는 401m 정도 된다. 임진강변의 특이한 구조로 인해 성의 남쪽과 북쪽은 현무암 절벽을 성벽으로 이용했고 평야로 이어지는 동쪽에만 너비 40m, 높이 10m, 길이 90m 정도의 성벽을 쌓았다. 동쪽 성벽은 여러 번에 걸쳐 흙을 다져 쌓은 위에 돌로 성벽을 높이 쌓아 올려 석성과 토성의 장점을 적절하게 결합한 축성술을 보여준다. 수원화성과 흡사한 형태다. 호로고루성은 551년 나제연합군에 의해 한강유역을 상실한 고구려가 임진강유역의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게 되면서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 밖에서 바라본 모습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 밖에서 바라본 모습

 
호로고루성은 고구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지만 고구려가 멸망하고 나당전쟁에서 승리한 신라가 점령해 사용했다. 신라군은 곳곳이 무너진 동벽을 보수했는데 고구려 성벽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새로운 성벽을 덧붙여 쌓았기 때문에 고구려 성벽과 신라 성벽의 특성을 고스란히 함께 볼 수 있다.

고구려 성벽은 95% 이상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무암으로 쌓았는데 신라 성벽은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편마암으로 쌓았다. 현무암은 돌이 질기고 깨기가 힘들어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오랜 기간 임진강 일대를 지배하며 현무암을 다루는 기술을 터득한 고구려 석공들은 쉽게 쌓았을 것이다. 이에 비해 새로 임진강 지역을 차지한 신라 석공들은 돌 다루는 기술을 단기간에 익힐 수 없어서 다루는데 익숙한 편마암을 멀리서 조달해 성벽을 쌓은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수원화성의 성돌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 밖에서 바라본 모습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 밖에서 바라본 모습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은 전통적인 축성 기법과 동서양의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처음부터 계획하고 거주지로서의 읍성과 방어용 산성을 합하여 신축한 성곽이라는 특징이 있다. 주변의 지형에 따라 자연스러운 형태로 조성해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수원화성은 주변인 팔달산, 숙지산, 여기산, 권동에서 성돌을 조달해서 성벽의 바깥쪽은 돌로 쌓고 안쪽은 자연 지세를 이용하거나 흙을 돋우는 외축내탁 방식으로 쌓았다. 축성 방식이 고구려성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호로고루성의 동쪽 성벽 축조상태를 보면 성의 기단부와 중심부는 점토와 마사토로 판축을 하고 성벽의 내, 외면은 석축을 해 내구성과 방어력을 높여 고구려성의 특징적인 축성기법을 보여준다.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벽 위에서 바라본 성 안과 임진강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 성벽 위에서 바라본 성 안과 임진강

 
또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이용해 축성했기 때문에 풍광이 수려하다. 2년 전 민통선 안의 고구려 성인 덕진산성을 답사했는데 임진강을 바라보는 입지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고구려 성의 특성을 읽을 수 있었다. 수원화성 방화수류정에서 용연과 광교산을 바라보면 아름답고 장쾌한 경관이 펼쳐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용연 뒤로 보이는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운 모습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용연 뒤로 보이는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운 모습


문화재 비교답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 답사 전에 충분히 공부를 해야만 유물 본래의 모습과 그 이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무조건 수원화성이 최고라는 식은 곤란하다. 역사적이고 과학적이고 수평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만 수원화성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한정규님의 네임카드

문화재답사, 호로고루성, 수원화성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