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 "동심으로 돌아간 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광교 공공실버주택 어르신들의 삶 그림책으로 담아
2021-10-01 13:06:43최종 업데이트 : 2021-10-01 13:11:57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에 사는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를 8주째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은 2021년 예비문화도시산업 문화다양성 지원사업으로 <웰컴투수원>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8월부터 9월 27일까지 매주 화요일 1:30~3:00, 3:00~4:30 2타임씩 거리두기를 위한 최소인원으로 운영중이다. 

프로그램은 수원 광교 공공실버주택 102호에 위치한 '더즐거운교육'에서 진행됐다. 2019년 4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수원 광교 공공실버 행복주택은 '경기도시공사'에서 최초로 공급한 실버주택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관, 경로당, 사랑방 등 다양한 주민공동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근린생활시설이 있는 1층에는 '초록쉼표'라는 이름의 카페, 꽃맘센터 협동조합, 오늘 방문한 사회적기업 '더즐거운교육' 등이 입주해 있다. '더 즐거운 오후'라는 프로그램은 그림책과 예술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예술감각과 활력, 소소한 삶을 향유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었다.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이 날은 그림책을 만드는 마지막 시간으로 주제는 '꽃'이었다. 참여한 3명의 회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졌다. "다시 꽃으로 태어난다면 어떤 꽃으로 태어나고 싶으세요?" 

"남자꽃으로 태어날거야.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 나는 딸부잣집에 둘째딸로 태어나 예쁘게 생긴 언니에 밀리고, 아들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구박을 받으며 자랐어.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며 살고 싶어. 그동안 살면서 내가 표현을 안했어. 나로 인해서 누가 괴로움을 받을까봐서 참고 살았거든"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진행중이다

 
주제를 던지면 다른 답도 연달아 나온다. 주제에 벗어나는 내용이지만 지금의 심정을 담아 이야기한다. 살아온 인생만큼 톡하면 주르륵 나오는 이야기 보따리도 다양하다. 반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꽃할매들이다. 팔순이 넘은 꽃할매들이 그림을 그리며 하는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나는 유치원을 못 다녔거든. 이렇게 그림을 그리니까 나는 못 거친 그 시절을 깨닫게 됐어. '더즐거운오후'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을 그리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며 이렇게 일생이 시작되는 구나하고 생각하게 됐어"

"행복주택(수원광교 공공실버주택)에 들어와 내 안식처가 생겨서 너무 편안해. 자식들하고 살 때는 목욕하러 갈 때, 화장실 한 번 갈때도 눈치가 보였는데 행복주택(수원광교 공공실버주택)에서는 마음이 너무 편해서 좋아. 내 마음이 엄청 편해졌어. 이렇게 그림 알려주는 선생님들이 8주가 되서 마지막 수업이라 이제 못 만난다니까 너무 아쉬워. 그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게 너무 행복했어"

"나는 지금 벙어리하고 마빡쳐서 귀가 안들려(그만큼 집중하는 중이야). '더즐거운교육'의 '더즐거운오후'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해바라기 하나도 이렇게 그리는 방식이 여러개라는 걸 배웠어. 그동안 사람을 못 믿은 건 아니었는데 이제 내 마음의 자세가 많이 바뀌었어. '저 사람도 내적으로 착한 사람일거야'라는 마음이 들거든. 사람을 보는 눈이 늦었지만 달라진거야. 굉장히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었어"

"여기 행복주택(수원광교 공공실버주택)에 와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것을 알려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나눔도 있어 감사해. 친구도 많이 생겼지. 여기 오기 전에는 1층인데도 낮에 불을 켜야 하는 곳에 살았어. 여기 오니까 집이 밝아서 참 좋아."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입주자 대상이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등이라 전쟁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다. 더즐거운교육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회원 중 6.25전쟁 당시 어디에 계셨는지 질문을 드렸다. 

"나는 6.25 당시 12살, 초등학교 5학년이었어. 그 때는 5학년이 졸업반이었지. 강원도 금화에 있었어. 그냥 거기에 있었으면 북한으로 갔을거야. 그런데 어느날 미군들이 와서 갑자기 트럭에 모두 타라는 거야. 처음에 흑인이 차에 타라고 할 때 엄청 무서웠어. 손으로 여기 타라고 손짓을 하더라고. 아무것도 못 챙기고 가족들과 맨몸으로 트럭을 타고 왔어.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지. 그 트럭은 수원 아래 오산 냇가에 사람들을 다 쏟아놓고 갔어."

"나도 한국전쟁이 나던 그때가 12살이었어. 그래도 트럭타고 바로 여기로 와서 다행인거야. 다른 사람은 베트남으로 돌아서 온 사람, 헤엄쳐서 배타고 온 사람, 오다가 죽은 사람도 많은데 말이야. 아무것도 없이 와도, 바로 여기로 온 건 그 사람들에 비하면 행복한거야."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더즐거운교육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더즐거운교육

 
'더즐거운교육'의 '더 즐거운 오후' 프로그램은 할머니들의 인생 가치를 재정의하고 그림책으로 출판하는 작업이 목적이다. 각자 인생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다양한 표현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진중하며 즐거워 보였다. 어릴 적 전쟁통에 겪어보지 못했던 평화로운 시간을 이제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표현해 보는 그 기분이 어떨지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수업은 참여하는 인원수 만큼의 전문 그림작가의 도움을 받아 꽃할매들이 구술로 하는 말을 받아적으며 그림책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꽃할매들은 8주차에 이어지는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해 사인펜, 크레파스, 물감, 오일파스텔 등 다양한 미술재료들을 가지고 그림표현기법을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출석률이 높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어르신들의 예술성을 표현해보는 8회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꽃할매들의 이야기 그림책'은 10월중 출간될 예정이다.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꽃이름을 붙여 코스모스, 장미, 국화, 동백으로 불리는 꽃할매들의 이야기와 그림을 세상에 소개할 예정이다. 그림책 출간 및 북콘서트(동영상 제작) 그리고 전시회까지 계획중이라고 전했다.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더즐거운교육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더즐거운교육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수원 꽃할매의 그림책 만들기(내 이야기 들어볼겨?)



*공공실버주택(公共silver住宅)
공공실버주택은 주택과 복지관을 함께 설치해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독거노인 등이 주거지 내에서 편리하게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영구임대주택 1개동에 복지관과 주택을 함께 넣어 짓는 신개념 공공주택이다. 민간 기부금과 정부 재정을 공동으로 활용했다. 2015년 SK그룹,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2016년 1월 성남 위례신도시 164가구, 2019년 4월 수원 광교신도시 152가구 등 전국 11곳에 1,234가구가 공급됐다. 

영구임대주택의 자산요건은 세대구성원 전원이 보유하고 있는 총 자산(부동산, 자동차, 금융자산(부채반영), 일반자산 합산 기준 17,800만원이하, 자동차가액 2,545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 외 입주 가능 1순위를 1. 국가유공자 또는 그 유족 2. 보훈보상대상자 또는 그 유족 3. 5.18 민주유공자 또는 그 유족 4. 특수임무유공자 또는 그 유족 5. 참전유공자로 두고 있다. 

수원광교 공공실버주택에서는 간호사가 상주하면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웠다. 생계, 의료수급자에 해당되는 취약계층의 어르신을 우선한다.
 
배서연님의 네임카드

꽃할매, 625전쟁, 한국전쟁, 공공실버주택, 실버주택, 독거노인, 문화생활, 인생은80부터, 광교신도시, 노인복지관, 그림책, 그림책만들기, 배서연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