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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일상, 나를 고립시키는 슬럼프
슬럼프, 그 시기를 즐겨라!
2010-09-29 02:40:33최종 업데이트 : 2010-09-29 02:40:33 작성자 : 시민기자   문보성

23년의 세월을 사는 동안 슬럼프가 찾아왔던 적은 두 번이다. 한번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대학 입시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고, 또 한번은 군대에서 전역을 6개월 정도 남겨둔 때였다.

두 번의 슬럼프를 거치면서 느낀 것은, 슬럼프에서 단숨에 빠져 나올 방법을 쥐어짜내려고 고민하거나 슬럼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으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지고 스트레스는 심해진다는 것이다. 

슬럼프는 고민하거나 방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벗어날지도 모르지만 그 기간이 너무 아깝기만 하다. 그럴 바에는 슬럼프라는 상황을 즐겨보는 것을 권한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굉장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집중력은 10초 이상 가지 못했고 학업 수행 능률은 점점 떨어져만 갔다. 이틀 정도는 책을 펴놓고 연필을 쥔 채 고민만 했었고 방법을 못 찾자 현실을 방관한 채 억지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해도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책 한 줄을 읽는데 몇 번을 반복하는 비효율성만 커져갔다.

문제 해결방법을 찾은 것은 슬럼프에 빠지고 나흘 정도가 흐른 주말이었는데 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슬럼프로부터 억지로 벗어나려고 하기보다 슬럼프에 빠진 사실을 오히려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인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을 자주 인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가진 이후부터 그 동안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던 입시준비를 하느라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여름 바다를 찾아가 1박2일 정신 없이 놀고, PC게임으로 밤을 새기도 하고, 그 동안 못 만났던 친지들이나 친구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마 그렇게 지낸 기간이 일주일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간을 내 자유의지대로 지내 보니 어느 순간부터 학업에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슬럼프를 겪고 나서 내 생각이지만 반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언젠간 '일상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다. 물론 그 '과부하'가 걸릴 때까지 축적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상대적이다.

그렇다 보니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누적 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뇌에 공격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뇌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생각과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생각이 상충하여 사람을 슬럼프에 빠지게 한다.

군대에서는 전역을 6개월 남겨둔 시점부터 꾸준히 준비하던 자격증 공부와 한자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이전에 슬럼프를 겪었던 나는 상황을 바로 파악하고 이번 슬럼프 기간에 그 동안 배우고 싶었던 통기타를 연습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 공부의 능률이 돌아올 때까지 기타만 연습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배우는 것이어서 슬럼프 기간이었어도 상당히 흥미 있고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거기다 일주일 간 기타 연습에 몰입을 했더니 이후부터 공부도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틀에 박힌 일상, 나를 고립시키는 슬럼프_1
기타를 치고 있는 나

기타를 배움으로써 오히려 슬럼프 기간에 나의 가치를 높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후부터 기타도 꾸준히 연습해서 지금은 완주 할 수 있는 곡이 꽤 된다. 그리고 그 뿌듯함은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작용까지 겸한다.

슬럼프를 자신에게 찾아온 장애물이나 트러블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새롭게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 하면 그 시간에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슬럼프 기간에 두 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았으면 한다.

슬럼프, 필할 수 없으면 즐겨라, 문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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