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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할수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2011-07-13 17:13:26최종 업데이트 : 2011-07-13 17:13:26 작성자 : 시민기자   박정미

미안해 할수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_1
미안해 할수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_1


저녁시간 헬스장에 가면 속옷이라해도 손색없는 짧은 바지를 입고나와 천둥번개 보다 더 큰 소리로 열창을 하시며 운동을 하시는 아주머니와 손녀딸을 품에안고 나와 운동을 하시는 아주머님 등등 그 짧은 시간에 작은 공간에서도 몇억겁을 거쳐야지 만난다는 사람의 인연이 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 동안 그 멀리서도 아기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계속 들려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샤워를 하고 밖에 나와보니 육안으로도 퍼렇게 아기의 눈에 커다란 멍이 들어 있었고 자세히 보니 눈주변이 벗겨져 나가기까지 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때여서 놀다가 다친거려니 했지만 어르신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넓은 헬스장 정 가운데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던 아주머니가 아기가 지나가고 있다고 고함을 질러도 듣지않고 훌라후프를 돌리다가 아기가 훌라후프에 얼굴을 가격당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그 바람에 놀라서 서럽게 울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헬스장은 벽 전체가 거울이여서 아무리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고 해도 아기가 다가오는 것을 육안으로 충분히 확인하기 충분했다. 

예전에 한창유행하던 돌기가 달린 아주 무거운 훌라후프인데다가 반동을 가지고 움직였기 때문에 작은 아기에겐 흉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자식 키우는 사람이라면 (딸과 함께 헬스장을 이용한다) 아가야 괜찮니 놀라지는 않았니? 하고 달래주지는 못해도 샤워를 하고 있음에도 아기가 서럽게 울면 훌라후프를 돌리는 것이라도 멈출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가 정통으로 얼굴에 부상을 입고 그 충격으로 뒤로 자빠져 버렸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훌라후프 돌리며 운동에 집중을 했다고 한다. 

그후 아기는 할머니의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보고 다가가 그날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주면서 아무렇지 않다고 이야기 하고는 철없이 웃어 보였다며 샤워 하는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아주머니는 그래서 어디에 계시느냐고 물어보자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 운동기구 전기코드 뽑고 창문을 닫고 나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주 오랜시간 을 헬스장에서 보내던 아주머니는 세일상품을 낚아채는 것보다 더 재빠르게 집에 귀가 하셨다고 한다. 

5년만에 힘들게 온 아기인데 이제 난 며느리한테 잔소리 듣는게 아니냐며 걱정을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는 비온뒤에 밝게 뜬 무지개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마냥 웃기만 했다.

치료비를 바란 것이 아니였다. 내 아이를 다치게 한것에 놀라고 화가나서 따지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물론 운동을 하는곳에 아기를 대려온 것은 잘못 한것이라 생각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기에게 안부를 물어봐줄수는 없었을까? 그것이 아기의 얼굴에 든 퍼런 멍보다도 더 시퍼렇게 할머니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 

미안하다는 진심을 보여주는 것 그뿐이다. 미안해 한다는 것은 패자의 자존심을 구기고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니라 진심으로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용기있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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