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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센터 프로그램 마음에 드시나요?
2011-11-18 11:17:30최종 업데이트 : 2011-11-18 11:17:3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은영

어렸을 적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한때 십자수와 퀼트에 빠졌던 적이 있다. 십자수와 퀼트로 작품을 만들 땐 손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힘들지만 완성하고 나면 너무 예뻤기 때문에 그러한 수고를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끼워져 있던 전단지를 봤는데 거기에 모 대형마트 문화센터 강좌에 대한 광고가 실려 있었다. 무슨 강좌가 있나 살펴보던 중에 홈패션 강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십자수와 퀼트로 작품을 만드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도 아프고 해서 재봉틀로 만드는 소품에 관심이 가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재봉틀로 이것저것 작은 소품을 만드는 것을 보며 자랐던 나는 재봉틀에 대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들들들들~ 재봉틀이 내는 소리도 좋아했었다.  이제 그 재봉틀을 배운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듣게 됐다. 강사가 앞으로 진행될 스케줄과 앞으로 만들게 될 작품에 대한 계획서를 나눠 줬다. 부품 마음으로 수업을 듣고 있던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강의 시간에 강사가 소품을 만들 재료라면서 가져온 천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만 그런가 하고 주위를 둘러 봤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회원 중 한명은 자기 집에 천이 있는데 그 천을 이용해도 되냐고 강사에게 묻기까지 했다. 

그런데 강사가 하는 말이 이 강좌에서 제공되는 재료비는 별도로 내야 하니깐 개인 물품을 가져오는 건 상관없지만 재료비는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재봉틀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그냥 참고 듣기로 했다.

내가 인터넷에서 봤던 홈패션 물건들은 정말 예쁜 천으로 된 물건들이 많았다. 그래서 실망감이 컸지만 비록 수업시간에 제공되는 천이 예쁘지 않더라도 재봉틀 다루는 방법을 잘 배워서 내가 예쁜 천을 사서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문화센터 프로그램 마음에 드시나요?_1
문화센터 프로그램 마음에 드시나요?_1


강사의 뛰어난 감각(?)은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발휘됐다. 두 번째 만든 보조가방도 촌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가장 최악의 디자인은 방석을 만들었던 천이었다. 
방석을 만드는 시간 내내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던 천이었는데 그 다음 시간에 똑같은 천으로 주방장갑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방장갑이면 조금 두툼하게 만들어야 뜨거운 냄비를 잡을 때 문제가 없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계획을 했는지 장갑이 너무 얇아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내가 볼 때 강사는 재료비를 최대한 아껴서 마진을 많이 남기려고 아주 싼 천을 사오는 것 같았다. 강사의 수입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누구나 다 아는 대형마트에서 진행되는 강좌가 이런 식이라면 문제가 많아 보인다.  

강사의 뛰어난 감각 때문에 난 홈패션 배우는 것을 그만 뒀다. 처음에 강좌에 나갔을 때는 꾸준히 배워서 아기 생기면 옷도 만들어주고 생활에 필요한 소품도 직접 만들어 쓸 정도로 오랫동안 배울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 없게 돼 버렸다. 

유명한 마트에서 진행되는 강좌라면 그에 걸 맞는 프로그램과 강좌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비단 유명 마트에서 진행되는 강좌가 아닐지라도 수업료를 받는 강좌라는 당연히 그 수업료에 맞는 강의 내용을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취미와 즐거움을 위해 무엇인가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처럼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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