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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멀리 가야만 벚꽃놀이인가요?
내 지역에서 발견한 반전선물
2012-04-20 05:40:16최종 업데이트 : 2012-04-20 05:40:16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심

어느새 4월도 중순을 훌쩍 넘겼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온 지역이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 노란 개니리와 꽃분홍색의 진달래도, 하얀 목련도, 봄의 여왕 벚꽃도 활짝 개화했다. 날씨까지 따뜻해지니 요즘은 너도나도 모두 벚꽃놀이 삼매경에 빠져있는 것 같다.

워낙 봄이 짧아진데다 벚꽃의 특성상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져버리니
, 사람들은 너도나도 한참 벚꽃이 예쁠 시기인 요즘이 절정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 역시 다음 주 중으로 벚꽃놀이 약속을 두 건이나 잡아뒀다

우리나라에는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주요한 벚꽃 축제가 몇 개 있다
. 첫째는 제일 먼저 막을 여는 진해의 진항제고, 둘째는 수도라는 특성으로 많은 사람들을 부르는 여의도의 벚꽃축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수원의 경기도청 벚꽃축제도 꽤 유명한 벚꽃축제라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세 지역을 모두 방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해는 너무 멀기에 접어두고 여의도의 벚꽃축제와, 경기도청의 벚꽃축제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그동안 시선 한번 안주고 다녔던
,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공터와 길목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만 열면 바로 보이는 곳이고, 아파트를 빠져나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지만 '익숙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눈길을 안주던 곳이었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오판을 내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오판 때문에 나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지역에서 제대로 반전을 경험했다
. 벌써 이사 온 지도 1년이 넘었는데 나는 '내 지역''무엇'이 숨어있는지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내 지역에 대해 심각하게 무관심했던 것 같다.

내가 내 지역에서 경험한 반전은
, 바로 우리 집이야 말로 벚꽃 축제의 메카였다는 사실이다. 못된 딸인지라 그동안 집안 살림에는 손 끝 하나 대지 않았는데, 엄마가 아프신 바람에 대신 살림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집안 청소를 하려 베란다 창문을 열었더니, 그야말로 벚꽃 밭이 펼쳐졌다!

꼭 멀리 가야만 벚꽃놀이인가요?_1
꼭 멀리 가야만 벚꽃놀이인가요?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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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멀리 가야만 벚꽃놀이인가요?_2
꼭 멀리 가야만 벚꽃놀이인가요?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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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멀리 가야만 벚꽃놀이인가요?_3
꼭 멀리 가야만 벚꽃놀이인가요?_3

분명 벚꽃은 나무에서 피는 건데 어떻게 벚꽃 밭이 존재할 수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내 지역에는 분명히 벚꽃 밭이 있다
우리 집은 아파트 4층이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에는 알고 보니 수십 그루의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그 나무들은 꽤 오래 전부터 자라온 나무들인지라 키가 아파트 3~4층 높이까지 올라온다. 그러니 4층인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벚꽃 밭'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더 있는가?

정말 왜 그동안 벚꽃을 꼭 어딜 가야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 정말 내가 내 지역에 그동안 엄청나게 무심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걸 바보같이 알아채지 못하고 멀리 있는 것만 쫒으며 살아온 건 아닌가 싶었다.

여러모로 '반전벚꽃'은 나에게 뜻있는 봄의 선물을 선사해줬다
. 이런 깨달음과 고민도 얻을 수 있게 해주었고 뒤늦게야 벚꽃을 발견한 나를 나무라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타박이 피워준 수다 꽃도 모두 봄의 선물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벚꽃축제를 방문하는 것도 훌륭한 추억이지만 당분간 나는 그 어느 곳의 벚꽃보다 내 지역의 반전벚꽃들을 가장 사랑할 것 같다

반전벚꽃을 내려다보며, 벚꽃의 아랫 길목을 걸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곳에서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여러분들도 주위를 기울여보시길. 지역이 여러분께 선사하는 반전선물을 받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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