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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다
2012-05-08 11:22:27최종 업데이트 : 2012-05-08 11:22:2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얼마전 인천에 갔다가 돌아오던 길이었다. 
전철을 타고 오다가 구로 역에서 수원행으로 갈아 탔는데 내 바로 옆에 앉은 젊은 주부가 데리고 탄 아기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전철 안에서든 밖에서든 우는 거야 뭐라 할수 없다.

서너살 밖에 안 먹어 보이는 철부지 아기가 뭔가 맘에 안들면 우는게 당연한거니까.
하지만 아기가 대책없이 울어 제끼니 아이 엄마가 난감해 하고 어쩔줄을 몰라 하며 안절부절 했다. 아기를 얼르고 달래고 해 봐도 막무가내로 울며 보채는 아기. 주변에서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낀 사람들이 다른 칸으로 피하기도 하고, 처음 타는 사람들은 아기를 자꾸 쳐다보니 아기 엄마가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그런데 아기를 달래며 말을 하는걸 보니 아기 엄마가 다문화가정 엄마였다. 그분이 사는 곳이 수원인지 아니면 전철을 타고 계속 내려가 오산이나 평택이나 천안에서 내리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도 동남아에서 결혼해서 온 이주민 주부 같았다.
아이가 배탈이 났는지 얼굴이 창백해지고 심하게 우는 이유도 모르겠거니와 별다른 대책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울음이 그치지 않아 객차와 객차 사이의 통로로 데리고 왔다 갔다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전철이 금천 시흥역쯤에 왔을때 한 젊은 여성 승객이 다가와서는 자신은 한의사라며 아이를 좀 보겠다며 도와주었다.
그리고는 마침 가지고 있는 어린이용 소화제가 있다며 먹여주고는 엄지 손가락을 따주었다. 그리고 나서 걸치고 있던 니트를 벗어 좌석 바닥에 깔고는 아이를 누인 후 등과 팔을 맛사지해 주었는데 10분쯤 지나자 아이가 큰 트림을 몇 번이나 하더니 울음을 그쳤다. 

옆에서 지켜보니 하... 참, 신기했다.
아기 엄마가 정말로 고마워 했고, 아기가 울음을 그친것도 그렇지만 자기 일도 아닌데 일부러 돌봐주고 또한 옷까지 벗어 바닥에 뉘고 치료를 해준것은 눈물나게 감사한 일이었다. 

이 여성은 아기가 급체 한것 같은데 뭘 먹였는지 물어보고는 집에 가서 따스한 보리차를 끓여서 먹이되 찬 물이나 아이스크림 같이 위장에 자극을 주는 것은 가급적 당분간 먹이지 않는게 좋겠다는 즉석 처방까지 내려줬다.
그렇게 해서 좀 나아지면 굳이 병원까지는 안가도 될것 같다며...

아기 엄마가 그 한의사 여성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백번은 한것 같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승객들은 이 여성분의 배려와 행동에 큰 감동을 받았을것 같았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아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어서 그저 구경만 했지만, 주위에 이런 이웃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전철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다_1
전철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다_1

그리고 내가 화서 역에서 전철을 내렸는데 그 여성분도 거기서 함께 내렸다. 우리 수원시민 같았다.
평소에 병원에서 서로간에 사무적인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의사와 환자 사이일때는 그런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외부에서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을 직접 겪어보니 많은 것을 느낄수 있었다.
e수원뉴스를 통해서 그분의 행동을 칭찬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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